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현장] 이미 7년이라는 시간을 그냥 흘려보냈다

조민희 기자 2023. 4. 2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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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이 맹렬한 기세로 확산되던 지난해 5월 부산 영도구 동삼동 부산국제크루즈터미널에는 뜨거운 감탄이 쏟아져 나왔다. 우리나라 첫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195일간의 남극 항해를 마치고 귀국했기 때문이다. 이날 방문객들은 국내 기술로 건조된 아라온호 곳곳을 살펴보고 승무원으로부터 아라온호의 활약상을 들으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2009년 건조돼 2010년 진수된 아라온호는 남극에서도 지구온난화에 가장 취약한 곳으로 알려진 서남극해 스웨이츠 빙붕 아래의 바다를 관측하는 데 성공하는 등 큰 성과를 냈다. 부산국제크루즈터미널에서의 휴식과 재정비도 잠시, 아라온호는 그해 7월 북극으로 출항했다. 당시 14살이었던 아라온호는 남극 연구활동은 물론 남극 세종과학기지와 장보고과학기지 물자 공급을 위한 항해, 북극해 연구활동까지 전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는 너무 바쁜 아라온호를 대신해 북극연구를 전담할 친환경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에 나섰다. 2026년까지 2774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1만5450t 급 차세대 쇄빙선을 개발할 예정이다.

차세대 쇄빙선은 아라온호의 아쉬운 점을 보강해 북극점 탐사 북극해항로 개척 등 북극 연구의 주인공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내놓은 ‘극지활동 진흥 기본계획’에 ▷남·북극 미지의 영역탐사확대 ▷기후 환경문제 해결주도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극지 산업 기반 마련 ▷다원적 국내외 협력 생태계 조성 ▷참여하고 소통하는 극지활동 강화 등 5대 추진전략을 담았다. 북극해항로는 말라카해협-수에즈 운하로 이어지는 현재 항로를 3분의 1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줄인다. 또 북극해의 수산물 생산량은 전세계 어획량의 37%, 미채굴 석유량의 13%, 천연가스의 3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2쇄빙선의 건조 및 진수를 앞두고 있는 만큼 모항지 선정을 비롯한 극지 플랫폼 조성이 다음 과제로 떠올랐다. 부산은 7년 전인 2016년 북극교류협력센터 북극산업지원센터 극지기술실증연구센터 극지체험교육관 극지물류보관시설 등을 내용으로 하는 극지타운 세부계획안을 이미 마련했다. 남구 용호만에 2만3000㎡ 규모의 부지도 확보해놨다. 그런데도 그간 정부의 예산 지원 우선 순위에서 밀리고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사업 추진이 정체돼 있는 상태다. 최근 몇 년 동안은 부산에서조차 언급이 거의 되지 않을 정도로 관심에서 멀어져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7일 부산 연제구 시의회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2023 극지타운 시민공청회’는 북극을 포함한 극지의 중요성과 부산극지타운 조성의 당위성 및 의미 등을 되새기는 뜻 깊은 자리였다. 극지 연구 등 관련 전문가들은 ▷천혜의 지리적 이점을 비롯해 ▷국내 최고의 해양수산 연구기관이 몰려 있는 해양클러스터 ▷극지 관련 국제협력을 꾀할 수 있는 국제도시 ▷물류 및 운송 등을 위한 항만·항공·교통 인프라 등을 갖춘 부산이 ‘극지 플랫폼의 적격지’라는 점에 한 목소리를 냈다. 또 정치권을 비롯한 관·학·연 사회단체 등 각계각층 참석자들은 부산극지타운 조성을 열망하고 한마음으로 관련 예산 확보 등 절차 추진에 힘쓸 것을 약속했다.

육지의 한계와 자국 우선주의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극지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북극은 남극과 달리 연안국이 있어 스웨덴 노르웨이 등 인접 국가의 영향력이 크고 우리나라 같은 비인접 국가는 활동에 제약이 많다. 그만큼 연구·개발·국제협력·산업지원·홍보 및 체험·교육·물류시설 등을 갖춘 극지플랫폼이 하루 빨리 조성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미 7년이라는 세월을 그냥 흘려보냈다. 부산시는 시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더는 어영부영해서는 안 된다. 부산에 극지플랫폼 조성을 위한 예산 확보 작업에 조속히 착수해야 한다. 부산 영도구로 이전한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의 부속 기관 극지연구소의 부산 이전 작업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정부 역시 이에 맞춰 부산 극지타운 조성을 위한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더는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조민희 해양수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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