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 볼!] 20여년 전 정말 신나게 농구하던 팀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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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미 프로농구) 플레이오프가 막이 올랐습니다. 1라운드부터 4라운드인 파이널까지 7전4선승제 승부만 네 번을 펼치는 대장정인데요. 선수들은 강행군에 힘이 들겠지만, 팬들 입장에선 신이 나는 요즘입니다.
현재 16팀이 플레이오프 1라운드를 치르고 있습니다. 오클라호마시티 선더 시절 동료인 케빈 듀랜트와 러셀 웨스트브룩이 적으로 만난 피닉스 선스와 LA 클리퍼스의 대결에 시선이 쏠립니다.
시즌 막판 분전하며 7번 시드를 따낸 LA 레이커스가 2번 시드인 멤피스 그리즐리스를 상대로 업셋을 이뤄낼지도 관심입니다. 그리즐리스는 에이스인 자 모란트를 부상으로 잃어 비상이죠. 레이커스는 1차전을 잡으면서 신바람을 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플레이오프 초반 가장 큰 재미를 선사하는 매치업은 새크라멘토 킹스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1라운드가 아닐까 합니다. ‘디펜딩 챔피언’ 워리어스가 정규리그에서 예상 밖으로 부진하며 6번 시드를 받은 반면 킹스는 서부 3위를 차지하며 오랜 플레이오프 가뭄을 해갈했죠. 킹스는 2005~2006시즌 이후 16시즌 동안 플레이오프에 못 나갔는데 이는 북미 4대 스포츠에서 가장 오래된 기록이었습니다.
◇ 새크라멘토의 유일한 4대 스포츠팀
여기서 잠깐, 킹스의 연고지 새크라멘토는 어떤 도시일까요? 생소한 분이 많을 것 같아 잠시 소개를 드리자면 새크라멘토는 캘리포니아주의 주도(州都)입니다. 예전에 캘리포니아 주지사였던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여기서 업무를 봤죠. 인구는 광역권까지 계산하면 240만명쯤 됩니다.
새크라멘토는 캘리포니아주 북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샌프란시스코와는 차로 1시간 30분 거리입니다. 그러니까 이번에 펼쳐지는 워리어스와 킹스의 시리즈는 이웃 도시 간 대결인 겁니다.
워리어스 뿐만 아니라 풋볼(포티나이너스)과 야구(자이언츠) 명문팀을 보유한 샌프란시스코와 달리 새크라멘토엔 킹스가 유일한 4대 스포츠(NFL·MLB·NBA·NHL) 팀입니다. 그러니 성원이 대단할 수밖에요.
2005년 LA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시절 버스를 타고 새크라멘토에 가서 킹스 경기를 본 적이 있는데요. 새벽에 출발해 저녁 쯤에 도착했던 것 같아요. 당시 경기장인 아코 아레나에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홈 코트’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던 게 기억이 납니다.
킹스는 17년 만에 나선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워리어스를 상대로 1·2차전을 모두 승리했습니다. 지난 16일 열린 1차전에선 불꽃 튀는 명승부가 펼쳐졌는데요. 디어런 팍스가 38점, 말릭 몽크가 32점을 퍼부은 킹스가 커리가 30점으로 맞선 워리어스를 126대123으로 물리쳤습니다.
18일 2차전에서도 킹스는 도만타스 사보니스와 팍스가 각각 24점을 넣으면서 워리어스를 114대106으로 꺾었죠. 도만타스는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렸던 리투아니아의 농구 영웅 아비다스 사보니스의 아들입니다. 아비다스가 중심이 된 소련이 1988 서울올림픽에서 미국을 침몰시키는 바람에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 미국은 마이클 조던, 매직 존슨 등이 참여한 ‘드림팀’을 결성하고 나오죠.
이야기가 잠시 옆길로 샜는데 아무튼 도만타스는 올 시즌 19.1점 12.3리바운드 7.3어시스트로 전방위 활약을 펼치며 킹스를 서부 3위에 올려놓았고, 플레이오프에서도 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시리즈를 앞두고 많은 전문가들이 2연속 우승을 노리는 워리어스의 근소한 우세를 점쳤지만, 킹스의 기세가 생각보다 더 강한 것 같네요.
특히 1·2차전, 두 경기에서 보여준 킹스 홈 팬들의 열기는 정말 뜨거웠습니다. 비록 제가 직관을 했던 아코 아레나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말이죠. 이번 시리즈는 2016년 새로 문을 연 골든1 센터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플레이오프라 팬들이 더욱 열광하는 것 같습니다. 킹스는 홈 어드밴티지를 제대로 누리고 있습니다.
올 시즌 킹스는 새로운 전통이 생겼습니다. 킹스는 새크라멘토의 지역 번호인 ‘916′을 기념해 작년 9월 16일 팀의 상징색인 보라색 레이저 빔을 쏘는 행사를 가졌습니다.
0승4패로 시즌을 시작한 킹스는 10월 29일 첫 승리를 거뒀고, 그 날도 빔을 쐈습니다. 이후 킹스가 이길 때마다 자연스럽게 골든1 센터에선 보라색 빛이 뿜어져 나와 자정까지 빛나게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라이트 더 빔(불을 밝혀라)!”이란 구호가 생겨났고요. 킹스 홈 팬들에게 승리의 주문 같은 구호가 됐습니다. 18일 2차전에서 승리한 후에도 골든1 센터를 가득 메운 팬들은 “라이트 더 빔!”을 연호했습니다.
올 시즌 킹스 팬들이 더욱 흥분하는 건 우승한 지 너무 오래됐기 때문입니다. 1950~1951시즌이 팀이 마지막으로 정상에 오른 해입니다. 그런데 그땐 로체스터 로열스 시절이었죠.
신시내티와 캔자스시티를 거쳐 새크라멘토에 킹스란 팀이 들어선 것은 1985년입니다. 즉 새크라멘토 시민들은 NBA 우승을 본 적이 없는 것입니다.
킹스가 가장 우승에 근접했던 시즌이 바로 2001~2002시즌입니다. 오늘 글의 주제인 ‘밀레니엄 킹스’ 시절이죠. 저를 비롯해 2000년대 초반 NBA를 즐겨보던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팀입니다.
조현일 NBA 해설위원은 “2002년은 한국인들에겐 월드컵으로 행복했던 한 해였지만, 킹스 팬들은 2002년을 달력에서 찢어버렸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요?
◇ 크리스 웨버, 킹스로 오다
시계를 90년대로 돌려보겠습니다. 킹스는 당시 미치 리치먼드의 팀이었습니다.
리그를 대표하는 슈팅가드 중 하나였던 리치먼드는 평균 20점대의 득점력을 과시하며 1993년부터 1998년까지 올스타에 6회 연속 선정됐죠. 하지만 1995~1996시즌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탈락하는 등 킹스를 높은 곳으로 올려놓진 못했습니다.
1998~1999시즌을 앞두고 킹스는 큰 변화를 꾀합니다. 릭 아델만이 새로 지휘봉을 잡은 킹스는 팀의 간판스타인 리치먼드를 워싱턴 위저즈로 보내고, 크리스 웨버를 트레이드로 데려오죠. ‘밀레니엄 킹스’의 시작이었습니다.
웨버는 미시간 대학 시절 주완 하워드, 제일런 로즈, 지미 킹, 레지 잭슨과 함께 1학년으로 이뤄진 ‘팹 파이브(Fabulous Five)’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스타였습니다.
2년 연속 NCAA 준우승에 그친 뒤 NBA로 뛰어들었고, 1993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로 올랜도 매직에 지명되자마자 앤퍼니 하더웨이와 트레이드되며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유니폼을 입었죠. 그 트레이드로 국내 팬들도 참 좋아했던 올랜도 매직의 ‘샤크 & 페니’ 조합이 탄생했습니다.
패스 플레이를 즐겼던 웨버는 빅맨 역할을 기대한 돈 넬슨 워리어스 감독과 자주 부딪쳤고, 결국 다음 시즌 워싱턴 불리츠(위저즈 전신)로 트레이드됩니다. 웨버는 워싱턴에서 네 시즌을 보낸 뒤 새크라멘토로 오게 된 거죠. 1996~1997시즌엔 워싱턴을 9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지만,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불스를 맞아 1라운드에서 3전 전패로 탈락하고 맙니다.
아무튼 웨버를 영입한 킹스는 1998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7순위로 뽑은 포인트가드 제이슨 윌리엄스와 유럽 생활을 끝내고 합류한 세르비아 출신 슈터 페야 스토야코비치와 함께 진용을 새로 꾸립니다. 1999년 1월엔 LA 레이커스 등에서 뛰었던 베테랑 센터 블라디 디박이 합류하죠.
이때부터 킹스의 농구는 팬들의 눈을 사로잡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제이슨 윌리엄스의 묘기 퍼레이드에 많은 팬들이 흥분했죠.
백인 포인트가드였던 윌리엄스는 마치 길거리 농구의 흑인들처럼 코트 위에서 화려한 플레이를 펼쳐 ‘화이트 초콜릿’이라 불렸습니다. 웨버도 그 시즌 리바운드 전체 1위(13.0개)를 차지하는 등 빅맨으로 존재감을 발휘했습니다.
◇ 리그를 지배한 킹스의 모션오펜스
킹스는 1998~1999시즌과 1999~2000시즌 플레이오프에 올랐지만, 1라운드(5전3선승제)에서 연거푸 2승3패로 고배를 마십니다.
2000~2001시즌엔 수비력이 뛰어난 슈팅가드 더그 크리스티가 합세하며 더욱 짜임새를 갖춘 킹스는 서부 3위를 차지하죠. 웨버는 평균 27.1점 11.1리바운드 4.2어시스트라는 MVP급 시즌을 보냅니다. 탁월한 외곽슛 능력을 갖췄던 스토야코비치도 평균 20점(20.4점)을 넘겼습니다.
호기롭게 플레이오프에 나선 킹스는 첫 상대인 피닉스 선스를 3승1패로 물리치며 드디어 1라운드를 통과합니다. 1981년 이후 20년 만의 쾌거였죠. 그리고 2라운드인 서부 콘퍼런스 준결승에서 만난 상대는 ‘디펜딩 챔피언’ LA 레이커스였습니다.
샤킬 오닐과 코비 브라이언트가 이끄는 레이커스를 상대로 킹스는 4전 전패로 맥없이 물러나고 맙니다. 샤크가 1·2차전에서 44점, 43점, 코비가 3·4차전에서 36점, 48점으로 맹폭을 퍼부었죠. 킹스도 웨버를 중심으로 맞섰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리고 2001~2002시즌. ‘밀레니엄 킹스’의 전성기가 도래합니다. 시즌에 앞서 킹스는 눈을 즐겁지만 잦은 실책으로 실속이 없었던 윌리엄스를 그리즐리스로 보내고, 마이크 비비를 데려옵니다. ‘밀레니엄 킹스’의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추게 된 거죠.
킹스는 아델만 감독의 모션 오펜스(코트 위 5명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기회를 창출하는 공격 전술)가 꽃을 피우며 승승장구합니다. 팀의 간판스타인 파워포워드 웨버와 새로 합류한 포인트가드 비비는 처음부터 찰떡 호흡을 과시했습니다. 비비는 견실한 리딩과 정확한 슈팅으로 킹스에 안정감을 줬죠. 웨버는 이 시즌에 24.5점 10.1리바운드 4.8어시스트를 올렸고, 비비는 8.4어시스트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슈팅가드 크리스티의 끈끈한 수비와 스몰포워드 스토야코비치의 정확한 3점슛, 센터 디박의 능숙한 포스트플레이가 조화를 이뤘습니다. 스토야코비치는 성공률 41.6%의 고감도 3점슛을 자랑하며 21.2점을 올렸습니다. 2000~2001시즌부터 함께한 바비 잭슨은 식스맨으로 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됐고요.
킹스는 짜임새 있는 패스 플레이와 선수들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통해 신나고 재미있는 농구를 선보이면서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으며 리그 최고 인기 팀으로 떠오릅니다.
◇ NBA 역사에 길이 남은 ‘오리 샷’
2001~2002시즌 킹스는 61승21패로 정규리그에서 전체 1위를 차지합니다. 3연속 우승에 도전한 라이벌 레이커스(58승24패)에 3게임이 앞섰죠.
드디어 플레이오프. 킹스는 1라운드에서 유타 재즈를 3승1패로 제압합니다. 1차전은 웨버, 2차전은 디박, 3차전은 비비, 4차전은 스토야코비치가 팀 최다 득점을 기록할 만큼 킹스는 어느 한 명 막는다고 해결되는 팀이 아니었습니다.
킹스의 2라운드 상대는 더그 노비츠키와 마이클 핀리가 버틴 댈러스 매버릭스. 기세가 오른 킹스는 매버릭스에 한 판만 내주고, 4승1패로 시리즈를 마무리합니다. 4차전 연장에서 비비가 4점을 넣으며 115대113 승리를 이끌어낸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서부 콘퍼런스 파이널에 진출한 킹스는 운명처럼 레이커스를 만납니다. ‘서고동저’ 시절이라 동부 콘퍼런스팀들의 전력이 상대적으로 약해 사실상의 파이널로 여겨진 경기였죠.
1차전. 레이커스가 새크라멘토 원정에서 킹스를 106대99로 물리칩니다. 웨버가 28점 14리바운드로 분전했지만, 코비(30점)를 막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2차전에선 킹스가 96대90으로 승리하며 바로 반격하죠. 그리고 레이커스 원정으로 치렀던 3차전까지 103대90으로 잡아냅니다. 웨버의 26점 12리바운드가 빛난 경기였습니다.
4차전은 NBA 역사에 길이 남을 경기입니다. 킹스는 1쿼터를 40대20으로 앞서는 등 경기 내내 앞서고 있다가 막판 추격을 허용합니다.
킹스가 99-97로 앞서 있던 상황에서 레이커스는 마지막 공격을 시도하죠. 코비가 4초를 남기고 레이업 슛을 던졌지만, 림을 맞고 나왔고, 이를 잡은 샤크가 재차 골밑 슛을 시도했으나 이마저도 실패합니다.
그런데 디박이 밖으로 쳐낸 공이 하필 이날 외곽 슛 감각이 좋았던 로버트 오리에게 향했습니다. 오리가 던진 버저비터 3점포가 림을 통과하며 레이커스는 100대99, 극적인 승리를 거두게 됩니다.
국내 팬들이 ‘오리 샷’으로 부르는 바로 그 슛이죠. 참고로 오리는 휴스턴 로키츠에서 2회, 레이커스에서 3회, 샌안토니오 스퍼스에서 2회 등 7개의 반지를 낀 ‘우승 청부사’입니다.
만약 오리의 슛이 빗나갔다면, 킹스가 3승1패로 앞서게 되면서 사실상 레이커스가 뒤집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시리즈의 운명을 바꾼 역사적인 득점이었습니다.
그래도 킹스는 5차전에서 웨버의 29점 활약을 앞세워 92대91로 이기면서4차전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납니다. 90-91로 뒤져 있던 종료 8.2초 전 비비의 점프슛이 성공하며 92-91 리드를 잡은 킹스는 코비의 마지막 슛이 림을 맞고 튕겨 나오면서 짜릿한 승리를 거뒀죠.
파이널 진출까지 1승만 남겨놓은 킹스는 6차전에선 레이커스에 102대106으로 무릎을 꿇고 맙니다. 샤크가 41점을 퍼부었죠. 이후 이 경기는 논란에 휩싸이게 되는데 그 설명은 있다가 드리겠습니다.
◇ 7차전 연장에 꺾이고 만 파이널 진출 꿈
그리고 새크라멘토에서 열린 대망의 7차전. 경기 내내 접전이 이어진 끝에 1분을 남기고 두 팀은 96-96으로 맞섭니다.
공이 흐른 상황에서 디박에게 파울이 불렸고, 코비가 자유투 하나를 놓치며 97-96. 38초를 남기고 비비의 슛이 성공하며 킹스는 다시 98-97로 역전에 성공합니다.
22초를 남긴 상황에서 코비가 자유투를 얻었고, 두 개 다 넣으며 레이커스의 99-98 리드. 스토야코비치의 3점슛이 빗나간 가운데 킹스는 샤크에게 파울을 범했습니다. 자유투가 약한 샤크가 하나만 성공하며 100-98로 레이커스가 앞섰습니다.
킹스의 공격. 코비가 비비에게 파울을 하면서 자유투를 얻은 비비가 모두 성공해 결국 100-100 동점으로 경기는 연장으로 접어듭니다.
비비의 득점으로 2분여를 남기고 106-104로 앞선 킹스. 그 순간 중계 화면에 이날 두 팀의 역전 횟수가 18회, 동점은 15회로 나올 만큼 역사적인 접전이었습니다.
샤크의 득점으로 다시 106-106 동점. 샤크는 1분27초를 남기고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며 자유투 두 개를 모두 성공하며 108-106으로 앞서가게 됩니다. 그리고 킹스는 더는 득점을 하지 못하며 106대112로 패배, 분루를 삼키고 말았습니다.
새크라멘토 킹스가 역사상 우승에 가장 가까이 갔던 순간은 이렇게 허망하게 막을 내렸죠. 반면 파이널에 오른 레이커스는 뉴저지 네츠에 손쉽게 4전 전승을 거두며 ‘스리핏(3연패)’을 달성합니다.
그런데 나중에 이 승부가 심판의 장난에 의해 좌우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킹스 팬들은 또 한 번 상처를 받고 맙니다.
2007년 팀 도너히란 심판이 도박으로 잃은 돈을 만회하고자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납니다. 그 도너히가 승부조작이 이뤄졌다며 지목한 경기가 바로 킹스와 레이커스의 콘퍼런스 파이널 6차전이었습니다. 당시 도너히가 심판을 본 경기는 아니었지만, 그는 그 경기가 조작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밝혔죠.
실제 그 경기에서 킹스는 31개의 파울이 불린 반면 레이커스는 24개의 파울이 선언됐습니다. 특히 레이커스는 승부처인 4쿼터에만 16개의 파울을 얻어내면서 27개의 자유투를 던졌죠. 킹스는 겨우 9개를 던졌고요.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없지만 킹스 팬들로선 두고두고 분통이 터질 일입니다.
◇ 17년 만에 왕들이 돌아왔다
킹스는 2002-2003시즌에도 59승23패를 기록하며 서부 2위로 플레이오프에 오릅니다. 하지만 이번엔 2라운드에서 댈러스 매버릭스에 3승4패로 무릎을 꿇고 맙니다. 2차전에서 무릎을 다치며 더는 경기에 나서지 못한 웨버의 공백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부상으로 웨버는 운동 능력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2003-2004시즌에는 센터인 브래드 밀러가 합류하면서 팀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습니다. 디박의 가르침을 받은 밀러는 모션오펜스에 어울리는 패스 플레이를 선보였고, 스토야코비치는 팀의 주포로 거듭났죠. 반면 부상에서 돌아온 웨버는 예전 같지 않은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킹스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서부 4위로 플레이오프로 올라간 킹스는 이번엔 2라운드에서 케빈 가넷이 버틴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에 3승4패로 패하며 짐을 싸고 맙니다. 7차전에서 가넷은 32점 21리바운드로 골밑을 지배하며 웨버의 자존심을 눌러버립니다.
세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7차전 승부를 패하며 탈락한 킹스는 서서히 힘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디박은 2004-2005시즌을 앞두고 레이커스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2005년 1월 20일, 킹스는 프로 2년차로 NBA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던 르브론 제임스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한 수 가르치며 123대96, 대승을 거둡니다. 웨버가 27점 13리바운드 7어시스트로 건재를 과시했고, 비비는 트리플 더블(17점 10리바운드 11어시스트)을 기록했죠.
갑자기 이 경기 얘기를 왜 꺼냈냐고요? 바로 제가 앞에서 언급했던 새크라멘토 직관 경기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위세는 예전 같지 않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웨버 등 ‘밀레니엄 킹스’ 멤버들을 눈앞에서 볼 수 있어 황홀했던 시간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불과 한 달 뒤인 2월 23일. 킹스는 웨버를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로 트레이드하고 맙니다. 이 소식을 접한 저는 왕복 30시간에 가깝게 버스를 타는 힘든 일정을 감수하면서도 직관을 다녀온 저 자신을 칭찬했습니다. 조금만 늦었다면 킹스에서 뛰는 웨버를 볼 수 없었을 테니까요.
그렇게 ‘밀레니엄 킹스’는 해체되고 맙니다. 크리스티와 잭슨은 2005년, 스토야코비치는 2006년, 비비는 2008년 각각 킹스를 떠나죠. 킹스는 2005~2006시즌 이후 긴 플레이오프 가뭄에 접어들고요. 웨버는 2008년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끝으로 유니폼을 벗었습니다. 크리스티는 현재 킹스 코치로 팀과 함께하고 있죠.
참, 스토야코비치는 말년인 2010~2011시즌 댈러스 매버릭스 유니폼을 입고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LA 레이커스를 상대로 3점슛 11개(4경기)를 퍼부으며 2002년의 복수를 나름 달성했습니다.
올 시즌 플레이오프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새크라멘토 킹스를 보면서 옛 추억에 빠져봤습니다. 워리어스에 2승을 거두며 시리즈 기선을 제압한 킹스는 과연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요?
만약 좋아하는 NBA 팀이 딱히 없으시다면, 이번엔 킹스를 한 번 응원해보시라 추천드립니다. 저도 18년 전 새크라멘토 직관의 기억을 떠올리며 ‘왕’들의 화려한 귀환을 꿈꿔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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