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중국뿐… 14억 시장 다시 두드리는 우리 기업

류정 기자 2023. 4. 2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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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프닝 맞춰 각종 행사 총출동

18일 한화토탈에너지스는 중국 선전의 랑함 호텔에서 ‘고객 초청 기술 세미나’를 열었다. 지난 17일 개막한 아시아 최대 플라스틱 전시회 ‘차이나플라스 2023′에 참가한 VIP 고객사들을 따로 초청해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 행사로, 코로나 이후 중단됐던 것을 4년 만에 재개한 것이다.

LG화학, 롯데케미칼·롯데정밀화학, SK지오센트릭, 효성화학, 코오롱플라스틱도 고부가가치 제품을 들고 차이나플라스 행사에 참가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중국 봉쇄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업황이 크게 꺾였는데 중국 경제가 최근 리오프닝(코로나 봉쇄 해제)으로 반등하고 있다”며 “아시아 최대 시장을 다시 잡기 위해 몇 년 만에 대거 참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경제 반등에 대한 기대가 전 세계에 확산되면서 우리 기업들도 중국 시장 공략을 재개하고 있다.

◇중국 박람회·모터쇼 재개... 시장 재공략

18일(현지 시각) 블룸버그는 “중국의 소비 주도 성장이 세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면서 “세계 경제가 침체에 접어드는 상황에서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지난 1분기 4.5%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해 올해 5%대 성장이 전망된다. 특히 지난 3월 소매 판매 증가율은 2년 9개월 만의 최대인 10.6%로, 내수가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중 갈등으로 인한 공급망 분리, 중국의 자급자족형 경제 전환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기 둔화 상황에서 중국 경제의 역할이 커지는 것이다.

기업들은 중국 리오프닝에 맞춰 각종 중국 행사에 참가하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 18일 중국 최대 모터쇼 ‘오토 상하이 2023′에 5년 만에 참가했다. 대표 배터리 제품 프라이맥스 시리즈를 소개하면서, 최신 기술로 크기를 키운 지름 46mm인 원통형 배터리뿐 아니라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현황과 비전도 밝혔다. 삼성SDI 관계자는 “현재 중국 내 배터리 판매량은 미미하지만, 중국은 전기차 1위 시장으로 포기할 수 없는 곳”이라며 “멀리 보고 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지난 2일 상하이에 독일 뮌헨과 양대 기둥을 이루는 R&D 연구소를 설립했다.

중국에서 극심한 부진을 겪는 현대차도 재공략에 나섰다. 3년 만에 열린 상하이 모터쇼에 출전해 ‘더 뉴 아반떼 N’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고 고성능차 시장 진출을 알렸다. 또 중국 현지 전략 SUV 무파사도 처음 공개했다. 현대차그룹은 중국 판매량이 연간 179만대(2016년)에서 지난해 34만대까지 내려가 한때 ‘철수설’도 나왔지만, 신차를 계속 내놓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34만대만 해도 대규모 공장 하나를 돌릴 수 있는 수준으로, 한국GM의 작년 생산 규모(27만대)보다 크다”며 “한번 철수하면 못 들어가는 만큼 재기를 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포기할 수 없다

지난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중국을 찾아 톈진시 당서기를 면담하고, 베이징 중국발전고위급포럼(CDF)에 참석해 리창 총리 등 고위 관료와 만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그룹은 중국에 반도체·디스플레이·전장 부품 공장을 두고 있고,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 중 26%가 중국에서 발생했다”며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서도, 시장으로서도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태원 SK 회장도 지난달 4년 만에 중국 보아오포럼을 찾아 중국 고위 관료들과 만났다. SK그룹은 중국에 메모리 반도체, 낸드 플래시 반도체, 에틸렌 공장 등을 두고 있으며, 2021년 기준 그룹의 중국 매출 비율이 33%로, 북미(25%), 동남아(22%)보다 크게 높다. 최 회장은 포럼에서 “현재의 위기는 혼자 힘으로 풀 수 없다. 관계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LG화학은 최근 미국의 탈중국 배터리 공급망 구축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양극재 합작사를 운영 중인 중국 화유코발트와 2028년까지 새만금에 1조2000억원을 들여 전구체 공장을 추가로 짓기로 했다. 양극재의 재료가 되는 전구체는 미국이 IRA(인플레감축법) 배터리 조건에서 핵심 광물에 포함시키지 않은 점을 활용한 것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현재 한국 배터리 업계는 중국에 전구체를 거의 의존하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중국과 협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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