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과학데이’에 과학축전을 그리워하다
대부분의 중·고교 중간고사 기간
5년 전까지 8월 개최 학생들 참여
꿈나무 참석하게 날짜 변경 어떨까
과학데이는 조금 이상한 말이다. 과학의 날이나 사이언스 데이가 아니고 과학데이는 뭔가 어정쩡해 보인다. 그래도 마치 요즘 과학 소통가나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보다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잘 통하는 것처럼 자꾸 들으면 익숙해질 것 같기도 하다. 과학데이는 실제로 있었던 기념일이다. 1934년 4월19일이 제1회 과학데이였다. 당시 과학 대중화 운동 단체였던 발명학회가 과학기술 지식을 보급하여 민중을 계몽하고 미신을 타파하는 등 생활의 과학화를 위해 기념일을 정하고 많은 행사를 했다.
과학을 기리는 방법은 역시 행사다. 1934년이나 2023년이나 마찬가지다. 원래 생일잔치가 그런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날짜를 잘 잡아야 한다.
올해 대한민국 과학축제는 4월 27∼30일에 대전 엑스포 시민광장과 과학공원에서 열린다. 홈페이지가 열렸으니 행사 프로그램을 살펴보고 기차표를 예약하시라. 관이 주도하는 행사라고 해서 중앙 정부의 향후 계획 및 비전, 우수 연구 성과 또는 기술 개발에 대한 국민 홍보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실제로는 과학문화를 확산하는 시민단체가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중·고등학생 자녀가 있다면 자녀는 집에 두고 가야 할 것 같다. 대부분의 중·고교가 4월24일에서 5월4일 사이에 중간고사를 보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입시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아무리 과학에 빠져 있는 학생이라고 해도 감히 시험공부 대신 축제에 참여할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다. 또 어떤 교사가 과학축제 참여를 독려하기라도 한다면 그 교사가 어떤 항의를 받게 될지 뻔하다.
과학데이 때는 어땠을까? 과학데이를 제정했던 1930년대에는 학기가 4월1일에 시작했다. 학기 초였던 것이다. 아직 중간고사를 보려면 한 달이나 남은 때다. 교사와 학생이 과학데이에 참여하기 딱 좋을 때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학기 시작을 4월로 바꿀까, 아니면 중간고사 일정을 미루거나 취소할까? 말도 안 되는 방안이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거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과학축제 날짜를 바꾸는 거다. 아니, 원래대로 돌아가는 거다.
2018년까지만 해도 8월에 열렸다. 당시에는 과학축전이라고 했다. 대단했다. 일산 킨텍스에 전국의 중·고교 과학 동아리 학생들이 모였다. 개막식을 제외하면 결코 화려하지 않았지만 참가자들은 축제를 즐겼다. 시험 준비의 압박 없이 허세 잔뜩 들어간 어깨를 들썩이며 평소에 자신들이 하던 것을 자랑했고 다른 친구들의 전시와 시연을 즐겼다.
2019년 갑자기 ‘과학의 봄, 도심을 꽃피우다’라는 주제로 4월로 옮겼다. 이때도 4월19일이었다. 당시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 개막식을 대신해서 열린 과학축제 전야제는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다웠다. 각종 행사는 서울 곳곳에서 열렸다. 서울 전역이 축제판이 된 것이다. 그런데 뭐? 과학을 즐기고 꿈꾸는 학생들과 시민들은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과학축제보다 과거의 과학축전이 더 실속 있었던 것 같다. 청소년들에게 과학축전을 돌려주자. 아! 일단 올해 과학축제는 우리 성인이라도 잘 즐기자.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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