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구만 1,500채"...인천 전세사기 잇단 경매, 왜?
[앵커]
인천 미추홀구에서만 전세 사기로 경매에 넘어간 주택이 천5백 채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앞서 인천 건축왕에게 당해 안타까운 선택을 한 3명 역시 경매로 집에서 쫓겨날 상황에 처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처럼 인천에서 전세 사기 주택의 경매가 유독 많은 이유, 박정현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기자]
아파트 외벽, 층마다 '전세 사기'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지난 17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31살 여성이 살던 곳으로, 60세대 전체가 경매에 넘어갔습니다.
이렇게 전세 사기를 당해 경매 절차에 돌입한 주택은 인천 미추홀구에서만 천5백 채가 넘습니다.
전세 사기가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가운데 유독 이 지역에서 피해 주택 경매가 잇따르는 이유가 뭘까.
인천 지역에서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이른바 '건축왕' 남 모 씨의 사기 수법 때문입니다.
서울 화곡동을 중심으로 활동한 '빌라왕'의 경우, 전세가를 매매가보다 높게 받아 차익을 챙기면서 따로 빚을 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남 씨 일당은 직접 토지를 사서 주택을 지었고, 이 과정에서 주택을 담보로 금융기관 대출을 받았습니다.
은행은 채무자가 석 달 이상 원리금을 연체하면 임의 경매를 통해 대출금을 환수하기 때문에, 남 씨가 구속된 뒤 소유 주택들이 줄줄이 경매에 넘겨지는 겁니다.
또, 금융기관의 근저당은 임차인 보증금보다 앞선 권리관계를 갖습니다.
집이 경매에 들어갈 때 1순위를 차지하는 화곡동 '빌라왕' 임차인과 달리, 인천 '건축왕' 피해자는 근저당이 해결되고 나면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이 거의 남지 않습니다.
소액 임차인에게 일부 금액을 우선 돌려주는 '최우선변제금' 역시 근저당이 발목을 잡습니다.
전세 계약일이 아닌 근저당이 잡힌 날을 기준으로 소액임차인을 설정하다 보니, 이를 적용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많은 겁니다.
전세 사기로 세상을 등진 3명 가운데 2명도 이런 이유로 최우선변제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인천에서 건축왕 남 씨 명의의 주택이 2천7백 채에 이르는 만큼, 경매로 집에서 쫓겨나는 전세 사기 피해자들도 계속 나올 것으로 보여, 구제 대책이 시급합니다.
YTN 박정현입니다.
영상편집: 안홍현
그래픽: 주혜나
YTN 박정현 (miaint312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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