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는가봄] ‘4강 PO까지 이어진 투혼’ 캐롯, 그들은 아름다운 패자였다

[점프볼=고양/조영두 기자] 그들은 아름다운 패자였다.

고양 캐롯은 19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안양 KGC와의 4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61-89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시리즈 전적 1승 3패가 되며 시즌을 마감했다.

완패를 당했지만 그 누구도 캐롯에게 돌을 던질 수 없었다. 플레이오프 내내 감동적인 투혼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 울산 현대모비스와 만난 캐롯은 시작부터 위기를 맞이했다. 에이스 전성현이 달팽이관 이상으로 인한 돌발성 난청으로 뛸 수가 없었다. 그 결과 1차전에서 완패를 당하며 캐롯의 봄 농구는 싱겁게 끝이 나는 듯 했다.

그러나 2차전부터 반전이 펼쳐졌다. 이정현과 디드릭 로슨을 앞세워 시리즈를 원점으로 만든 캐롯은 3차전에서 패했지만 전성현이 합류한 4, 5차전에서 승리하며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모기업의 재정난으로 인한 급여 미지급과 체력적인 문제 등 여러 악재를 딛고 이뤄낸 성과였다.

4강 플레이오프 상대는 역대 3번째 와이어 투 와이어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한 KGC였다. 6강 플레이오프와 마찬가지로 시리즈 시작 전 KGC의 압도적인 우세를 예상하는 이들이 많았다. 캐롯은 1차전에서 43-99, 무려 56점 차 완패를 당했다.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를 모두 합친 KBL 역사상 최다 점수차 패배였다.

하지만 2차전에서 캐롯은 또 한 번 투혼을 펼쳤다. 장기인 압박 수비와 트랩 수비를 앞세워 KGC의 연이은 턴오버를 유발했고, 이를 속공 득점으로 연결했다. 공격에서는 팔꿈치 미세골절을 안고 있는 이정현과 로슨이 힘을 내며 대어 KGC를 잡는데 성공했다. 역시나 모두의 예상을 뒤업은 결과였다.

캐롯도 바닥난 체력을 이겨낼 순 없었다. 3차전에서 접전 끝에 패한데 이어 4차전에서도 완패를 당하며 KGC에 챔피언결정전 티켓을 내줬다. 피로가 누적된 듯 그동안 보여줬던 활동량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20점 9리바운드로 활약한 로슨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선수가 없을 정도였다.

이날 캐롯은 리바운드(37-46), 어시스트(13-20) 등 대부분의 공격 지표에서 KGC에 밀렸다. 장기인 3점슛은 36개를 던져 8개밖에 성공시키지 못했다. 성공률은 22%에 그쳤다. 김승기 감독은 승부가 일찌감치 결정된 4쿼터에 주전들을 모두 벤치로 불러들이며 한 번씩 안아주기도 했다.

플레이오프에서 저력을 보여준 캐롯. 그들의 감동적인 투혼은 KBL 역사에 오랫동안 남을 것이다.

기록으로 보는 4강 PO 4차전
3점슛 KGC 12-8 캐롯
턴오버 KGC 11-14 캐롯
이정현 8점 5리바운드 8어시스트

김승기 감독 COMMENT
“지쳤다. 할 말이 없다. 3차전에 승부를 보려고 했던 게 4차전까지 이어졌다. 지금까지 선수들 너무 고생했다. 시즌 동안 너무 행복했다. 선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많이 성장해줬다. 더 이상 후회하지 않는다. 우리는 계속 우승과 팬들을 위해 열심히 뛸 거다. 선수들한테 잘 쉬고 다시 준비하자고 말해주고 싶다.”

# 사진_문복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