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업무 속도 차이 없어…편견 깨졌죠”
지난 18일 경기 군포시 장애인 표준사업장 ‘위드유’의 단말기 검수팀 사무실. 상자에 든 스마트폰을 꺼낸 청각장애인 이승민씨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먼저 스마트폰 네 귀퉁이를 눈으로 살피고, 손끝으로 매만져 흠집이 있는지 확인한 다음 화면을 중지로 이리저리 문질러 터치가 잘되는지를 체크했다. 이씨 손에 들린 스마트폰은 대리점에 전시했던 제품이다. 중고폰으로 팔기 전 정상인지 여부를 이씨가 확인하는 것이다.
중고 단말기 검수 업무 참여…“업무 몰입도·집중력 뛰어나”
직원 절반 이상 장애인…가입서류 보강·카페 등 영역 확장
이씨는 이내 설정 항목을 눌러 검색한 기기의 일련번호가 상자에 적힌 숫자와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개발자 모드로 진입해 스마트폰을 정보 삭제가 가능한 상태로 만들어 다시 상자에 넣었다. 검수를 마친 스마트폰은 A(정상), B(스크래치), C(파손), D(버튼·터치 불량), I(충전 불량)로 등급이 매겨졌다.
이렇게 분류된 스마트폰은 비장애인 서경원씨 손으로 넘겨졌다. 서씨는 컴퓨터 엑셀 파일에 휴대전화 색상, 일련번호, 등급과 사유, 누락 구성품 등을 입력했다. 중간중간 사무실로 걸려오는 전화 응대나 외부 업체 사람들과의 면담도 서씨 몫이었다.
검수를 마친 스마트폰을 외부로 내보내기 전 최종 작업은 지적장애인 성무건씨가 맡는다. 대리점에서 한 번 사용한 스마트폰이기 때문에 초기화를 해도 개인정보가 남을 수 있어 별도의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꼼꼼히 삭제한다.
일련의 검수 작업은 비장애인 서승대 팀장의 관리·감독하에 이뤄지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해 설립한 자회사 위드유는 이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공간이다. ‘위드유(with you)’라는 이름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만들어가는 세상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전체 직원은 233명이고 이 중 55.3%인 129명이 장애인이다.
2013년 6월 모바일 가입신청서 검수 업무를 시작으로 단말기 검수 업무, 사내 카페 서비스, 건물 청소 서비스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최근에는 인터넷(IP)TV 신규 설치와 관련된 콜센터 업무에도 경증 장애인이 참여하고 있다.
당초 LG유플러스에선 검수 업무를 모두 비장애인이 처리했다. 그러나 위드유에서 이 업무를 맡으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역할을 분담하는 분업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입사 11년차인 서씨는 “처음에는 장애인들의 업무 능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같이 일해보니 업무 몰입도가 높고 집중력이 뛰어나다”면서 “비장애인이 검수 업무를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다 하던 때와 비교해도 업무 속도에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경기 안양시에 있는 또 다른 위드유 사업장에서는 장애인이 모바일 가입신청서 검수 업무도 하고 있다. 계약서 작성에 오류가 있으면 소비자와 회사 간 분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필수기재사항 등이 잘 적혀 있는지 확인하는 게 주된 업무다. 요즘에는 가족 결합 할인을 받으려면 가족관계확인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대리점에서 구비서류를 깜빡하는 일이 종종 있다. 장애인이 누락된 서류를 찾아내면 비장애인이 대리점에 전화를 걸어 보강을 요청한다.
황준성 위드유 대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별 없이 동일한 환경에서 함께 일하며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당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업으로 꾸려나가는 게 희망”이라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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