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당한 것 같아요”... 전세 사기, 인천 이어 동탄도 흔들었다
최근 2~3일 사이 피해자들에 ‘경매 넘어간다’ 문자메시지
19일 오전 11시 30분쯤 경기도 화성시 반송동 동탄신도시 한 부동산중개소 앞. 직장인 김모(20)씨가 손잡이를 잡고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휴대폰을 꺼내 계속 전화를 걸지만 상대방이 받지 않는지 “아~ 정말. 아~”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손에는 전세 계약 당시 서명했던 계약서와 임대인의 등기부등본 등 서류 30여장이 들려 있었다.
김씨는 작년 12월 중소기업청년전세 대출로 7200만원을 빌렸다. 고등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로 모았던 1300만원을 보태 전셋방을 구했다. 당시 부동산을 들르지 않고 바로 오피스텔 앞에서 만나자는 중개사의 말을 듣고 집을 보러 갔다. 임대인 박모(49)씨의 등기부등본까지 꼼꼼히 챙겼는데, 그때만 해도 큰 문제가 보이지 않아 계약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전날(18일) 오후 임대인 박씨의 법률 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사로부터 ‘6월부터 세금 체납이 예상되니 소유권 이전 등기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나서야 전세 사기에 당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그는 “경매 같은 건 할 줄도 모르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는 있는거냐”며 “눈 앞이 캄캄하다”고 했다.
최근 한달 사이 전세 사기 피해자 3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사건에 이어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에서도 대규모 전세 사기 사건이 터지고 있다. 화성동탄경찰서는 이날 오후 3시까지 58건의 전세 사기 피해가 접수됐고, 피해자 전원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고 밝혔다. 253채를 소유한 박모씨 부부의 사기 행각인 것으로 경찰은 의심하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 알려지자 주민들은 불안에 떠는 모습이었다. 특히 2030 세대들은 망연자실하는 분위기다. 피해자들은 “동탄에서만 전세 사기 피해자가 300여명에 이른다”고 말한다.
박씨 부부 소유가 아닌 다른 아파트와 오피스텔에서도 “전세 사기 같다”는 피해 의심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전세 사기 피해자 170여명이 모인 카카오톡 채팅방에선 지모씨, 한모씨 등 다른 임대인들의 이름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나올지는 수사가 진행돼야 가늠할 수 있는 상황이다.
직장인 이모(31)씨도 이날 아침 임대인으로부터 “파산 신청을 할 것 같다. 미안하다”는 전화를 받았다. “내 보증금은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더니 “경매로 넘기거나 소유권 이전을 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너무 놀라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니 지난달 17일 이미 다른 채권자의 가압류가 들어와 있었다. 보증금은커녕 매입조차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씨는 “집주인에게 물으니 오피스텔 43채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며 “이미 가압류가 들어온 지 한 달이 넘었는데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연락한 것이 말이 되나”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반송동 오피스텔에 사는 직장인 김모(38)씨는 지난해 12월 전세계약이 만료됐는데도 4개월째 보증금 5500만원을 못 돌려받고 있다. 2020년 12월부터 2년간 해당 오피스텔에서 살았던 김씨는 계약 끝난 뒤 집주인 한모씨에게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줄 능력이 없다”는 말뿐이었다.
올해 6월 결혼을 앞둔 김씨는 전세보증금 묶여 있어 은행에서 대출 받기도 어렵고, 소유권을 이전할 돈도 없다. 심지어 오피스텔 관리사무소에서는 계약이 끝난 뒤 관리비는 임대인 대신 내라는 독촉까지 받고 있다. 김씨는 “같은 층에 있는 9곳이 똑같은 처지에 있다”며 “매입도 대출도 안돼 무척 곤란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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