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하고 불안한 청춘의 자화상은 ‘근긴장 이상증’ 증세가 아니었을까
20세기 초에 활동한 오스트리아 화가 에곤 실레(1890~1918년)는 당시 전 세계를 강타한 스페인 독감으로 28세에 요절했다. 그림은 강렬함과 생동감으로 짧은 활동 기간에 긴 여운을 남겼다. 실레는 어렸을 때 이상한 아이로 여겨질 정도로 내성적이고 지독한 나르시시스트였다고 한다. 그는 누드화를 많이 그렸는데, 형상 왜곡과 뒤틀린 선, 어둡고 적나라한 표현으로 사람들을 거북하게 했다. 상당수 그림은 외설로 간주되어 압수당하기도 했다.
실레는 뒤틀린 목과 삐딱한 자세의 자화상을 많이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22세에 그린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에서도 고개는 삐딱하고 시선은 불안하고, 누군가를 째려본다. 100년이 지난 요즘, 이런 실레 특유의 자화상은 저항과 청춘의 상징이 되어 MZ세대의 휴대폰 홈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 실레는 저돌적인 느낌의 셀카 원조라고 한다.
의학계에서는 그 뒤틀린 자세를 두고 실레가 근긴장이상증(dystonia)을 앓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런 자세가 근긴장이상증 환자에게서 흔히 보이기 때문이다. 박진석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이는 근육의 비정상적 수축으로 손발이 꼬인다거나 과도하게 뻣뻣해지는 운동 이상 질환”이라며 “대개 특별한 이유 없이 발생하고, 목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경추성이나 손등이 뒤틀리는 식의 신체 일부에만 발생하는 근긴장이상증도 있다”고 말했다.
박진석 교수는 “감염이나 뇌 손상 등에 의한 이차성으로 올 수 있다”며 “의심스러우면 뇌와 척추 MRI, 근전도 검사 등을 해야 하고, 가족력이 있는 경우 유전자 검사도 한다”고 말했다. 이상 움직임에 대한 치료제로는 신경전달물질 작용 약물이나 근육 경련을 마비시키는 보톡스 주사가 쓰인다.
실레는 스페인 독감이 돌던 시절 목이 바로 선 자세의 자신과 아내, 아이가 나오는 가족 누드화를 그렸다. 그게 마지막 자화상이 됐다. 뒤틀린 자세는 그가 의도한 저항의 상징이었지 싶다. 삐딱하니까 청춘인데, 간혹 질병으로 삐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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