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빌라 주인도 세입자 못 구해… ‘보증금 미반환’ 악순환 빠지나
최근 전세 사기 피해가 전국적으로 번지면서 ‘평범한 집주인’마저도 ‘불량 집주인’ 대열에 들어서고 있다. 새 세입자를 찾지 못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빌라 전셋값이 정점을 찍은 2021년 하반기에 계약한 거래 만기가 차례로 돌아와 올 하반기 대규모 보증금 부실 사태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서울시 집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의 빌라(다세대·연립주택) 전세 거래는 1만4962건으로, 작년 1분기(2만2386건)와 비교해 33.1% 급감했다. 같은 기간 아파트의 전세 거래량이 3.2% 감소하는 데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빌라 전세 거래량이 위축된 것은 최근 잇따른 전세 사기 사건으로 세입자들이 빌라 전세를 꺼리기 때문이다.
특히 전세 사기 피해가 집중된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등은 ‘세입자 실종’ 상태다. 화곡동에서 전용면적 29㎡ 빌라를 임대하는 김모(68)씨는 지난해 12월 전세 만기로 세입자가 나간 뒤 4개월째 새 세입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전셋값을 이전보다 4000만원 낮춰 지난달 겨우 세입자를 찾고 계약서까지 작성했지만 취소당했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빌라 전세 거래 절벽’이 오래가면 대규모 보증금 미반환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빌라 세입자는 물론 집주인 역시 생계를 위해 임대 사업을 하는 서민층이 대부분”이라며 “세입자를 끝내 못 구하면 집주인은 파산하고, 빌라가 경매로 헐값에 팔려 세입자도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워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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