“까까머리여도 예뻐”… 투병환자 응원 1300개 스티커

조백건 기자 2023. 4. 20.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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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복도 벽에 빼곡

초로(初老)의 부부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별관 1층 복도 앞에 멈춰섰다. 머리가 희끗한 남편이 짐 가방을 내려놓고 아기 손바닥만 한 분홍 스티커에 사인펜으로 글자를 써 벽에 붙였다. ‘ΟΟ엄마. 당신은 까까머리여도 예뻐.’ 갈색 비니 모자를 깊이 눌러쓴 깡마른 체구의 여성이 그의 옆에서 빙그레 웃었다.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복도의 벽에 희망과 감사, 응원 메시지를 적은 스티커가 빼곡히 붙어 있다. 어린 자녀가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부모, ‘기적은 있으니까 한번 해 보자’며 엄마를 다독이는 딸, 환자의 쾌유를 기원하는 의료진 등 병원 사람들의 소중한 마음이 봄날 꽃처럼 활짝 피었다. /오종찬 기자

삼성서울병원은 지난달부터 구경선 일러스트 작가의 전시회를 열고 있다. 구 작가는 시각·청각장애를 딛고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쳐 ‘한국의 헬렌 켈러’로 불리는 인물. 그의 작품이 걸린 복도 벽에 짧은 글을 써 붙일 수 있는 게시판을 마련했는데, 스티커 1300여 개가 화단에 활짝 핀 꽃처럼 빼곡히 붙어 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의 글이 많았다. ‘아기 천사 Ο아. 사랑과 예쁨만 받아도 모자랄 시기에 병원이라는 낯선 곳이 얼마나 무서울까. 아빠가 대신 아파 줄 수 없어서 너무 미안해’ ‘우리 ΟΟ이. 항암도 양성자도 잘 이겨내고, 매일 엄마랑 같이 웃고 살자’ ‘미래 손주야. 꼭 살아서 만나자’....

자녀들이 부모에게 쓴 글도 많았다. ‘힘들지만 엄마가 지금 내 옆에 이렇게 있는 것만으로도 난 너무 감사해. 기적은 있으니까 한번 해보자. 웃으며 집에 가자’ ‘아버지, 하늘에선 편안하고 아프지 마세요. 사랑하는 막내딸이’.... 자신을 ‘무뚝뚝한 아내’라고 한 여성은 ‘정ΟΟ씨. 힘든 항암 잘 이겨내고 70까지 같이 삽시다’라는 쪽지글을 남편의 회복을 기원하며 붙였다.

스티커엔 병원 사람들의 다양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병원 다닌 지 10년째. 이젠 힘들다’ ‘뇌종양 수술이지만 하루하루 행복합니다.’ ‘유방암 환우님들! 민머리라 해도 우린 이쁜 여자, 엄마, 딸이에요. 이겨내요.’ 한 의료진은 자신의 바람을 이렇게 썼다. ‘모두 건강하셔서 제가 실직하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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