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내전 5일째...교민들 “문밖 나가려 하면 경고 사격”
“수단의 한인들이 많이 사는 한 아파트에서는 ‘건물 밖으로 나가면 누군가 경고사격을 하는 것 같다’는 말이 돕니다. 다들 며칠째 집 안에 머물러 있습니다.”
19일 북아프리카 수단 현지의 한국인 A씨는 “조용해야 할 새벽 시간에도 총성이 들리는 걸로 봐서, 아파트 같은 건물에 있는 사람들에게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경고사격을 하는 것 같다고들 말한다”며 현지의 긴박한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군과 반군(신속지원군·RSF)의 내전이 닷새째를 맞은 수단에선 한밤중에도 총성과 폭발음이 이어지고, 곳곳에서 약탈이 벌어지면서 구호 인력이나 물품조차 공급하기 힘든 실정이다. 공항 내 건물까지도 불탔다.
현지에서 토목·건설업을 하는 황재득(62)씨는 “첫날부터 전기가 끊긴 후 들어오지 않아 식품이 썩어가고 있고 상수도도 거의 끊겼다”라며 “민가의 무차별 폭격은 없지만 교전 지역에선 오발탄 등으로 인한 인명 및 가옥 파손이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교민들은 안전이 확보되면 대사관에 모이려고 하지만, 가는 길에 안전을 담보하기 힘들어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라고 했다. 수단인들 사이에서는 “반군들은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는 말도 나온다고 한다. 교민들은 전화 연결이 원활하지 않다며 카카오톡을 통해 긴박한 소식을 전해왔다.
현재 수단에 체류하고 있는 우리 국민은 총 25명. 외교부는 “현지에 체류하고 있는 우리 교민은 모두 안전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했지만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전날까지 수단에서 사망자는 270명 이상 발생했고 부상자도 2600명을 넘어섰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집계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17일에는 수단에서 미국 외교관 차량이 공격받는 상황이 발생했다. 에이단 오하라 유럽연합(EU) 대사는 수도 하르툼에 있는 관저에서 공격받았다. 정부군과 RSF는 18일 오후 6시부터 24시간 휴전에 합의했지만, 이후에도 산발적 전투가 이어지고 있다. 수단은 긴 침략과 독재의 역사로부터 자유를 얻은 지 불과 3년여 만에 또다시 혼돈으로 빠져든 상황이다.
양측의 짧은 휴전 합의는 부상자 후송 등 인도주의적 목적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현지의 혼란으로 인해 구호 활동도 큰 지장을 받고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현재 수단에는 보건 의료 시설과 물, 위생과 관련된 공공 시설 등이 공격받아 파괴됐다. 하르툼과 북부 바흐리 등에서는 폭탄과 포격 공격으로 인해 병원 9곳이 문을 닫았다.
아프리카에서 세 번째로 큰 나라인 수단은 지정학적 위치 등으로 인해 비극적인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 아프리카의 젖줄인 나일강과 그 지류인 청나일, 백나일이 국토에 걸쳐 흐르며, 동쪽으로는 홍해와 통한다. 북쪽 이집트와 리비아, 서쪽 차드, 남동쪽 에티오피아 등 각국을 접하고 있다.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제국주의를 비롯해 각국의 침략과 간섭을 받았다. 1956년 독립했지만 쿠데타가 빈발하며 내전으로 이어졌다. 2차 수단 내전은 1983년부터 22년간 이어진 끝에 남수단의 분리 독립으로 이어졌다.
쿠데타로 집권한 오마르 알바시르가 2019년까지 30년간 집권하면서 강경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과 결탁해 가혹한 인권 탄압을 저질렀다. 경제 실정으로 수단은 최빈곤국으로 전락했다. 알바시르가 축출되고 군부와 시민사회 중심의 과도정부가 수립될 때 국민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결국엔 제대로 된 정부 하나 세우지 못한 채 정부군과 RSF가 서로 총부리를 겨누는 내전으로 치닫게 됐다. 황재득씨는 “알바시르의 철권 독재를 몰아낼 때 정부군과 RSF가 힘을 모았지만 권력의 속성상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으리라고 수단인들은 우려하고 있었다. 이제는 공항도 반군에 점령돼 나라 밖으로 나가기도, 국제기구나 다른 나라의 중재를 기대하기도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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