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집으로 번지는 산불 보면서도…담당구역 지킨 특수진화대원
집에서 1㎞ 떨어진 곳서 활동 중
‘피해 직감’에도 출동지 진화 전념
“제가 맡은 일이 우선이라고 생각했어요.”
가족의 집이 산불로 타고 있는 것을 뻔히 지켜보면서도, ‘산불진화’라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담당 구역을 지키며 화재를 진압한 산불재난특수진화대 남경진 대원(44)의 이야기가 뒤늦게 알려졌다. 남 대원이 담당 구역의 불을 끄는 동안 그의 부모 집은 완전히 불에 타버렸다.
지난 11일 오전 8시30분쯤 강원 강릉시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남 대원이 출동한 곳은 불이 처음 난 강릉시 난곡동과 저동의 경계 부근이었다. 산불진화차량에서 호스를 뽑아 들고 열심히 불을 끄고 있는데, 불이 약 1㎞ 떨어진 그의 부모 집(저동) 근처까지 번져가는 것이 보였다.
“당시 집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불길의 방향으로 봐서 부모님 집이 타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맡은 구역이 있어서 부모님 집의 불을 끄러 갈 수는 없었어요.”
불은 남 대원 부모 집 쪽으로 번졌고, 오전 10시 이전 주변 산림과 그의 부모 집은 모두 불에 탔다. 그의 부모는 무사했지만 집과 살림을 모두 잃었다.
이번 산불은 8시간 동안 379㏊의 산림을 태웠고, 1명의 사망자와 388명의 이재민을 냈다. 지난 16일 강릉 산불 피해 현장을 방문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남 대원을 직접 만나 “임무에 충실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가족분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격려하고 소정의 지원금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 대원은 2016년 강릉국유림관리소의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이 되면서 산불진화 업무를 시작했으며, 2018년부터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으로 활동해왔다.
최승현·윤희일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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