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비계 히딩크’ 찰리 로우 감독, 한국과 작별
1년 연장계약 이견, 지휘봉 내려놔
한국 남자 럭비 도약기를 이끈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찰리 로우 럭비대표팀 감독(58·사진)이 최근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대한럭비협회는 로우 감독과 계약을 1년 연장하기를 원했지만 로우 감독과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2021년부터 2년 동안 한국 대표팀을 이끈 로우 감독은 재계약하지 않고 가족이 거주하는 일본으로 최근 건너갔다.
로우 감독은 2021년 제너럴 매니저 겸 경기력향상위원장으로 협회와 계약한 뒤 국제대회가 있을 때마다 대표팀 감독 역할을 수행했다. 로우 감독 체제에서 한국은 사상 첫 올림픽 출전, 17년 만의 7인제 월드컵 출전 등을 일궈냈다. 로우 감독은 ‘한국 럭비계 히딩크’로 불렸다. 협회는 당초 계약에 명기된 1년 연장 옵션 계약을 제시했지만 로우 감독의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로우 감독은 열악한 한국 럭비 환경을 고려해 풀타임 감독보다는 파트타임 감독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계약기간이 1년만 연장된 것도 안정적인 활동을 원하는 로우 감독이 받아들이기에는 다소 부족했다.
로우 감독은 최근 협회에 보낸 공문에서 “2021년 한국 럭비협회에 채용된 게 영광이었다”고 밝혔다. 최윤 협회장은 “로우 감독이 좋은 성과를 거뒀고 한국 대표팀에 승리 DNA를 심어준 데 대해 감사하다”며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한다”는 내용으로 답장을 보냈다.
현재 한국 남자 럭비대표팀(7인제)은 20일 시작되는 월드 럭비 챌린저스에 출전하기 위해 남아공에 가 있다. 사령탑은 이명근 코치다. 한국은 브라질, 자메이카, 우간다와 C조에 속했으며 조 3위 안에 들어가면 8강에 진출한다.
한국은 오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11월 파리 올림픽 아시아 지역 예선을 앞두고 있다. 2024년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홍콩, 일본 등을 제치고 아시아 예선에서 우승해야 한다. 협회는 “로우 감독이 일본에서 대학팀을 맡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올해 하반기 한국으로 돌아와 단기적으로 대표팀을 지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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