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막 내린 ‘감동 캐롯’ 드라마
최근엔 월급 밀려 한 푼 못 받아
선수들 똘똘 뭉쳐 PO 진출 투혼
KGC에 패해 챔프행 좌절됐지만
팬·선수들 서로 기립박수로 격려
경기 종료 순간이 다가오자 안양 KGC인삼공사 선수들과 고양 캐롯 선수들이 서로를 포옹하기 시작했다. 비록 패했지만 캐롯 팬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윽고 경기 종료를 알리는 버저가 울렸고, 코트를 둘러싼 팬들에게 인사하는 캐롯 선수들의 눈에는 끝내 눈물이 고였다.
월급이 계속 밀렸고 최근에는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투혼을 발휘하며 매 경기 드라마를 써온 ‘감동 캐롯’의 시즌이 마침내 끝이 났다.
캐롯은 19일 열린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3승제) 4차전에서 61-89로 패하며 시리즈 전적 1승3패로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실패했다. 반면 문성곤이 3점슛 4개를 포함, 22점으로 활약한 KGC는 2020~2021시즌부터 3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오는 25일부터 서울 SK와 우승을 놓고 승부를 펼치게 됐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을 모기업으로 둔 데이원스포츠가 지난 시즌 후 운영 중단을 선언한 고양 오리온을 인수해 창단한 캐롯은 시즌 시작부터 불안정한 재정 상태로 인해 도마에 올랐다. KBL에 내야 하는 납입금 기한을 제때 맞추지 못한 것은 물론 선수와 구단 직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월급도 시일에 맞추지 못했다. 시즌 중반 이후에는 아예 월급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똘똘 뭉쳐 마음을 다잡았고, 정규시즌 5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감동을 이뤘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는 정규시즌에서 4위에 올랐던 울산 현대모비스를 3승2패로 꺾고 4강에 오르는 투혼을 뿜어냈다.
선수들이 보이는 투혼에 감동한 팬들은 자발적으로 선수단을 도왔다.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선수단 전체에 장어덮밥을 선물하기도 했다. 김승기 캐롯 감독은 “나도 같이 먹었다. 먹으려고 하는데 눈물이 다 났다”며 “한 시즌 만에 팬들의 열정이 이렇게까지 뜨거워지다니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감독은 “KGC가 챔프전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해도 그냥은 못 보낸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며 전의를 다졌다.
캐롯 선수들은 열심히 뛰었지만 체력의 한계는 극복하기 힘들었다. 정규시즌 1위로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KGC 선수들은 힘이 넘친 반면, 발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 캐롯은 KGC의 빠른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했다.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캐롯 선수들은 4쿼터에서는 13-11로 오히려 앞서며 끝까지 투혼을 불살랐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지쳐 발이 안 떨어졌다”며 “선수들이 너무 고생했다. 그리고 올 한 해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캐롯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캐롯은 지방 한 기업과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팬들은 캐롯 선수들이 새 시즌에는 새 유니폼을 입고 코트에 서기를 기대하고 있다.
고양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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