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게 있어야 질문도 술술… 책 많이 본 아이가 챗GPT 잘 쓸 겁니다”

조유라 기자 2023. 4. 2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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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영 교수의 학습 활용법 Q&A
초등학생 학습엔 되레 방해 되기도
검증된 지식 기반으로 질문 던지고, 생성된 답변 재구성할 수 있어야
거짓 답변 가능성 있어 의존은 금물
17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정제영 교육학과 교수가 자신의 저서 ‘챗GPT 교육혁명’을 들고 챗GPT를 활용한 교육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정 교수는 “챗GPT는 생활 지도에서 학습 지원까지 폭넓게 활용되지만 ‘보조 교사’일 뿐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챗GPT는 생활 지도에서 학습 지원까지 폭넓게 활용되지만 ‘보조 교사’일 뿐이다. 이를 올바르게 활용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17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만난 정제영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에서 내준 과제를 챗GPT로 하는 등 과도하게 의존해서는 제대로 된 학습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교육 분야 인공지능(AI) 윤리’ 설계자이자 AI 활용 교육 전문가인 정 교수는 최근 이화여대 미래교육연구소 소속 조현명, 황재운, 문명현 연구교수, 김인재 연구원과 함께 ‘챗GPT 교육혁명’이라는 책을 펴냈다. 정 교수와 함께 학부모가 자녀의 교육에서 챗GPT를 활용할 때의 주의점과 ‘팁’을 정리해 봤다.

● 챗GPT 활용은 중고교생부터

―챗GPT는 어떤 프로그램인가.

“질문에 대해서 문장 형태로 답을 만들어내 주는 AI 기술로 흔히 ‘생성형 AI’라고 한다. 그동안 많은 AI 기술이 나왔지만 일반 시민들이 사용하는 기술은 많지 않았다. 2016년 나온 알파고는 바둑에 한정됐지만 챗GPT는 누구나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의 AI와는 완전히 다르다. 교육 현장에서 AI를 활용하는 시점이 5∼10년 사이에 올 것이란 예측이 많았지만 그 시기가 크게 앞당겨진 것이다.”

―모든 연령대의 학생이 챗GPT를 학습에 활용해도 되나.

“아니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팀은 만 13세 이상∼만 18세 미만은 부모 등 보호자의 관리하에 사용하라고 권한다. 만 13세 미만 초등학생은 챗GPT를 활용하지 않는 게 낫다. 학습에서는 사고 과정이 중요한데, 챗GPT는 너무 빨리 답을 내놓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어린 학생들에게는 학습에 방해가 될 수 있다.”

● 좋은 질문 위해서는 독서가 기본

―챗GPT를 잘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질문을 잘해야 한다. 기존에는 정답을 암기하는 능력이 중요했다. 그러나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일반화된 시대에는 지식을 적용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지식을 적용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지식을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바로 질문하는 능력이다.”

―질문을 잘하기 위한 비법이 있다면….

“역설적으로 독서를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 좋은 질문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어느 수준 이상의 지식이 있어야 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이 없다면 챗GPT가 내놓은 답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챗GPT에게 ‘삼국시대 이순신 장군의 역할은 무엇이었는지’를 질문하면 답을 한다.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거다. 이순신 장군이 조선시대 사람이라는 기본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만 챗GPT를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질문을 하고, 챗GPT가 내놓은 답을 확인해 보고, 이를 다시 자신의 방식으로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재구성 역량은 기존에 검증된 지식인 ‘책’을 바탕으로 연습을 하는 수밖에 없다.”

―챗GPT를 학습에 활용할 때 주의점은….


“챗GPT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챗GPT는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을 늘 유의해야 한다. 챗GPT는 학습 과정에서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을 때 힌트를 주는 역할 정도로 생각해야지, 해답을 주는 용도로 활용하면 안 된다. 학부모 등 보호자가 함께 사용하고 지도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판단력이나 인지력이 완전히 성숙하지 못한 미성년자가 혼자 챗GPT를 사용하게 되면 잘못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 생활 지도까지 활용 가능

―챗GPT를 이용해 가정에서 자녀를 지도한다면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

“두 가지 측면에서 활용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생활 지도다. 사춘기 아이들은 부모와 스마트폰 활용 등을 두고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제3자의 개입 없이는 갈등 해결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별도의 상담을 받으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이런 때에 챗GPT에게 아이와 함께 조언을 구해 보는 것이다. ‘자녀가 대화를 잘 안 하는데 어떻게 하나’를 물어보면 ‘아이의 상황을 잘 살피고 아이가 말하고 싶어 하는 때를 잘 잡으라’는 식으로 조언을 해 준다. 챗GPT를 매개로 자녀와 대화를 해 보기를 권한다.

두 번째는 학습 지원이다. 학부모가 자녀의 학습 계획을 짜는 건 쉽지 않다. 이때 챗GPT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수학의 분수 개념을 배울 때 효과적인 방법을 알려달라고 질문하면 ‘분수 개념의 이해를 위한 시각적 도구를 활용, 그림으로 분수 개념 설명, 게임을 활용한 학습, 실생활에서의 분수 활용’ 등의 다양한 교수법을 제시한다. 자녀가 공부하는 내용에 대해 학부모와 아이가 함께 답을 살펴보는 과정도 추천한다.”

―교과 학습에도 챗GPT를 활용할 수 있을까.

“가능하다. 챗GPT는 서술형 AI이기 때문에 외국어 등 글을 통한 학습이 이뤄지는 교과에 적합하다. 영어 문법, 단어의 의미와 사용 방법 등 외국어 학습의 모든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He is going to the store(그는 상점에 가고 있다)’와 같은 문장을 입력하면 챗GPT가 문장의 주어, 동사, 목적어를 인식하고 문장 구성과 문법 규칙까지 설명한다.

작문 공부를 할 때에도 이용할 수 있다. 영어로 글을 쓰고 이를 챗GPT에게 첨삭해 달라고 하면 사소한 뉘앙스까지 반영해서 글을 수정한다. 과학 과목에서도 특정 개념이나 실험 방법을 묻는 경우 자세한 부분까지 설명을 얻을 수 있다.

챗GPT를 통한 학습이 효과적인 과목으로는 코딩도 있다. 스스로 코드를 짜 보고 이를 챗GPT에게 검증해 달라고 하면 빠르게 오류를 잡아 낸다. 챗GPT의 답을 보고 스스로 짠 코드의 오류가 왜 발생했는지를 확인하는 식으로 코딩 공부를 할 수 있다. 그 대신 챗GPT에게 특정 코드를 짜 달라고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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