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사무총장 도청한 미국에 항의…멕시코도 공개 비판
최근 미국 기밀문서 유출로 미국이 유엔 사무총장의 사적 대화까지 도청한 것으로 드러나자 유엔이 “유엔 헌장에 위배된다”며 공개적으로 항의했다.
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과 국제기구를 대거 도청해온 정황이 드러났지만 동맹국들이 대체로 침묵하는 상황에서 유엔이 ‘공개 경고’에 나선 것이다.
CNN은 기밀문서 유출로 미국이 유엔 고위 관리 등을 염탐해온 것이 드러난 후 유엔이 “이례적으로” 미국을 비판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이날 “유엔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과 다른 고위 관리들의 소통이 미국 정부의 감시나 간섭 대상이 됐다는 최근 보도에 대해 당사국에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뒤자리크 대변인은 “우리는 이 같은 행동(도청)이 유엔 헌장과 ‘유엔 특권과 면책에 관한 협약’에 열거된 미국의 의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뒤자리크 대변인은 사무총장 도청에 대한 첫 보도가 나오자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누군가 자신을 염탐하고 사적인 대화를 엿듣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았다”면서도 “놀라운 것은 이런 사적 대화를 왜곡해 공개되도록 하는 불법행위와 무능력”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구테흐스 사무총장과 다른 고위 간부 간의 사적 대화가 담긴 미 국방부 기밀문서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문서는 최근 체포된 미 주방위군 소속 잭 테세이라가 온라인에 유출한 미 국방부의 기밀문서 수백건 중 일부다. WP가 보도한 기밀문서에는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으며, 에티오피아 분쟁 지역을 방문하려던 계획이 거부되자 격노했다는 등의 사적 대화가 담겼다.
이에 앞서 BBC도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사적 대화 등이 담긴 기밀문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이들 문서 중에는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러시아에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미 정보기관의 평가가 담겼다.
멕시코 대통령도 미국의 동맹국 감시를 공개 비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가 펜타곤(미 국방부)의 스파이 활동 표적이 됐다”면서 자국군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멕시코 해군과 육군 사이에 긴장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미 기밀문서 내용을 WP가 보도한 이후 나온 것이다. 다만 WP는 이런 정보 수집에 멕시코 관리들에 대한 도청이 활용된 정황은 없다고 전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유출된 미국 기밀문서에 대해 “어떤 상황에서도 용납돼선 안 되는 위압적인 침입”이라고 비판하면서도, 당장 미국에 직접 항의할 계획은 없지만 언젠가는 “(양국의) 협력을 위한 조건”에 관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유엔 고위 관리나 동맹국 지도자들을 도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 국가안보국(NSA)이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와 유엔 외교관 등 세계 지도자들의 전화 통화를 도청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당시 메르켈 총리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직접 항의했다. 또 독일에서 CIA 지국장이 쫓겨나고 베를린에서 시민 수천명이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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