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노동에 여성만 등장시킨 홈앤쇼핑, '젠더 고정관념' 부추긴다
서울YWCA-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양성평등' 보고서
[더팩트|이중삼 기자] 홈쇼핑 방송에서 여성·남성의 성역할 고정관념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은 가사노동을 하는 사람, 남성은 일하는 사람으로만 비춰질 수 있는 영상을 송출하거나 쇼호스트가 외모 평가를 하는 등 '젠더 고정관념'을 부추기는 발언이 부지기수였다. 업계에서는 매년 일정기간 방송심의 교육과 성차별 금지 교육 등을 실천하고 있다는 입장인데 일부 홈쇼핑에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행정규칙 상에는 이를 규제하는 조항이 있지만 일각에서는 쇼호스트 교육 강화와 제재 방안을 더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방심위 '상품소개·판매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 제33조(차별금지) 조항에 따르면 '상품소개·판매방송은 성을 균형 있고 평등하게 묘사해야 하며 특정 성(性)을 부정·회화·혐오로 묘사하거나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등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19일 <더팩트> 취재진이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매년 서울YWCA에 의뢰해 발표하는 '대중매체 양성평등 내용분석 보고서(홈쇼핑)' 최근 3개년을 분석한 결과 일부 홈쇼핑은 매년 성차별 방송 '단골손님'으로 이름을 올렸다. 반면 성평등 내용을 담아 모범이 된 홈쇼핑도 있었다. 분석 대상 홈쇼핑은 △롯데홈쇼핑 △현대홈쇼핑 △CJ오쇼핑 △홈앤쇼핑 △NS홈쇼핑 △GS홈쇼핑 △공영홈쇼핑 등 7곳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에는 성평등 사례가 0건, 성차별 사례는 17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성차별 방송의 경우 성별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방송 사례가 10건(58.8%), 외모에 대한 평가가 7건(41.2%)이었다. 1년 뒤 성평등 사례는 2건(NS홈쇼핑·현대홈쇼핑)으로 늘었다. 그러나 성차별 사례가 49건으로 급증했는데 보고서는 쇼호스트들이 성차별 젠더 고정관념을 갖고 상품을 설명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2022년에는 성평등 2건(GS홈쇼핑·공영홈쇼핑), 성차별 49건이었다.
2021년 보고서에서 성차별 대표 사례로 밝힌 홈앤쇼핑의 '쿨PK 브라탑 배쏙티' 방송의 경우 쇼호스트가 "여름이 제일 여자들 속옷 입을 때 스트레스 많이 받는 계절이다. 여름에는 뭐든지 슬림해야 한다"며 "헬스장 가면 여자들끼리 경쟁한다. 자꾸 바라보고 날씬한 사람 보면 질투도 나고 하는데 그래서 그거 때문에 운동하러 안 가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방심위는 2020년 9월 홈앤쇼핑을 대상으로 성별 고정관념을 조장했다며 행정지도인 '권고' 처분을 내렸다.
2022년 보고서에서 사례로 언급된 GS홈쇼핑 '썸머BEST 코데즈컴바인 쿨 메쉬 프리컷 BB브라 4세트' 방송에서는 쇼호스트가 "이런 슬림이 없다. 매끈하고 날씬하게 보일 수 있는 것은 겨드랑이살과 나잇살, 갑자기 찐 군살들 다 가려주면서"라며 상품을 설명했다.
◆ 지난해 홈앤쇼핑 판매방송서 가사노동 모델 '여성만'
성역할 구분을 강조하는 사례도 있었다. 2022년 공영홈쇼핑 '레드플러스 청양 구기자 분말 24통' 방송에서 쇼호스트는 주 소비자층을 가사 돌봄·노동을 하는 여성, 주부로 한정하고 직장을 다니는 아들과 육아를 하는 딸을 챙겨주기 위해서 상품이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홍보했다.
2022년 홈앤쇼핑 '기본에 세균닦는 행주 티슈15팩+물걸레청소포 7팩+차량세정티슈1팩'에서는 청소용품이라는 가사 관련 제품을 판매하면서 사용하는 모델들을 여성으로만 제시하며 가사노동이 여성의 영역이라는 것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영상을 연속해서 보여줬다.
서울YWCA 측은 "홈쇼핑을 이끄는 쇼호스트의 상품 설명은 그 내용에 따라 시청자의 성 역할 고정관념을 강화할 수도 있고 성차별적인 인식과 가치관을 새롭게 구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며 "이에 상품 판매 방송에서 성차별적 발화가 이뤄지지 않도록 쇼호스트의 성인지 감수성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품을 전면에서 판매하는 쇼호스트에게 구매를 부추기는 발언과 몸짓을 요구하고 쇼의 서사를 구성하는 것은 홈쇼핑 업체와 판매업체라는 점에서 홈쇼핑 채널의 판매전략과 채널이 구축하는 상품판매 서사에 대한 변화 또한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은 방심위 제재를 받지 않으려고 수시로 출연자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제재 대상이 되면 점수가 깎일 수 있고 그럼 재승인 심사 때 불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방심위에서 법정 제재를 받으면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시 감점 사유가 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출연자 교육을 철저히 하고 있다면서도 경각심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사회와 산업계 전반에 걸쳐 화두인 젠더 감수성에 대한 이해도 제고와 올바른 기준 확립을 위해 홈쇼핑업계가 자체적인 정기교육과 경각심 제고가 필요하다"며 "소비자 접점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쇼호스트를 필두로 방송 필수 인력들에 대한 올바른 성인지 감수성의 마음가짐은 필수다. 또 사회합의와 맥락에 맞는 제재 방안 강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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