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젊은 거장’의 비결?… “시나리오 딱 한 번만 읽게 했다”
자신의 영화 두 편이 모두 칸 영화제에서 입상하면 어떤 기분일까. 벨기에 영화감독 뤼카스 돈트(31)가 바로 그런 경우다. 2018년 데뷔작 ‘걸(Girl)’로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2관왕에 올랐다. 지난해 두 번째 영화 ‘클로즈(Close)’는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 배우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받은 해였다. ‘칸의 젊은 거장’인 그가 다음 달 3일 ‘클로즈’ 국내 개봉을 앞두고 영상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박찬욱 감독의 초기작부터 꾸준하게 본 오랜 팬”이라며 “감각적이면서도 서사와 반전을 통해서 캐릭터에 몰입하게 하는 매력이 있어서 학생처럼 배우는 입장”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발레리나를 꿈꾸는 16세 소년(‘걸’)이나 열세 살 동갑내기 두 소년의 우정과 갈등(‘클로즈’)처럼 사춘기와 성(性) 정체성은 그의 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들이다. 돈트는 “전편이 여성성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이번 영화는 종이 한 장에 ‘남성성’이라고 적고서 시작했다. 그런 점에서 두 영화는 짝을 이룬다”고 했다. 유년 시절 그의 꿈도 무용수였다. 하지만 그는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학교 친구들의 괴롭힘과 놀림 때문에 꿈을 접었다”고 고백했다. 그의 영화에는 자전적 요소들이 조금씩 담겨 있는 셈이다.
‘클로즈’에서도 단짝 친구인 레오와 레미는 우정과 애정의 미묘한 경계를 연신 넘나든다. 주변 친구들에게 관계를 의심받자 거리를 두려 하지만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다. 그런 점에서 그의 영화는 지극히 내면적인 동시에 논쟁적이다. 하지만 돈트 감독은 성(性) 정체성이 영화의 주된 내용은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남자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또래 집단에 대한 소속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기에 자칫 소외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인해 솔직하기 힘든 내적 갈등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연기 경험이 없는 두 아역 배우들과 촬영하다 보니 연출 방식과 연기 지도 역시 아무래도 다른 영화들과 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박찬욱 감독은 배우들과 와인도 마시면서 대화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13세 소년들과 와인 대신에 팬케이크를 엄청 먹으면서 이야기했다. 그래서 영화를 마치고 살이 많이 쪘다”며 웃었다. 또한 “초반기에 아이들에게 시나리오를 한 번만 읽게 하고서 덮었다. 정답을 주기보다는 아역 배우들이 스스로 상상력을 발휘해서 캐릭터를 탐구하고 답을 구할 수 있도록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차기작은 어른들이 나오는 영화를 구상 중이다. 그는 “한국 콘텐츠와 영화의 오랜 팬”이라며 “만약 한국에서 일할 기회가 생긴다면 저 자신을 발전시킬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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