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앞에 장사 있다… 35세 커쇼, 200승

성진혁 기자 2023. 4. 2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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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수호신, 16시즌 만에 대기록
LA 다저스 클레이턴 커쇼가 19일 뉴욕 메츠와 벌인 MLB 홈 경기 7회 초 2사 1·3루 위기에서 토미 팸을 삼진으로 잡아내고 포효하고 있다. 3-0으로 앞선 채 7회를 끝으로 마운드를 내려간 커쇼는 다저스가 5대0으로 승리하며 통산 200승을 거뒀다. /AP 연합뉴스

LA 다저스 클레이턴 커쇼(35)가 MLB(미 프로야구) 통산 200승을 달성했다. 현역 선수 중 네 번째이며 역대 121번째 ‘200승 투수 클럽’에 가입했다. 전 다저스 감독 토미 라소다(2021년 별세)는 “세상에는 3가지 유형의 선수가 있다. 일을 이뤄내는 선수과 그걸 바라보는 선수, 그리고 그저 감탄하는 선수”라고 말한 적이 있다. 커쇼는 첫 번째 유형인 셈이다. 그는 데뷔 후 16년째 줄곧 다저스에서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역대 121번째 200승…현역 네 번째

커쇼는 19일 뉴욕 메츠와 벌인 홈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팀의 5대0 승리에 앞장섰다. 안타는 3개만 내줬고, 사사구 없이 삼진 9개를 잡았다. 올해 세 번째 승리(3승1패·평균자책점 2.52). 통산 200승(88패·평균자책점 2.48)이었다. 현역 선수 중 200승은 뉴욕 메츠 저스틴 벌랜더(40·244승), 캔자스시티 로열스 잭 그레인키(40·223승), 뉴욕 메츠 맥스 셔저(39·203승)가 있다. 커쇼는 승률(0.694)만 따지면 200승 이상 현역 투수 중 가장 높다.

커쇼는 이날 1회초 시작하자마자 우익수가 실책을 저질러 노아웃 3루를 허용했다. 그러나 후속 세 타자를 내리 삼진으로 잡아 위기를 탈출했다. 7회엔 2사 후 연속 안타를 맞아 2사 1-3루에 몰렸지만 토미 팸(35)에게 86마일(138㎞) 슬라이더를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다. 삼진으로 이닝을 마무리하자 커쇼는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고, 4만6884명 관중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커쇼는 전성기이던 2010년대 초중반 시속 155㎞ 안팎 강속구(주로 포심 직구)에 폭포수 커브를 장착, 무적(無敵)으로 위용을 떨쳤다. 2014년엔 21승(3패) 평균자책점 1.77, 2015년엔 16승(7패)에 301탈삼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월이 가면서 구속이 하락했다. 이날도 직구 최고 구속은 148㎞ 정도. 전 같은 ‘공포의 아우라(aura)’는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럼에도 그는 건재하다. 2021년 6승(2패) 3.55로 성적이 떨어졌지만 지난해 12승 3패 2.28로 재기에 성공했다. 올해도 순항 중이다. 다저스 투수코치 마크 프라이어(43)는 “커쇼는 이제 경력(career)의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힘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수싸움으로 타자를 돌려세우고 후배들에겐 ‘멘토(mentor)’를 자처한다. 팀 내 젊은 투수들은 커쇼를 맏형처럼 따른다고 한다.

커쇼에겐 이제 3000탈삼진 클럽이 눈앞에 있다. 이날까지 2833삼진을 올려 역대 22위(현역 4위). 3000탈삼진은 놀런 라이언(5714개)을 비롯해 19명만 달성한 금자탑이다. 미 야구 통계 사이트(브룩스베이스볼)에 따르면 커쇼는 이날까지 메이저리그에서 4만2139개 공을 던졌다. 55.3%가 포심 직구, 28.4%가 슬라이더, 커브 14.1% 등이었다.

◇오타니는 저지와 대포 대결... 판정승

19일 경기전 오타니가 배팅 연습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커쇼가 업적을 달성한 날, 또 다른 ‘미래의 전설’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는 뉴욕 양키스와 원정 경기에서 2점 홈런을 쐈다. 이날은 양키스타디움이 생긴 지 100년 되는 날. 100년 전 개장일에는 양키스 베이브 루스가 3점 홈런을 뽑은 바 있다. 100년 뒤 같은 날에 루스처럼 투타 겸업 양수겸장을 하는 오타니가 홈런을 날렸다. 오타니는 이날 시즌 4호 홈런을 포함해 3타수 1안타 2타점 2득점 1도루로 활약하며 팀의 5대2 승리를 이끌었다.

반면 지난해 62홈런을 쳐 루스(60홈런)·로저 매리스(61홈런)와 더불어 ‘양키스 60 클럽’ 회원 자격을 얻었던 애런 저지(31)는 3타수 무안타(1타점)에 그쳤다. ‘루스의 후예들’ 대결에서 판정패한 셈. 현 양키스타디움은 2009년 새로 지은 구장으로 이름만 같을 뿐, 루스가 뛰던 그 구장은 아니다. 위치는 바로 옆이다.

오타니와 루스는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 100이닝 투구·200타석 이상을 동시에 소화한 유이(唯二)한 선수들이다. 루스는 1914년 메이저리그에 데뷔, 1930년까지 투수로 163경기 94승46패(평균자책점 2.28)를 기록했고, 타자로는 통산 714홈런(2873안타·타율 0.342)을 쳤다. 오타니는 일본 리그를 거쳐 2018년 메이저리그에 입성, 투수로 30승14패(67경기·평균자책점 2.84), 타자로는 597경기 131홈런(548안타·타율 0.268)을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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