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에 의한 현상 변경, 절대 반대”…대만 관련 발언 중국 자극 불보듯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 가능성, 남북 핵전쟁 등을 쏟아내면서 전방위적 외교 리스크만 높였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외교가 다양한 변수들이 결합된 ‘고차원 복합 방정식’이라는 인식과 셈법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러시아를 비롯한 관련국들과의 관계 악화와 긴장 고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외교, 안보 자원 투입 등 부정적 연쇄작용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용 무기 지원 가능성을 밝혔다.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는 “그동안 적대적인 외교 안보 환경을 만들지 않는 것이 한국의 생존전략이었고 외교적으로도 전략적 모호성을 추구해왔는데 (이번 발언으로) 4강 외교(미·중·일·러) 가운데 러시아라는 큰 축이 허물어지게 됐다”면서 “한국 외교가 번지수를 잘못 찍고 불안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한쪽 편으로 무게를 더 둔 것으로 보이며 러시아와의 통상 교섭 문제, 외교관계 악화 등 굉장히 불편해질 수 있는데 이 같은 고려가 별로 없어 보인다”고 했다.
대만 관련 발언도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살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대해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며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대만해협에 대해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이날 발언은 앞서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2월 CNN 인터뷰에서 “한국은 무력에 의한 일방적인 현 상태 변경에 반대한다”고 밝힌 것과 연결된다. 당시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 문제에 다른 사람이 말참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중국은 대만 문제를 포함해 국가 통일성이나 영토 문제와 관련된 ‘핵심이익’을 침범당했다고 판단하면 보복조치로 맞서왔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진다.
윤 대통령이 “남북 간 핵이 동원되는 전쟁이 벌어진다면 남북한의 문제만이 아니라 동북아 전체가 거의 재로 변하는 일이 생기지 않겠나 싶다”고 언급한 것도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의 남북관계 전문가는 “남북 간 핵 동원 전쟁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 있겠지만 그것이 대통령의 입으로 나오는 것과는 굉장히 큰 차이”라고 했다. 그는 “핵전쟁 상황을 막기 위해 대통령실이 있고 안보가 있는 건데 ‘벌어진다면’이란 전제를 갖고, ‘동북아 전체가 재로 변한다’라는 말까지 하는 것은 주변국에 대한 외교 결례”라며 “어느 지도자가 주변국에 핵전쟁이 나면 너희도 온전치 않을 것이라고 말하겠냐”고 반문했다.
박은경·박광연·유새슬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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