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억울한 '소년 태양광'의 재심 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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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사건에 대한 재심을 청구합니다."
2000년 발생한 일명 '약촌오거리 살인사건'과 관련해 1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견뎌야 했던, 15세 소년 조현우를 주인공으로 한 실화 바탕의 영화 '재심'의 대사다.
더구나 작년 말 정부는 소년 태양광이 최근 들어 급격히 상승한 전력도매가격(SMP)으로 인해 뜻밖의 횡재를 얻고 있다는 논리를 들며 일정 수준 이상의 초과이익을 공기업인 한전에 '상납'하는 소위 'SMP 상한제'를 시행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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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사건에 대한 재심을 청구합니다.”
2000년 발생한 일명 ‘약촌오거리 살인사건’과 관련해 1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견뎌야 했던, 15세 소년 조현우를 주인공으로 한 실화 바탕의 영화 ‘재심’의 대사다. 가난하지만 정의로운 변호사 이준영의 변론으로 소년은 16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고, 뒤늦게 잡힌 진범은 2018년 대법원 최종 판결로 15년형에 처해지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이로써 해당 사건에 연루된 모든 이들은 각자의 ‘공정한’ 일상으로 복귀했을까? 아마도 극 중 조현우의 한마디가 대답이 될 것 같다. “그럼, 감방에서 보낸 10년은?”
국내 태양광 시장은 민간자본이 투입되는 여러 공공 인프라 사업과 같이 장기 현금흐름 예측이 가능토록 설계된 제도(20년 고정가격 계약 제도)가 도입된 2017년을 기점으로 걸음마를 뗐다. 같은 해 처음으로 신규 보급량이 1GW를 돌파했으며, 2년 뒤인 2019년에는 4GW에 육박하며 ‘소년’ 단계로 성장하는 듯했다. 정부는 또 2020년 화석연료 기반 대형 발전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의무 이행 규모와 속도를 상향하는 제도를 도입하며 추가 조치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때마침 ‘소년 태양광’은 ‘산사태의 주요 원인’이라는 누명을 쓰게 된다. 기후변화에 따른 잦은 산불로 축구장 수천 개 규모의 산림이 훼손되는 사례는 요즘 하루가 멀다고 발생하고 있다. 대략 축구장 한 개 면적에는 1㎿ 규모의 태양광 시설 설치가 가능하고, 이는 이산화탄소 흡수 관점에서 20년간 120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효과와 맞먹는다. 그러나 정부는 2018년부터 산지 태양광 개발사업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드는 다양한 제도를 도입했다.
최근 정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대형 발전기업들에 부여된 재생에너지 의무 이행 규모를 하향 조정했다. 더구나 작년 말 정부는 소년 태양광이 최근 들어 급격히 상승한 전력도매가격(SMP)으로 인해 뜻밖의 횡재를 얻고 있다는 논리를 들며 일정 수준 이상의 초과이익을 공기업인 한전에 ‘상납’하는 소위 ‘SMP 상한제’를 시행하기에 이른다.
이뿐만 아니다. 그간 중소형 태양광 시장이 ‘무분별’하게 확산됐다는 이유로 최근 정부는 ‘분별 있는’ 대형기업 중심의 대규모 태양광 및 풍력 개발사업에 편중된 다양한 지원대책을 실시하고 있다. 언뜻 균형 있는 정책으로 오인될 수 있으나, 재생에너지의 근본 취지가 탈집중화된 분산자원 구축에 있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안타까운 정책이다. 우리는 부동산 시장이 다수의 꼬마빌딩으로 이루어진 것을 두고 ‘무분별하다’고 표현하지 않는다.
전 세계가 2030년을 1차 탄소중립 목적지로 설정하고 부지런히 뛰고 있다. 현재 억울하게 복역 중인 소년 태양광은 머지않아 재심을 청구할 것이다. 운 좋게도 우리는 소년에게 저지른 잘못에 대해 사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겠지만, 그럼 잃어버린 10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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