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아마존이 뛰어든다… K웹툰에 거센 도전장

임경업 기자 2023. 4. 20. 03: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年 40%씩 성장, 2030년 80조원 시장… 네이버·카카오 긴장

한국이 종주국이자 전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웹툰에 애플, 아마존 같은 글로벌 빅테크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다.

빅테크의 웹툰 진출은 한국 기업과 작가들이 개척한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이 증명됐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10년 가까이 ‘웹툰의 글로벌화’에 공들인 네이버·카카오 입장에서는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 스페리컬 인사이트 앤드 컨설팅은 2021년 세계 웹툰 시장 규모는 47억달러(약 6조2000억원)이고, 연평균 40.8%씩 성장해 2030년 601억달러(약 8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애플, 아마존 웹툰 시장 진출

애플의 아이폰·아이패드에서 사용 가능한 전자책 플랫폼 애플북스에는 지난 14일(현지 시각) 일본 이용자를 대상으로 ‘세로로 읽는 만화’(縱讀みマンガ·다테요미만가) 메뉴가 신설됐다. 일본에선 옆으로 넘기는 만화책과 달리 위에서 아래로 스크롤을 내려 본다는 의미에서 웹툰을 ‘세로로 읽는 만화’라고 부른다. 한국 웹툰 제작사 케나즈가 20여 개 독점 웹툰을 공급하고, 향후 작품 수를 확대할 계획이다.

3월에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일본에서 ‘아마존 플립툰’이라는 이름으로 웹툰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마존 전자책 기기 킨들의 콘텐츠 장터에 접속하면 100여 개 작품이 일본어로 판매된다. 키다리스튜디오·레진코믹스 등 대부분 국내 업체의 콘텐츠다. 애플과 아마존 모두 세계 최대 만화 시장인 일본에서 디지털 만화책을 판매하지만, 한국 웹툰을 서비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애플과 아마존 모두 일본에서 가능성이 확인되면 글로벌 시장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 같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 같은 동영상 플랫폼 등은 다른 나라에서 만든 플랫폼과 콘텐츠 시장에 한국이 뛰어든 것이라면, 웹툰은 한국이 주도한 플랫폼과 콘텐츠 생태계에 해외 기업들이 진출했다는 차이가 있다. 웹툰의 산업화는 스마트폰 보급 초창기인 2010년부터 한국에서 본격화됐다. 작가들은 스마트폰 화면에 최적화된 스토리와 그림체로 웹툰을 그렸고, 네이버·다음·레진코믹스 등 기업들은 웹툰 유료화와 동시에 웹툰 전용 앱과 플랫폼을 내놓고 2014년 이후 해외 진출에 나섰다.

작년 2분기 기준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월간 이용자(MAU)는 8560만명에 달한다. 해외 이용자 비율은 76%, 미국 이용자가 1250만명이다. 지난해 네이버웹툰 소비자들은 콘텐츠 유료 구매에 1조6800억원을 썼다. 카카오는 만화 강국 일본에서 강세다. 카카오의 만화 플랫폼 픽코마는 지난해 애플·구글 앱장터 월간 매출 1위를 네 번 차지했다. 픽코마의 일본 웹툰 시장 점유율은 50%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마존도 ‘기다리면 무료’ 모델 도입

동양의 작은 콘텐츠 산업으로 여겨졌던 웹툰은 스마트폰에 익숙한 10~20대 사용자들과 만화에 친숙하지 않았던 여성들을 끌어들이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스위트홈’ ‘사내맞선’ 등이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면서 수익 모델도 다각화됐다. 뉴욕타임스도 지난해 미국 내 웹툰 인기를 조명하며 “웹툰은 Z세대와 여성들을 끌어모으는 새로운 콘텐츠 트렌드”라고 보도했다.

애플와 아마존의 웹툰 진출은 네이버·카카오는 물론 국내 스타트업에도 위협적이다. 예컨대 아마존은 국내 웹툰 업체들이 사용 중인 유료화 모델을 그대로 도입했다. ‘기다리면 무료’ 방식으로, 매주 무료 웹툰이 제공되지만 돈을 낸 사용자에게 최신화를 먼저 공개하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아마존은 스마트폰·태블릿PC 등 기기와 글로벌 플랫폼을 가진 기업”들이라며 “빅테크들이 자금력과 인프라를 동원하기 시작하면 해외시장을 선점한 국내 기업들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