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 특급 루키, '1군의 맛' 알았다…"살아남아 보겠습니다"
[스포티비뉴스=대전, 김민경 기자] "조금 더 살아남아 보겠습니다."
특급 루키 김서현(19, 한화 이글스)이 데뷔전부터 일을 냈다. 김서현은 19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경기 5-5로 맞선 7회초 구원 등판해 1이닝 무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퍼펙트를 기록했다. 트랙맨 기준 직구 최고 구속은 160.1㎞, 평균 구속은 159㎞였다. 신인이 두산의 흐름을 한 차례 끊어준 덕분에 한화는 7-6으로 역전승하면서 2연패에서 벗어났다.
김서현은 문동주(20)와 함께 한화가 자랑하는 강속구 파이어볼러다. 서울고 에이스 출신인 김서현은 2023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으면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19살 어린 나이에 최고 구속 158㎞를 기록하면서 꿈의 구속인 160㎞도 거뜬히 넘길 수 있는 차기 국가대표 에이스감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김서현을 이날 1군 무대에 올리기까지 단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슈퍼 루키를 당장 눈앞에서 보고 싶은 팬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프로에서 장기적으로 성공하려면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김서현은 2군에서 시즌을 맞이해 퓨처스리그 5경기에서 1홀드, 7이닝, 평균자책점 1.29를 기록하며 수베로 감독의 OK 사인을 받아냈다.
수베로 감독은 "파워 피처 유형의 구원 투수이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조금 깔끔한 상황에 올리고 싶다. 웬만하면 편한 상황에서 등판을 시키고 쭉 지켜보겠다. 선수의 재능을 봤을 때 향후 KBO를 대표하는 마무리투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올라서야 할 계단들이 또 많다"며 급하지 않게 천천히 성장하길 바랐다.
한화는 2-5로 끌려가다 6회말 대거 3점을 뽑으면서 5-5 균형을 맞췄다. 이때 수베로 감독은 김서현 카드를 꺼내 들었다. 편한 상황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어쨌든 특급 신인을 가장 중요한 흐름에 투입하기로 했다.
김서현은 기다렸다는 듯이 강속구를 연달아 뿌려대며 기대에 부응했다. 전광판에 156, 157, 158㎞까지 찍히자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관중들은 공 하나하나에 함성을 지르며 열광하기 시작했다.
김서현은 선두타자 호세 로하스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고, 허경민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늘려 나갔다. 허경민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높은 직구의 구속은 전광판에 158㎞까지 찍혔다. 마지막 타자 이유찬 역시 4구 삼진으로 깔끔하게 처리했다. 이유찬을 상대한 2구째 직구가 이날 가장 빠른 공이었는데, 트랙맨 기준 160.1㎞, KBO 구속 측정 시스템인 PTS 기준으로는 157.9㎞를 기록했다.
데뷔 무대를 마친 김서현은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 동점이어서 조금 더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 구속을 의식하진 않았고, 팬분들도 오신 야간 경기다 보니까 몸에 조금 더 힘이 들어가고, 몸이 더 잘 풀렸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오늘(19일) 경기 전에 조금 잠을 잤는데, 꿈에서 홈런 맞는 꿈을 꿨다. 2군에서 맞았던 홈런이 또 꿈에 나와서 약간 불안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경기가 잘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이며 미소를 지었다.
김서현은 이날 가장 마음에 드는 공을 꼽아 달라고 하자 "이유찬 선수를 마지막에 삼진 잡았을 때 들어갔던 공이다. 스윙도 못 나오고 한가운데로 들어갔던 공이다. 그 공이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최고 구속 160㎞를 넘긴 사실은 동료들에게 들었다. 김서현은 "나는 생각도 못했는데, 그런 기록이 나왔다고 해서 정말 좋았다. 얘기를 정말 많이 들은 것 같다"고 기뻐하면서도 "나는 2군에 내려간 게 제구 때문에 내려갔다. 구속 욕심은 그렇게 많이 안 부리고 있다"며 타자와 싸우는 데 더 집중할 뜻을 내비쳤다.
삼자범퇴를 기록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 환호하는 팬들의 모습도 특별한 추억으로 남았다. 김서현은 "내가 올라갔을 때 팬분들께서 엄청 많이 응원해 주셔서 너무 들 뜬 것 같아 조금 더 침착하게 하자는 생각이 조금 더 컸다. 마무리하고 내려와서 팬분들께서 박수 쳐 줄 때도 정말 감사드리고 뭔가 조금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서현은 1군 생존을 목표로 삼았다. 그는 "오늘 같은 경기가 매일 있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오늘같이 꾸준하게 갈 수 있도록 조금 더 살아남아 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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