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183] 토스카나 빵
소금은 제빵에서 매우 중요한 발효의 속도와 과정에 큰 역할을 한다. 또한 빵의 풍미를 높여주고, ‘골든 브라운(Golden Brown)’이라 불리는 특유의 먹음직스러운 색도 만들어준다. 이탈리아를 다녀보면 식사 때 제공되는 빵에 큰 감명을 받지 못한다. 특히 피렌체를 비롯한 토스카나 지역에서는 더 맛이 없다. 빵에 소금을 넣지 않기 때문이다. “염도가 강한 음식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등 여러 이유와 설이 있지만 가장 유력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야기는 12세기 경쟁도시 피사(Pisa)와의 분쟁 일화다. 바다에서 소금을 싣고 아르노(Arno)강을 따라 피렌체로 향하는 배를 바다와 가까운 피사에서 일방적으로 막아버린 사건이 있었다. 이후 피렌체는 소금에 고가의 세금을 요구하는 피사에 항복하는 대신, 제빵사들이 단결해 소금을 빼고 반죽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 지역에 수백 년간 무염빵의 전통이 이어진 것이다. ‘일반 빵(Panne Comune)’ 또는 ‘토스카나 빵(Panne Toscano)’이라고 부른다.
소금기가 없는 빵은 발효도 빠르지만 또 금세 말라버린다. 자연스럽게 딱딱해진 빵을 활용할 수 있는 요리들이 개발되었다. 마른 빵을 가루로 만들어서 토마토소스와 버무리고 마늘, 올리브오일, 바질 등을 첨가한 수프 ‘파파 알 포모도로(Pappa al Pomodoro)’가 대표적이다. 또한 이탈리아의 다른 지역과 다르게 토스카나 지역의 모듬 전채요리(Antipasto Misto)에는 프로슈토, 살라미, 머리고기 등과 함께 브루스케타(Bruschetta)가 꼭 나온다. 이 브루스케타 역시 얇게 자른 빵 위에 각종 토핑을 얹은, 역시 말라버린 빵을 이용한 레시피다.
토스카나 빵에는 소금기가 없으므로 찍어 먹는 올리브오일이나 함께 마시는 와인의 맛과 질을 판단하기 좋다. 파스타의 비중이 커서 이미 탄수화물이 충분한 이탈리아 요리에서 빵은 다양한 요리의 균형을 맞추는 보조 역할을 할 뿐이다. 바게트나 크루아상처럼 식사를 대신하는 빵이어서 그 자체의 맛과 질감이 중요한 프랑스의 빵들과는 다른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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