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1년 앞’ 尹-文, 제대로 붙었다…‘네탓 공방’에 악플세례 [이런정치]

2023. 4. 19.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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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전 여론 ‘프레임 전쟁’
전·현직 대통령 ‘입’에서 발발
尹 “국가채무 급증 전임정부 탓”
文 “5년간의 성과 무너져 허망”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자료사진). [연합]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여소야대’ 또는 ‘여대야소’ 운명을 결정지을 총선을 1년여 앞두고 전·현직 권력이 정면 충돌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 양측이 서로 ‘네 탓 경쟁’을 시작하면서 기선제압에 나선 모습이다. 본격 선거정국 돌입에 앞서 일찌감치 ‘정권견제 또는 국정지원’ 프레임 싸움이 시작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양측이 공세를 주고받을 때마다 기사에는 지지자들의 ‘악플 전쟁’도 심화되고 있다.

19일 정치권 안팎은 최근 윤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의 ‘설전(說戰)’으로 긴장감이 한껏 높아지고 있다. 정부여당은 국가 재정 건전성과 최근 기승을 부리는 마약범죄 등을 놓고 전임 정부에 관리 책임을 돌리는 선제 공격에 나선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정권으로부터 국가채무를 떠안았다며 재정상태 심각성을 지적하는 데 메시지를 집중했다. ‘미래 세대’를 부각시키는 한편 현재 어려움의 원인으로 전임 정부에 탓을 돌린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국가채무가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섰다. 정부 수립 이후 70년간 쌓인 채무가 약 600조원이었는데 지난 정권에서 무려 400조원이 추가로 늘어났다”며 전임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재정건전성 강화는 우리 공동체의 지속가능성과 미래 세대를 위해 반드시 해내야 한다. 무분별한 현금 살포와 선심성 포퓰리즘은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면서 야당이 주장해 온 서민 직접지원 확대 등 정책에도 돌직구를 날렸다.

윤 대통령은 또 “방만한 지출로 감내할 수 없는 고통을 미래 세대에 떠넘기는 것은 미래 세대에 대한 착취”라고 말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마약과의 전쟁’ 의지를 재차 강조하면서 전임 정부의 ‘방치’가 범죄를 키웠다고 직격했다. 그는 “지난 10년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은 검찰, 경찰은 물론 해경, 보건당국, 세관 등 많은 기관의 노력으로 마약 청정국을 유지할 수 있었다”면서 “어느 순간부터 정부 당국의 방치로 마약이 국민의 건강과 정신을 황폐화시킬 뿐 아니라 청소년의 꿈과 희망을 파괴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사 사법당국과 함께 정부의 총체적 대응이 강력히 요구된다”며 “모두 힘을 합쳐 국가를 좀먹는 마약범죄를 뿌리 뽑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당도 최근 피해자 3명이 잇따라 숨진 전세 사기와 관련, 전임 정부에 탓을 돌리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의 부동산 정책 탓에 전세 사기 피해가 확산했다는 주장이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 당시 저금리 체계가 지속되면서 주택가격이 급등하고 전세 물건이 부족해진 탓에 임차인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非) 아파트 전세시장에 몰려들었는데, 이러한 부동산 시장 왜곡과 비리가 전세 사기 문제를 가져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문제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저리 전세대출과 반환보증 제도에 대한 엄격한 관리 부족으로 상황을 악화시킨 책임이 (전임 정부에) 있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공개비판도 이어졌다. 퇴임 및 윤석열 정부 1년을 맞아 문 대통령의 ‘작심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총선 전 정부 견제 여론을 끌어올리려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다음 달 개봉하는 자신에 관한 다큐멘터리에서 “5년간 이룬 성취가 순식간에 무너졌다”면서 “제가 이룬 성취라기보다 국민들이 대한민국이 함께 성취한 것인데 그것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과거로 되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한편으로 허망한 생각이 든다”고 말한 것이 최근 유튜브 방송을 통해 전해졌다. 윤 대통령 집권 1년을 직접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전 대통령은 또 “자연인으로서 잊혀질 수 없는 것이지만 현실 정치 영역에서는 이제 잊혀지고 싶다는 뜻을 밝혔던 것인데 끊임없이 저를 현실정치로 소환하고 있다”면서 “그 꿈도 허망한 일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끊임없이 현실 정치 속에 소환하게 되면 결국은 그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이 주인공인 다큐멘터리 영화 ‘문재인입니다’가 다음 달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되면 야권을 중심으로 윤석열 대통령 견제 여론이 결집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에서도 최근 여론조사에서 총선에서의 ‘정권 견제’ 여론이 50% 이상으로 올라온 상황을 고무적으로 판단하면서 관련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전대 돈봉투’ 의혹에 내부적으로 혼란스런 가운데서도 지지자 시선을 내부가 아닌 외부로 돌리려는 안간힘도 감지된다.

윤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 ‘악플’ 경쟁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윤 대통령이 재정건전성을 지적하며 전임 정권 탓으로 돌리자 야권 지지자는 “법인세 60조원을 깎아주겠다는 사람이 할 말이냐”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지만 않았어도 벌써 몇 조는 아꼈을 것”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반면 문 전 대통령이 5년 간의 성과가 무너졌다고 한 데 대해선 “불안정한 집값, 물가, 어느 하나 잘 한 것이 있는가” “무너뜨리고 망친 것을 성과라고 부르는가”라는 등의 여권 지지자 성토가 이어졌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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