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보조금’ 총알 장전한 EU…62조원 쏟아붓는다

노지원 2023. 4. 1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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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이 '반도체 생산 자국화'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유럽연합의 반도체 법안에는 역외 기업에 대한 명시적 차별 조항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평가한다. 유럽 내 생산설비 확충으로 경쟁은 심화하겠지만 국내 소부장 기업의 수출 기획 확대라는 기회 요인도 병존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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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내 반도체 산업 육성 위한 ‘반도체법’ 합의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이 ‘반도체 생산 자국화’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반도체 강국들 간 수싸움과 각축전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18일(현지시각) 430억유로(약 62조원) 규모 자금을 동원해 역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생산을 늘리기 위한 ‘반도체법’(Chips Act) 시행에 최종 합의했다. 유럽연합 집행위는 보도자료를 내어 “오늘 유럽의회와 회원국이 지난해 2월8일 집행위가 제안한 유럽 반도체법에 대해 예산안을 포함한 정치적 합의를 이룬 것을 환영한다”며 이 법을 통해 “세계 시장 점유율을 2030년까지 현재의 두 배인 20%로 끌어올리는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은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 공급망 충격 등이 더해지자 유럽 안에서 자체적으로 반도체를 더 많이 생산할 필요성을 확인했다. 반도체법은 향후 유럽의회, 이사회 각각의 표결을 거쳐 시행에 들어간다. 이 법이 시행되면 각 회원국은 국가 보조금 규정을 완화해 반도체 핵심 부품 생산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유럽연합은 세계 반도체 수요의 20%를 차지해 미국·중국에 이어 3대 소비시장이지만, 반도체 공급망 점유율은 10% 미만이다. 반도체 생산을 외부에 위탁하는 팹리스(설계전문) 기업이 많아 생산 역량은 부족하다. 차량용 반도체 부문이 강한 독일 반도체 기업 인피니언 등은 대부분 대만 티에스엠시(TSMC) 등에 생산을 맡기고 있다. 다만, 반도체 장비 분야에선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네덜란드 에이에스엠엘(ASML) 등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많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유럽은 경쟁력 있는 분야가 시스템반도체로 메모리 중심인 우리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는 아니지만, 우리가 시스템반도체를 육성하려면 넘어야 할 잠재적인 경쟁자”라고 말했다.

주요국의 반도체 자국주의 경향은 심화하는 추세다. 미국은 반도체 기업의 미국 내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반도체 생산 보조금(390억달러)과 연구개발(R&D) 지원금(132억달러) 등 5년 동안 총 527억달러(약 69조5천억원)를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반도체지원법을 시행 중이다. 지금까지 전세계 200곳 이상의 기업이 보조금 신청 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의 반도체법 역시 보조금을 줘서라도 역내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유럽 생산설비 투자에 적극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유럽 자체적으로 반도체 생산설비를 만들 능력이 없으니 결국 삼성전자나 티에스엠시의 투자를 유인하기 위한 조처로 보인다”며 “하지만 유럽은 전기·용수 등 반도체 기반 시설이 낙후하고 인건비도 비싼데다 전문연구인력 등 생태계도 미흡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벤츠·아우디 등 자동차 대기업이 있으니 자동차용 시스템반도체들은 (투자를 고려할 수 있는) 유인이 될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실제 티에스엠시는 독일에, 인텔은 영국에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 투자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과 함께 국내 용인에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힌 상태여서 추가 투자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유럽연합의 반도체 법안에는 역외 기업에 대한 명시적 차별 조항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평가한다. 유럽 내 생산설비 확충으로 경쟁은 심화하겠지만 국내 소부장 기업의 수출 기획 확대라는 기회 요인도 병존한다”고 밝혔다.

베를린/노지원 특파원 zone@hani.co.kr, 김회승 선임기자 honesty@hani.co.kr,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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