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직불금, 2027년 5兆로 늘리고… 청년농 3만명 육성한다
정부가 농업직불제 관련 예산을 내년에 3조원 이상으로 늘리고, 2027년엔 5조원 수준까지 늘리기로 했다. 농업직불제(農業直拂制)란 정부가 농가에 보조금을 직접 지원해 농촌 생태계를 유지하고, 식량 공급을 안정화하면서, 합리적인 가격에 농산물이 유통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말한다. 정부는 이번에 농업직불제 예산을 늘리면서, 중소농의 소득을 안정시키고 쌀 외 다른 작물들 자급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반적인 제도 개편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6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농업직불제 확대·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작년 7월 120대 국정 과제에서 농업직불제 관련 예산을 5조원 수준으로 확대하는 정책을 내놨는데, 이번에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밝힌 셈이다.
◇농가별 수입·매출부터 파악
정부는 먼저 농가의 경영 안정화를 위해 농가별 수입과 매출을 파악하는 시스템부터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농가의 실제 수입과 매출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변동하는 경우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을 도입한다는 뜻이다. 정부는 올해 안에 구체적인 프로그램 도입 방안을 마련한 뒤 시범 사업을 거쳐 단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사업자 등록을 마치고 소득 신고를 하는 농업인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까지 검토한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농업직불제 가운데 소규모 농가에 일정 금액을 지원하거나 농가가 소유한 농지 면적에 비례해 지급하는 기본직불금은 중소농의 소득 안정에 초점을 맞춰 개편한다. 정부는 올해부터 2년간 연구 용역을 거쳐 기본직불금의 소득 안정 효과를 분석하고 제도 개선안을 마련한 뒤, 2025년부터 2029년까지 시행할 예정인 기본직불금 기본 계획에 반영할 방침이다. 그 과정에서 농가들이 농업의 공익 기능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기본직불금 수혜 농가 준수 사항들을 개선하기로 했다.
◇농촌의 안정적 세대 전환도 지원
정부는 또 농촌의 세대 전환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제반 제도를 정비하기로 했다. 고령농이 농지를 임대하거나 매도하는 경우 모두 경영이양직불금을 지급하던 방식에서, 농지은행에 농지를 매도하고 농사 활동에서 은퇴하는 경우에만 직불금을 주는 방식으로 개편한다. 고령농에게 매입한 농지는 청년농에게 최우선 지급되고, 청년농이 초기 소득 불안정을 겪지 않도록 지급하는 영농정착지원금도 작년 80만~100만원에서 올해 90만~110만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청년농 3만명을 차질 없이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가루쌀, 밀·콩 등 전략 작물 지원 강화
한편 정부는 쌀 이외 다른 작물들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농업직불제 가운데 가루쌀이나 밀, 콩 등 전략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지급하는 전략작물직불금을 올해 도입한 가운데, 직불금 지급을 확대해 나가며 전략 작물 유통과 가공 사업에 대한 지원도 강화하는 내용의 청사진을 그렸다. 이를 통해 가루쌀 재배 면적을 작년 100ha에서 2026년 4만2100ha로 421배로 늘리고, 밀과 콩 전문 생산 단지는 각각 작년 7000ha에서 2027년에 2만1000ha, 1만4000ha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에 더해 더욱 친환경적인 농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사업도 추진한다. 논에 물을 대는 경종과 가축을 키우는 축산 분야가 농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원 가운데 95.5%에 달하는 만큼, 이 분야들을 중심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는 활동을 하면 이에 따른 비용을 보전해 주는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올해 중 도입 방안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시범 사업을 거쳐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친환경직불금은 기존 친환경 농가들을 규모화하고, 인근 농가들로의 기술 이전을 유도해 집적화하는 방식으로 개편해 나간다.
정부는 이 같은 정책을 통해 농업 정책 기조로 삼은 식량 주권 확보와 미래 농식품 산업 육성, 농가 경영 안전망 강화, 안심 먹거리 공급 체계 구축, 그리고 쾌적하고 매력적인 농촌 공간 조성 등을 달성할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농업직불제 확대·개편은 농가 경영 안정을 강화하고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며, 농업이 미래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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