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뚱맞은 ‘왼쪽 진출로’…결국 146억 더 들여 오른쪽 방향으로 뜯어고친다
사고 위험 14배 높아 재설계
상행 진입로 개설은 ‘아직’
광주광역시가 77억원을 들여 준공했지만 교통사고 위험이 커 개통하지 못하고 있는 제2순환도로 지산나들목(IC) 진출입로 건설에 146억원을 추가 투입한다.
생소한 ‘왼쪽 진출로’ 대신 ‘오른쪽 진출로’로 하고 장기적으로 진입로를 새로 짓겠다는 것인데 한쪽만 먼저 만드는 데다 개통 시기도 2년 늦춰져 논란이 일고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19일 광주 제2순환도로 지산IC 진출로에서 현장 설명회를 열고 “사고 위험 탓에 진출로의 폐쇄를 고민했지만 안전하게 재이용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았다”고 밝혔다.
광주시가 밝힌 대안은 1차선에서 도로 왼쪽으로 빠져나가도록 설계된 경사진 진출로를 높이고, 차로를 기존 3차로에서 4차로로 확장한 뒤 오른쪽에 진출로를 새로 만드는 방식이다. 1단계와 2단계로 나눠 공사를 추진할 예정인데 진출로 49억원과 진입로 97억원의 예산이 추가 투입된다.
최고속도가 시속 90㎞인 도심 고속도로인 2순환도로에 모두 77억원을 들여 설치된 지산IC는 1차로에서 왼쪽으로 차량이 빠져나가는 생소한 방식으로 건설됐다. 광주시는 2021년 11월 이 도로를 개통하려 했지만 사고 우려가 나오면서 수차례 개통이 연기됐다.
통상적인 도로는 오른쪽 끝 차선에서 차량이 빠져나가도록 설계돼 있다. 지난달 13일 발표된 지산IC 위험도 평가 용역 결과를 보면 일반도로에 비해 차량 진출 실패율은 최대 8배, 사고 발생률은 최대 14배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광주시는 오른쪽 진출로를 설치하면 이러한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고 설명한다. 강 시장은 “오른쪽으로 위치가 변경된 진출로는 터널과 거리를 늘려 시야, 인지 반응 시간 확보에 필요한 거리(194m) 이상인 215m를 확보한다”면서 “색채 주행 유도선을 표시하고 터널 내 차로 변경 등을 허용하면 안전한 운행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광주시의 방안은 왕복으로 설치된 진출로 중 두암→소태 방향 구간만 다시 설치하는 것이어서 ‘반쪽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시는 1단계로 하행(두암→소태) 진출로를 먼저 개설하고 상행(소태→두암) 진입로 개설은 “지산유원지 개발사업과 연계해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내놓지 못했다. 1단계 개통 시기도 2025년으로 시민들이 이 진출로를 이용하려면 2년 더 기다려야 한다.
광주시 감사위원회는 이 사업에 대해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강 시장은 “기존 지산IC 진출로 사업은 안전이 무시되고 관행에 따라 이뤄진 잘못된 행정의 대표 사례”라면서 “반면교사로 삼겠다”고 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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