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는 쩐대였다… 피켓 든 당원 전부가 돈” 민주당내서도 실토

안규영 기자 2023. 4. 20. 03: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野내부서 전하는 ‘전대, 돈선거’ 실태
“원래 전당대회는 돈 안 쓰고는 못 치른다. 장소 대여부터 당원 동원, 대의원 식사 등 모든 게 돈.”(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때 한 캠프에서 일했던 보좌진)

“피켓을 들고 있는 당원 한 명 한 명이 전부 ‘돈’이다.”(지난해 전당대회에 참여한 관계자)

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는 가운데 당내에서도 “전당대회는 늘 ‘쩐당대회’였다”는 실태를 전하며 자성과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심이 핵심인 전당대회마다 암암리에 돈을 주고받아 온 ‘여의도 돈 선거’ 관습에 경종이 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당내 선거에도 윤리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 “‘전당대회=돈 선거’는 공식”

1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당대회 출마자는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지 못하는 대신에 최대 1억5000만 원의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돈은 문자메시지 비용이나 캠프 사무실 임차료 등으로 곧바로 소진될 때가 많다. 지난해 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했던 A 의원은 “후원금 받은 건 당원들에게 단체 문자메시지 몇 번 보내니 금방 거덜 나더라”라며 “그나마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돈을 덜 쓴 것”이라고 했다.

후보자가 직접 당원이나 지지자들에게 식사비, 수고비 등의 명목으로 돈을 지급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보니 이번 ‘돈봉투 의혹’처럼 후보자나 캠프 관계자들이 지역 사업가 등 외부로부터 자금 지원 유혹을 받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는 것. 지난해 민주당 전당대회에 관여했던 한 보좌관은 통화에서 “선거운동원들에게 본인 자비로 식사하고 전화를 돌리라고 할 순 없지 않으냐. 내 돈으로 팀원들 밥 먹이느라 통장이 마이너스가 됐을 지경”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민주당의 경우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한 명이 권리당원 60명에 달하는 표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에 후보자들이 대의원에게 공을 기울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 당직자는 “적은 수의 대의원이 사실상 선거를 좌우하기 때문에 이들의 표를 빼앗아 오기 위한 ‘출혈 경쟁’이 이뤄진다. ‘상대편에서 얼마를 풀었다더라’ ‘돈을 더 풀면 대의원 한 표가 더 온다’는 생각에 무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뇌물 아니라 실무자 용돈” 주장도

당내에서 현역 의원들에게 300만 원씩, 주요 당원들에게 50만 원씩 돌렸다는 이번 의혹을 두고 “뇌물이라기보다 실무자들 용돈 개념일 것”이라는 비상식적인 해명이 이어지는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19일 SBS 라디오에서 “50만 원은 사실 한 달 밥값도 안 되는 돈이다. 그래서 이 돈은 아마 실비이지 않을까 이런 예상은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장예찬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장 의원도 반지하 월세 산다고 홍보 많이 했는데 300만 원이면 몇 달 치 월세 아닌가. 국회의원 기득권에 물들어 300만 원 돈봉투를 우습게 여기는 모습, 실망스럽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인 민주당 정성호 의원도 전날 “(돈봉투 의혹) 금액이 대개 실무자들의 차비·기름값·식대 수준”이라고 했다가 비판이 쏟아지자 하루 만에 “‘부끄럽고 죄송하다’는 말을 하는 과정에서 돈의 사용처를 추측하면서 불필요한 얘기를 했다”며 사과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의도 바닥에선 선거 때마다 ‘형, 동생’ 하는 사이에서 편하게 돈봉투를 주고받는 잘못된 문화가 자리 잡았다. 그러다 보니 이번 사태에 대해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말들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조직이 아닌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를 겨루도록 선거제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전당대회 지원비를 당 차원에서 지급해 투명화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 들끓는 민주당 “송영길 어서 귀국하라”

당내에서 돈봉투 후폭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송영길 전 대표는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예정대로) 22일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발표하겠다”고만 했다.

당내에선 송 전 대표에게 조기 귀국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민주당 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가 조기 귀국하지 않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당은 가장 강력하고 엄중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했다.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도 성명서를 통해 “당 지도부는 수사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수사권이 없어 사실 규명에 한계가 있더라도 최선을 다해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