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하나원큐 신입생 박진영의 반성과 각오
※ 본 인터뷰는 2월 중하순에 진행했으며,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3년 3월호에 게재됐습니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2022-2023 WKBL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전체 2순위로 부천 하나원큐의 유니폼을 입은 박진영. 삼성생명에 입단한 키아나 스미스를 제외하면, 사실상 국내 선수 1순위나 다름없다. 그런 그가 부상으로 짧은 슬럼프를 겪으며, 과거의 자신을 반성했다. 그리고 발전을 다짐했다.
“제가 학생 때 거만했구나 싶더라고요. 프로는 자신을 책임져야 하는 곳인 만큼 몸 관리를 더 잘해야 해요. 저를 응원해주신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커요. 비시즌에 잘 준비해서 예전보다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지난해 11월 10일, 데뷔 경기에서 발목 부상을 입었어요. 현재 몸 상태는 어떤가요?
(작년) 대표팀에 있을 때와 전국체전 때부터 발목이 조금 안 좋았어요. 구단에 와서도 재활 먼저 시작했죠. 그러다 데뷔전에서 다시 다쳤어요. 아직 점프 동작도 완전치 않고, 발목 각도도 잘 안 나오는 것 같아요. 완벽한 상태는 아니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운동은 최대한 하고 있어요.
아쉬움이 크겠어요.
맞아요. 통증이 있긴 하지만, 운동을 못 할 정도는 아니에요. 쉬는 날에 재활과 치료를 하고 있어요.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아 조금이라도 더 배우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코트로 복귀했습니다. 짧지만 경기에 출전하고 있어요.
제가 고등학생 때는 신장도 큰 편이었고, 하고 싶은 농구를 어느 정도 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여기서는 키도 크고 실력이 월등한 언니들과 붙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했던 노력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교 다닐 땐 볼을 가지고 하는 플레이가 많았는데, 그게 안 통하는 거죠. 저한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궂은일과 수비라고 느끼고 있어요.
훈련이나 전술 면에서 어떤 차이를 실감하고 있나요?
학생 때는 기본기부터 수비, 몸싸움 등 기술 하나하나를 차근차근 배웠다면, 프로는 완성된 동작들로만 만들어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이건 진짜 많이 느낀 부분인데, 고등학교에선 상대 선수를 한 명씩 분석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프로는 상대 팀을 선수별로 상세히 분석하더라고요. ‘이 선수는 오른쪽이 좋다. 저 선수는 슛이 좋으니까 수비 동작을 이렇게 맞춰라’ 이런 식으로요.
아직은 어려운 점도 많죠?
제가 고등학생 때도 수비를 그렇게 잘하는 편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1대1 수비는 어느 정도 한다고 자부했어요. 그런데 프로 와서 부상으로 몸이 안 되어 있는 데다, 언니들 피지컬과 몸싸움이 (아마추어 시절과) 다르다 보니 1대1 수비조차 안 되더라고요. 상대 패턴에 따른 우리 플레이가 있는데, 제가 제 수비를 제대로 못 막아서 팀에 피해를 주는 것 같아요. 신경 쓸 게 많다 보니 아직 헷갈리는 점이 많아요. 하나씩 배워가고 있습니다.
청소년 대표팀으로 박신자컵에 참가한 적이 있지만, 프로의 무대는 또 다르게 다가올 것 같아요.
대표팀 때는 제가 고참이었고, 팀에서 주장을 맡고 있다는 책임감이 컸어요. 3학년이라 공격과 수비 모두 솔선수범해야 했어요. 소위 머리 박고 했죠. 프로는 감독님께서 주문하시는 것을 하고, 언니들과 맞춰야 할 부분이 많아요. 예전에 했던 농구에서 버릴 것도 많고요. 지금은 언니들이 이끌어주고 제가 따라가는 입장인 게 가장 큰 차이점이에요.
감독님과 코치님에게서 듣는 이야기가 있다면.
부상 당하기 전에 감독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네가 1라운더인데, 그걸 증명하려면 남보다 2~3배 이상 노력해야 한다. 당장이라도 코트에서 뛰어야 할 선수가 수비와 공격이 안 되면 안 된다. 학생 때의 농구는 하나씩 버려야 한다”라고요. 코치님께선 수비 지적을 해주세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발목 트라우마가 생긴 것처럼 볼을 잡을 때마다 패스하기 바빴어요. 그럴 때마다 자신 있게 하라고도 말씀해주세요. 오후 훈련 때 안 됐던 부분을 야간 훈련 때 가르쳐주시기도 하고요.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요.
조언해주는 선배도 있나요?
(김)지영 언니랑 (김)예진 언니가 수비를 엄청 잘하세요. 언니들한테 많이 배우면서 도움을 받고 있어요. 그리고 (정)예림 언니는 제가 (부상으로) 힘들어할 때 정신적인 버팀목이 됐어요. 덕분에 (부상으로 인한) 슬럼프도 빠르게 털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숙소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확실히 고등학생 때보다 훨씬 좋아요. 방도 1인 1실이에요. 그리고 제가 대표팀 때 여러 구단 다니면서 밥을 먹어 봤는데, 저희 구단 밥이 진짜 맛있어요(웃음). 음식도 다양하고, 특식으로 스테이크도 나와요. 특히, 저희 영양사님이 센스가 좋으세요. 선수 생일 때마다 사비로 케이크도 만들어 주세요. 선수들 얼굴 사진을 출력해 스티커까지 붙여서 힘내라고 응원해주시고요.
여고 시절을 짧게 돌아보면.
제가 경기하면서 안 풀리는 날엔 너무 속상해서 혼자 운 적도 있어요. 체육관에 나가서 안 되는 걸 계속 연습했어요. 극복하면 애들이랑 즐겁게 놀고요. 운동할 땐 좀 까탈스럽게 굴기도 했어요. 그래도 숙소에선 얘기도 잘 들어주고, 장난도 많이 쳤어요. 제일 열심히 했고, 가장 즐거웠던 시기였어요.
U19 대표팀과 U18 대표팀에 차출되기도 했었죠.
처음 갔던 대표팀이 19세 대표팀이었는데, 거의 성인팀이었어요. 거기서 ‘아, 이런 선수들이 많구나. 이런 피지컬도 많구나’라고 느꼈어요. 지금 생각하면, 고등학교 농구에만 갇혀있다가 전술적인 부분에서 프로의 세계를 미리 겪어본 것 같아요. 18세 대표팀 때는 다 제 또래였어요. 다들 기술과 피지컬이 좋더라고요. 다른 나라 선수들이랑 붙으면서 리바운드를 전혀 하지 못한 적도 있어요. 그때 느꼈죠. ‘다른 나라 선수들을 이기려면 우리나라에서 1등을 해야 하는구나’라고요.
농구를 정식으로 시작한 건 초등학교 4학년 때라고요.
어릴 때부터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어요. 축구도 한 적이 있고요. 한번은 방과 후 수업으로 농구를 해봤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또래보다 키도 크고, 재능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엔 엄마가 힘들 거라고 반대하셨는데, 아빠가 코치님과 만나고 오신 뒤에 허락하셨어요. 그때가 초3 때였고, 유니폼을 받고 시작한 건 초4였어요.
농구가 재밌었던 이유는요?
처음엔 농구하면서 노는 게 좋았어요. 그러다 어느 날 아빠 친구분들과 인천 도원체육관에 간 적이 있었어요. 그때 김단비 선수가 인상 깊더라고요. 단비 언니는 기억 못 하시겠지만, 언니가 피자 사서 (산곡북초) 학교에 온 적도 있었어요. 너무 멋있었어요. 그리고 원래 승부욕이 강한 편이라 이 세상에서 농구를 제일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롤 모델은 김단비 선수일까요?
네. 초등학생 때부터 쭉 단비 언니였어요. 저는 플레이를 급하게 하는데, 언니는 너무 여유로우세요. 수비가 압박해도 차분하게 하는 게 멋있어요. 슛을 쏠 때도 그렇고요. 게다가 키도 크고, 피지컬도 좋아요. 단비 언니는 제가 꿈꾸는 플레이를 다 하세요. 내외곽이 가능한 올어라운드 플레이어에요. 속공 상황에서도 잘하시고, 정말 흠잡을 데 없는 선수예요. 실제로 보고 겪으니까 장점이 더 잘 보이더라고요.
김단비 선수랑 얘기해본 적도 있나요?
아뇨. 저 부끄러워서 그런 거 못 해요. 경기 끝나고 상대 선수들과 하이파이브 할 때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어요. 이러면 안 되는데, 단비 언니네 팀이랑 경기하다 언니 플레이를 보면서 감탄해요. 그럴 때 예림 언니가 질투해요. “야, 그러면 안 되지”라면서요(웃음).
박진영 선수의 장단점도 소개해주세요.
속공 상황에서 1대1 플레이에 자신 있어요. 패스보다는 제가 혼자 막 치고 나와서 레이업까지 빠르게 올라가는 거요. 점퍼도 타점이 높아서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살짝 과거 얘기예요(웃음). 그리고 전 수비를 개선해야 해요. 언니들과의 몸싸움에서 안 밀려야 하고, 2대2 스크린 상황에서 빠져나가는 플레이를 보완해야 해요. 또, 공격할 때 경기 흐름을 읽기보단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는데, 프로에선 그렇게 하면 안 돼요. 흐름을 읽고, 어느 순간에 제가 뭘 해야 하는지 파악하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어요.
농구선수로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나요?
현시점에선 롤 모델인 단비 언니를 막는 게 제 목표예요. 그러면 ‘내가 이 언니만큼 성장했구나’라고 느낄 것 같아요. 코트에서 단비 언니를 이겼으면 좋겠어요. (이기면) 진짜 눈물 날 것 같아요. 제 롤 모델에게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끝으로 각오 한 마디.
제가 고등학생 때는 어느 정도 한다고 생각했고, 대표팀에도 다녀오면서 높은 평가를 받았어요. 프로 와서도 제 몫은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죠. 그런데 부상 당한 이후로 바닥을 헤맬 정도로 짧은 농구 인생에서 최악의 순간을 보냈어요. 제가 학생 때 거만했구나 싶더라고요. 프로는 자신을 책임져야 하는 곳인 만큼 몸 관리를 더 잘해야 해요. 저를 응원해주신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커요. 남은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비시즌에 잘 준비해서 예전보다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사진 = WKBL 제공
일러스트 = 정승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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