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정서 넘어... 한국 최대 음원 차트에 첫 진입한 일본 노래
“겟콘시테(結婚して·결혼해 줘)!”
지난 13일 오후 8시 서울 마포구 공연장 ‘무신사 개러지’. 무대에 선 일본 가수 이마세(Imase)가 객석 여기저기서 터진 일본어 함성에 함박 웃음을 터뜨렸다. 이날 그의 첫 내한 쇼케이스를 보러 한국 팬 500여 명이 모였다. 이마세는 곡 ‘나이트 댄서’로 최근 국내 음원 차트 멜론 톱100 17위, 일간 해외종합차트 2위까지 올랐다. 제이팝 가수가 이 차트에 진입한 것 자체가 최초의 기록이다.
그간 국내 음원 차트는 반일 정서 때문에 J팝이 높은 성적을 내기 어렵다고 여겨졌다. 국내 일본어 CD의 판매·유통이 정식 허용된 건 일본 대중문화 개방 정책이 이어진 2004년부터. 당시 가요계에선 1990년대부터 해적판 CD까지 양산하며 이어진 서던 올 스타즈, 곤도 마사히코, 엑스 재팬 등 일본 음악 인기가 국내시장을 잠식할 거란 우려까지 나왔다. 하지만 개방 후 예측은 빗나갔다. 특히 K팝이 선전하면서 한국 음악의 일본 수출액은 2016년 2억7729만달러 규모로 일본 음악 수입액 291만달러의 약 100배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이마세처럼 J팝에 좀처럼 열리지 않던 한국 시장 문을 조금씩 여는 이가 늘고 있다. 18일 기준 한국 인기 유튜브 뮤직 주간 차트 상위 20위에도 13위 래드윔프스의 ‘스즈메(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 OST)’, 17위 아이묭 ‘사랑을 전하고 싶다던가(愛を伝えたいだとか)’, 19위 켄시 요네즈 ‘킥 백(KICK BACK)’ 등이 올라 있다.
원인으로는 가장 먼저 ‘한일 음원 유통 경로의 변화’가 꼽힌다. 10·20대를 중심으로 짧은 영상을 공유하는 숏폼 플랫폼 ‘틱톡’ 등 소셜미디어를 통한 음원 소비가 대폭 는 것이 차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최근 한국에서 집계된 음원 차트에서 선전 중인 J팝 대다수는 소셜미디어에서 먼저 인기를 얻은 후 순위권에 유입됐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이마세의 ‘나이트 댄서’는 지난해 8월 발표됐지만, 올 초 틱톡에서 이 음악을 쓴 춤 영상이 인기를 끌며 조회 수가 12억회에 달하고서야 국내 음원 차트에 등장했다. 최근 ‘스즈메의 문단속’ ‘더 퍼스트 슬램덩크’ 등 일본 애니메이션 열풍, 일본인 호스트를 따라해 77만 유튜버가 된 ‘다나카’ 인기 등도 J팝 친숙도를 높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J팝이 국내 주류 장르로 부흥했다고 보는 건 시기상조란 의견이 대다수다. 정덕현 평론가는 “최근 J팝 말고도 베트남팝도 소셜미디어를 발판 삼아 국내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개성 있는 취향을 선호하는 최근 젊은 층이 전에 없던 신선한 음악으로 이들을 소비하고 있다고 보는 게 더 맞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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