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 빨판은 ‘혀’

변희원 기자 2023. 4. 2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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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느끼는 수용체 단백질 있어
먹어도 되는지 아닌지 판단
문어 다리의 빨판이 인간의 혀처럼 맛을 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버드·UC샌디에이고 연구팀

문어 다리의 빨판이 인간의 혀처럼 맛을 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니컬러스 벨로노미 하버드대 분자세포생물학과 교수와 라이언 힙스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병원 신경과학과 교수 연구진은 최근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문어와 오징어 다리의 빨판에는 맛을 알아채는 수용체 단백질이 있다”고 밝혔다. 빨판을 통해서 바다에 사는 다른 생물을 감지한 뒤 먹어도 되는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문어와 오징어는 다른 동물과 달리 신경세포가 뇌보다 다리에 더 많이 집중됐다. 특히 다른 무척추 동물보다 지능이 뛰어난 문어의 경우, 다리마다 200개가 넘는 빨판이 달려 있고, 상대를 겨냥해 다리로 조개껍데기나 진흙도 던질 수 있다. 우리가 문어 ‘다리’라고 가리키는 부위를 영미권에서는 ‘팔’(arm)로 부른다.

연구진은 저온전자현미경으로 문어 다리의 빨판에 있는 화학촉각 수용체가 단백질 5개로 구성된 원통 구조임을 밝혀냈다. 수용체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 26개도 발견했다. 문어 빨판의 수용체 중 맛을 감지하는 수용체는 물에 녹지 않는 기름 분자에 결합했다. 문어의 알과 물고기 껍질이 물에 녹지 않는 성분이기 때문에 문어는 대상에 다리 빨판을 대서 먹이인지 자기의 알인지 구분할 수 있다.

문어와 오징어에 있는 빨판을 비교하는 연구도 진행됐다. 문어는 먹이를 직접 건드리는 방식으로 맛을 보는 데 반해 오징어는 빨판으로 물에 녹아 있는 성분의 맛을 본다. 여덟 개의 다리에 다 빨판이 있는 문어와 달리 오징어는 다리 열 개 중 빨판이 있는 두 개만 쓰고, 빨판 숫자도 문어보다 적기 때문에 물에 녹는 분자만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두 동물의 빨판이 다른 것은 먹이 사냥 방법과도 관련이 있다. 오징어는 주로 숨어 있다가 나와서 사냥을 하기 때문에 빨판으로 물 속에 녹아 있는 해로운 물질을 감지하고 피한다. 문어는 숨지 않고 적극적으로 돌아다니며 다리로 대상을 건드리며 사냥을 한다. 연구진은 “문어의 화학촉각 수용체가 더 정교하게 발달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다리로 물체를 구분하는 행동을 만들어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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