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건 스마트폰뿐인 삼성인데… 구글, 폴더블폰 참전
올 1분기(1~3월) 삼성전자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포인트 차이로 간신히 애플을 따돌린 것으로 18일(현지 시각) 나타났다. 갤럭시S23 시리즈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삼성을 턱밑까지 추격한 것이다. 같은 날 미국 경제 매체 CNBC는 구글이 오는 6월 첫 폴더블폰인 ‘픽셀 폴드’를 출시하며 삼성전자에 도전장을 내민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가 시장 77%를 장악한 폴더블폰 시장에 ‘오랜 파트너’인 구글이 직접 참전한 것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에 위기 신호가 잇따르고 있다. 지속되는 반도체 위기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회사 실적을 떠받치는 ‘구원투수’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애플·구글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게 된 것이다.
◇턱밑까지 추격한 애플
시장조사 업체 카날리스가 18일 내놓은 1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 자료를 보면, 애플의 위협이 잘 드러난다. 올 1분기 애플은 시장점유율(출하량 기준) 21%로 삼성(22%)을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작년 1분기 양사의 격차는 6%포인트(24%-18%)였다. 여기서 삼성은 2%포인트가 빠지고, 애플은 3%포인트가 오르면서 거의 맞붙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삼성전자에 매년 1분기는 ‘갤럭시의 계절’이다. 삼성이 대표 스마트폰인 갤럭시S 시리즈를 출시해 세계 시장을 휩쓰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매년 9월 새 아이폰을 내놓는 애플이 4분기(10~12월)마다 반짝 1등을 차지했다가, 다시 삼성에 1위를 돌려주는 시기다.
올 1분기 삼성전자는 갤럭시S23이 세계 주요 시장에서 전작(前作)보다 더 잘 팔리는 등 불황에도 선전했다고 밝혔는데, 애플도 판매량을 더 끌어올린 것이다. 지난해 9월에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 신제품 효과가 올해 1분기까지 길게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애플은 신형 아이폰이 나오면 이전 세대 아이폰 가격을 확 낮추며, 프리미엄과 중저가 시장을 모두 잡는 ‘쌍끌이 작전’을 편다. 실제로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집계한 작년 글로벌 스마트폰 베스트셀러 10위 통계를 보면 이 전략의 효과가 잘 드러난다. 10개 중 8개가 아이폰이었는데, 신제품인 아이폰14 시리즈뿐 아니라 아이폰12, 13시리즈 등 3개년에 걸친 모델이 두루 포진해 있었다. 나머지 2개는 삼성으로 프리미엄폰인 갤럭시S 대신 중저가형인 갤럭시A 시리즈 2종만 이름을 올렸다.
삼성 스마트폰 사업부는 최근 50만~60만원대 중저가 폰인 ‘갤럭시A’ 두 종을 내놓으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지난달 31일 출시한 갤럭시A34, 이달 초에 내놓은 A54다. A 시리즈는 수익은 박하지만, 매출과 출하량을 탄탄히 받치며 삼성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를 지켜주는 제품이다. 삼성은 또 갤럭시S23 시리즈도 구매 보조금을 크게 늘려, 사실상 ‘반값 수준’에 제품을 살 수 있도록 했다. 삼성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노태문 사장은 지난 1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현재 정체 상태인) 스마트폰 시장은 오는 7월부터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서서히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선점한 폴더블폰도 경쟁 격화
삼성이 새 먹거리로 삼은 폴더블폰 시장 역시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CNBC는 구글이 오는 5월 연례 개발자 행사인 ‘구글I/O’에서 첫 폴더블폰인 ‘픽셀 폴드’를 공개하고, 6월 중 출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내부 코드명 ‘펠릭스(Felix)’로 알려진 이 제품의 예상 가격은 1700달러(약 225만원)로, 삼성의 1799달러짜리 ‘갤럭시Z 폴드4′와 구매층이 겹친다. 책처럼 양옆으로 펼치는 형태로, 외부 화면은 5.8인치이고 내부는 7.6인치다. 디자인도 갤럭시Z폴드4(외부 6.2인치, 내부 7.6인치)와 유사하다.
안드로이드 OS(운영체제)는 물론 삼성의 폴더블폰용 소프트웨어 지원에 적극적이던 구글이 경쟁자가 되는 것은 삼성에 위협적이다. 구글은 기존 아이폰, 안드로이드폰의 보상 판매를 비롯해 픽셀 폴드 구매 시, 자체 스마트워치인 픽셀 워치를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애플도 2024년 폴더블 아이패드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폴더블폰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이에 맞서 화면을 두 번 접는 태블릿PC, 화면을 잡아당겨 늘리는 슬라이더폰 등을 내놓고 반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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