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 "韓 우크라 무기 제공 정책 변화? 판단 너무 이르다"
빅터 차 "러, 이미 韓 교전국으로 보고 있다…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무기 지원 가능성의 문을 열어둔 가운데, 실제 한국 정부의 정책 변화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미국 전문가의 견해가 나왔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엘렌 김 연구원은 19일(현지시간) 내주 윤 대통령의 국빈방미를 앞두고 실시한 전화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무기 지원 의향에 대해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한국시간으로 19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학살이라든지,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적 지원이나 재정적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전제가 있는 답변"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김 연구원도 "저는 한국의 정책 변화가 있을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보낼지 말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는 이 문제에 대해 일부 불안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분명히 (한국의) 야당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제공하는 것을 정말로 반대한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정책에) 변화가 있는지를 검토하고 판단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조건 하에 무기 제공 의향을 비쳤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회담 때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무기 지원 문제에 대해 "비공개로 논의할 수 있을지라도 이 문제가 공개적으로 제기되거나 부각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이것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전쟁이 남·북한이 직·간접적으로 양측을 지원하면서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의미부여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와 북한간 협력이 증대됨에 따라 한국은 우크라이나에서 빠져나가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미 국방부의 기밀문건 유출 사태가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 의향을 시사하는 요인이 됐다고 보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그것은 관련이 없는 것 같다. 한국은 문건 유출을 별개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유출된 문건은 한국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의 요청을 고려해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보다 직접적인 (무기)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어떻게 할지는 딜레마"라고 지적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인터뷰가 "그런 부분이 반영된 것이긴 하지만 (문건유출과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근 유출된 기밀문건에는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이 우크라이나 무기 제공에 대해 논의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문건에 따르면 이 전 비서관이 정부의 정책을 변경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는 것을 공식 천명하는 방안을 거론하자, 김 전 실장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회담과 무기 지원을 거래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폴란드에 포탄을 수출하고, 폴란드가 이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우회 지원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빅터 차 CSIS 부소장 겸 한국석좌는 "정보 유출은 이 문제에 대해 윤 대통령을 더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다른 견해를 보이면서도 두 정상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에 대해 "어떤 것도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분적으로 (윤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게 정상회담 시점과) 너무 가깝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차 석좌는 한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이 남북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남북관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남북관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매우 낮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은 이미 러시아에 살상 장비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이것을 러시아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 석좌는 또 한국의 대러시아 글로벌 제재 체제 참여와 미국 및 폴란드에 대한 군수품 판매 등으로 "러시아는 이미 한국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교전국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이미 러시아의 분노와 적대감을 온몸으로 맞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직접 무기를 지원하는 게 기존 정책과 충돌한다면 NATO 회원국의 무기 재고를 채워주는 방식으로 도울 수 있다며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탄약 비축 물량을 보유하고 있고 탄약 생산능력도 엄청나다. 우크라이나가 이 전쟁에서 필요한 단 한 가지가 있다면 탄약"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차 석좌는 내주 한미정상회담에서 △자유와 민주주의 △과학·기술 등 동맹의 새로운 영역 협력 △문화 협력과 다음 세대 등의 주제가 논의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및 대만해협 문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도 의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미간) 확장억제에 대한 몇 가지 새로운 발표가 있을 것이고, 경제안보 및 공급망 등과 관련한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확장억제와 관련해선 "한반도 주변에서 (군사)연습 유형과 미국의 핵우산 존재 및 신뢰성, 강도를 보여주는 더 많은 방법들"이 논의될 것이라고 했다.
차 석좌는 정상회담에서 "중국에 대해 매우 깊은 논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 중 어느 것도 대중에 공개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경제안보와 관련해선 한미일 3국간 '2+2' 논의 가능성도 점쳤다.
이와 관련, 그레고리 앨런 첨단기술 담당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반도체 장비 산업이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만큼 발전하지 않았지만, 중국보다는 "훨씬 우수하다"며 중국이 네덜란드와 일본으로부터 기술을 확보할 수 없게 된 만큼 엄청난 돈을 제안하며 한국 기술을 확보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요 경쟁자였던 중국 반도체 기업 YMTC가 큰 타격을 입었다면서 "아마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의 수출통제로 중국에서 생산에 어려움을 겪은 것보다 YMTC가 손해를 입어 얻은 반사이익이 더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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