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고금리에 덮친 ‘사기 리스크’…서울 빌라 전세 비중, 역대 최저치

1분기 54%, 작년보다 6.8%P↓
‘깡통전세’ 등 불안, 월세 선호

빌라를 중심으로 ‘전세사기’ 공포가 확산되면서 지난 1분기 서울 빌라 임대차시장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최근 두 달 연속 금리 인상 랠리가 멈췄지만 여전히 전세대출 이자 부담이 크고, 집값 하락에 따른 ‘깡통전세’ 문제와 전세사기까지 불거지면서 세입자들이 전세보다는 월세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일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경제만랩이 서울 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분기 서울 빌라(다세대·연립) 전·월세 거래량은 2만7617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전세 거래량은 전체 거래의 54.0%인 1만4903건이었다. 이는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1분기 기준 가장 적은 수치다. 2011년 72.5%였던 빌라 전세 거래량은 연평균 60%대를 유지했으나 올해 1분기 처음으로 54.0%까지 내려갔다. 전년도 1분기 빌라 전세 비중은 60.8%였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빌라 전세 비중이 가장 낮은 곳은 노원구였다. 1분기 노원구 빌라 전·월세 거래량은 424건으로, 이 중 전세 거래는 42.2%(179건)에 불과했다. 이어 종로구(42.6%), 강남구(43.0%), 송파구(44.8%), 서대문구(46.0%), 관악구(46.4%), 중구(47.0%), 서초구 (49.9%) 등 8개 구의 전세 비중이 50%를 넘기지 못했다.

다만 해당 자치구들은 전세사기와 큰 관련이 없는 지역들로 금리 인상 여파로 전세 수요가 상대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숨진 빌라왕 김모씨 등 다수의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발생한 강서구는 1분기 전체 2150건 가운데 1400건(65.1%)이 전세 거래로, 다른 구에 비해 여전히 전세 비중이 높았다. 빌라촌이 밀집한 데다가 다른 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증금 때문에 전세사기 여파에도 여전히 전세 비중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용산구(70.8%), 양천구(67.3%), 도봉구(61.8%)도 빌라 전세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