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판 명절에만 반짝? 요즘엔 매일매일 번쩍!
치밀한 수싸움에 화려한 테크닉
젊은 팬들 ‘직관’ 열기로 이어져
협회 ‘제작 지원책’ 인기에 한몫
불과 몇년 사이 씨름을 향한 관심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최근 들어 대회마다 경기장을 찾는 팬들의 발걸음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선수들과 관계자뿐이던 대회장은 팬들로 북적거린다. 팬들의 연령대도 젊어졌는데, 무엇보다 여성팬들이 늘어난 게 두드러진다.
씨름 예능 효과가 크다. 민족 전통 스포츠라는 상징성으로 명절마다 빠지지 않는 콘텐츠로 꾸준히 TV 전파를 탔지만, 최근에는 스포츠 예능이 장악한 방송가 트렌드로서 주목받고 있다.
2019년 11월부터 약 3개월간 KBS2에서 방영된 <씨름의 희열>이 씨름 예능의 시작을 알렸다. 평균 시청률은 2.81%, 최고 시청률은 4.2%를 찍었다. 비인기 종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단한 선전이다. 공개 녹화 때 KBS 신관 공개홀에서 ‘직관’하려면 10 대 1 이상의 경쟁률(580석)을 뚫어야 했다.
방송 초반에는 이미 두꺼운 팬층을 형성한 황찬섭, 허선행, 임태혁, 이승호, 최정만 등 씨름계 스타들이 흥행 동력이었다. 이후 시청자들은 모래판 안에서 벌어지는 치밀한 수싸움과 화려한 테크닉 등 씨름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2022년 7월부터 두 달간 tvN 스토리에서 방송된 여성 씨름 예능 <씨름의 여왕>도 인기를 끌었고, 10월부터는 tvN 스토리에서 <씨름의 제왕>, 채널A에서 <천하제일장사> 시즌1이 방송되며 경쟁까지 붙었다. <천하제일장사> 이후 채널A는 2023년 설 특집으로 <천하제일장사-천하제일결정전>을 제작했고, 현재 <천하제일장사> 시즌2가 인기리에 방송 중이다.
씨름계도 예능 효과를 반긴다. 덩치 큰 선수들이 뛰는 ‘올드한 스포츠’라는 이미지였던 씨름이 실제로는 탄탄한 근육질의 ‘훈남’ 선수들이 활약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크게 화제가 됐다. 여기에 박진감 넘치는 경기 내용까지 더해지면서 유튜브 몇몇 영상은 수백만 조회수가 나오기도 했다. 아이돌 못지않은 응원을 받는 선수도 적지 않다.
씨름의 매력에 푹 빠진 방송 출연자들도 이제 씨름 홍보대사나 다름없다. <천하제일장사> 시즌1에서 우승한 야구팀의 홍성흔은 “서로 피부를 맞대고 심리싸움을 하면서 상대를 넘기고, 넘어진 상대에게 묻은 흙을 털어주면서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워주는 씨름의 매력은 해본 사람만 알 것”이라고 했다. 현역 시절 ‘코트의 황태자’로 불렸던 농구팀의 우지원도 “씨름은 그냥 힘만 세면 이기는 운동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반년 이상 씨름을 하고 있는데 밤잠 설칠 만큼 재미있다”며 “씨름이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으면서 대중화되고, 인기가 높아지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한씨름협회가 정책적으로 제작을 적극 지원하고 있어 인기 콘텐츠로 검증된 씨름 예능의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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