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법인세 충격’에 대비해야 할 때 [아이티라떼]

이재철 기자(humming@mk.co.kr) 2023. 4. 19. 23: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2년 귀속 삼성전자 법인세
전년 법인세보다 4조원 급감
前정부 대비 ‘10조 펑크’ 전망도
‘결손금 이월공제’ 혜택 고려하면
향후 법인세 반등 가능성도 희박
‘2021년 10.9조원 vs 2022년 6.8조원’

이 거대한 수치는 과연 무엇일까요. 바로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삼성전자가 정부 세법을 토대로 집계한 당해연도 귀속 법인세 규모입니다.

매일경제가 삼성전자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022년 귀속 법인세(연결 기준)로 삼성전자가 계산한 세액은 전년 대비 4조원 넘게 쪼그라든 6조 8894억원에 그쳤습니다.

반도체 사업에서 심각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의 위기가 나라 곳간 살림으로 전이되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내년 3월에 신고할 2023년 귀속 법인세가 이 보다 더 낮아지는 것은 물론, 2024년 법인세도 반등의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입니다.

삼성전자발 법인세수 ‘절벽’ 가능성에 정부가 긴장을 하고 대응에 나설 필요성은 이렇습니다.

삼성전자가 사업보고서에 기재한 당기 법인세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7년 10조 6420억원 △2018년 13조 5203억원 △2019년 5조 7360억원 △2020년 7조7008억원 △10조 9403억원 등입니다.

최종 세액은 과세당국이 이 신고를 토대로 결정해 일부 차이가 있지만, 사업보고서 상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삼성전자는 약 50조원을 납부하며 나라 곳간을 살찌웠습니다.

한 해 평균 법인세가 10조원으로 다른 대기업을 압도합니다.

그런데 작년 반도체 실적 악화가 가시화하면서 삼성이 2022년 당기 법인세로 추정한 규모는 6조 8894억원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이전 정부의 한 해 평균 세액에 한참 못 미칩니다.

삼성전자가 2022년 귀속 법인세로 계산한 세액이 6조원 후반대로 전년(10조 9402억원) 대비 4조원 이상 급감했다. 회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법인세가 향후 2년 간 반등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정부의 법인세수 관리에 치밀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미지=삼성전자 사업보고서 캡처
올해의 경우 이미 1분기 삼성전자가 발표한 잠정 실적에 온 국민이 놀랐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96% 낮아진 6000억원에 머무르는 등 반도체 실적 쇼크가 현실화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올해 하반기에도 반도체 시장이 수요 중심으로 살아나지 않을 경우 삼성전자가 내년 3월에 정부에 신고할 2023년 귀속 법인세는 과거의 화려한 ‘조(兆)’ 단위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2024년에 이른다고 해서 삼성전자의 법인세액이 반등할 가능성도 크지 않습니다.

바로 ‘결손금 이월공제 제도’ 때문입니다.

이 제도는 손실이 발생할 경우 그 손실을 이후 사업연도로 이월해 법인세 부담을 줄여주는 방식입니다.

만약 삼성전자가 올해 심각한 손실이 발생하고 내년 수익성 개선에 성공하더라도 내년 법인세 계산 때 올해 손실을 이월해 소득분을 상쇄시킬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반도체 경기가 조속히 개선되지 않으면 2022~2024년 삼성전자의 귀속 법인세에서만 과거 법인세 납부 실적 대비 10조원 안팎의 펑크가 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옵니다.

실제 유명 대기업 중 LG전자가 이 제도를 통해 나라에 낼 법인세 부담을 크게 줄이고 있습니다.

과거 적자 투성이었던 모바일 사업 등에서 손을 떼면서 관련 손실을 이후 사업연도에 이월시켜 법인세를 낮추고 있는 것이죠.

독자 입장에서는 대기업의 법인세 부담을 줄여주는 결손금 이월공제 제도가 선뜻 이해가 안 가실텐데요.

회계학계의 큰별인 황인태 중앙대 명예교수는 이 제도가 시장에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예컨대 집에서 키우는 소가 그해 생산성이 낮아졌다가 이듬해 회복 상태가 됐을 경우 바로 법인세를 정상화해 거두는 것보다 회복 상태를 좀 더 지켜보고 그 소가 번식을 하며 살림을 더 크게 살찌울 때를 기다리는 게 장기적으로 국고에 이득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런데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달 기획재정부에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법인세율 추가 인하와 더불어 대기업 결손금 이월공제 한도를 폐지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중소기업의 경우 공제율이 100%까지 인정돼 이월된 결손금으로 당해연도 소득을 전액 상쇄하고 납부할 법인세를 0원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반면 대기업은 이 공제 한도가 80%로 제한돼 있는 만큼 중소기업과 차별을 두지 말고 동등하게 인정해달라는 주장입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전경련의 이 같은 의견을 과연 정부가 선뜻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향후 2년 간 삼성전자에서만 막대한 법인세 펑크가 명약관화한 상황에서 법인세수 확보에 부담을 주는 전경련의 요구를 정부가 쉽게 수용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기업의 성장 활력 제고를 위해 첨단산업 지원과 연구개발(R&D) 투자에 사활을 걸어야 할 윤석열 정부. 그런데 이 투자 재원의 중요 축인 법인세수 확보에서 향후 좋은 소식보다는 암울한 뉴스가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의 치밀한 재정 관리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해지고 있습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