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 장발족
장발장 영감 말고 머리카락 치렁한 장발족. 단골 이발소 미용실은 ‘버르장머리’. 삭발도 그렇지만 장발도 일종의 반항과 저항의 표현이라지. 나도 그간 내버려 뒀더니만 머리가 어세부세 자라 귀를 덮었다. 수컷 공작과 수컷 긴꼬리닭은 제 몸의 두 배나 되는 꽁지를 끌고 다니는데, 사람으로 치자면 장발족. 극락조라 불리는 풍조 수컷도 긴 꽁지를 휘날리며 구애 행동을 한다지. 문득 사내 냄새 풀풀 풍기는 장발의 사진작가가 떠올라. 소설가 로버트 제임스 월러의 원작보다 영화로 더 잘 알려진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나흘간의 사랑을 나눈 이후 무려 22년간 연락도 없이 지내지만 둘은 죽을 때 이 짧은 사랑만을 기억한다는 내용.
동네 사람들은 이 낯선 이방인을 품평하길, “저 자는 사진작가라더군. 오늘 아침에 호그백 다리에서 온갖 종류 카메라를 들고 다니더군.” “저 긴 머리를 봐. 꼭 비틀스 멤버 같구먼. 아니면 거 뭐라더라? 히피족이라던가?” 테이블에 앉아 있던 주민들이 웃어대. 그러나 여주인공은 외지인 사진작가의 일거수일투족, 긴 머리카락 장발도 매력 포인트로 느껴져. 마음을 다잡으려 해도 자꾸자꾸 빠져들고 만다.
세계의 3대 거짓말이 있는데, 장사꾼이 팔아도 남는 게 없단 소리, 짜장면 가게에 독촉 전화를 넣으면 방금 출발했다는 대답, 또 입만 열면 “늙으믄 얼른 죽어야써” 새하얀 머리를 탓하는 늙은이의 푸념. 정작 시커먼스 검은색 ‘염색’ 품앗이를 해주면서 경로당이 시끌벅적해. “10년이 뭐여 20년은 젊어졌소잉!” 이 말이 최대치의 칭찬. 새까만 머리카락으로 변모한 할매의 머리칼을 쓰다듬는 할배. 예전에 뽀글뽀글 파마도 할매들이 모여 직접 하고는 그랬다. ‘야매 미용사’가 동네마다 있었어. 학창 시절 내내 ‘바리캉’으로 두발 단속을 당했다. 군대에 가선 해병대도 아니면서 거의 민둥산 빡빡머리. 비즈니스 때문에(?) 목욕이나 머리 감기를 않는 ‘전업 거지’ 말고는 자주 빗질을 하게 된다. 연인들은 서로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빗질해. 다섯 손가락은 하늘이 준 헤어브러시 ‘빗’이야.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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