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이라는 ‘거지방’ 가보니…씁쓸한 현실 ‘해학’으로 풀어 [이슈+]
‘체감경제고통지수’ 전연령대서 청년이 최고인 현실반영
청년 실업률, 평균 두 배 넘어…그냥 쉰 청년 50만명 육박
‘다중 채무자’ 전락한 저소득·저신용 청년 1년새 4만명 ↑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치킨이나 올려주세요.’
최근 절약하는 방법을 공유하고 자신의 소비를 서로 평가해주는 ‘거지방’이 유행이다.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 19일 거지방을 검색해보니 수백개 이상의 결과가 나타났다. 이곳에 모인 이들은 스스로를 ‘거지’라고 부르고 자신보다 나은 사람들을 ‘기만자’라고 불렀다. 기만하는 글을 올리면 기프티콘을 뿌려야 하는 규칙도 두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면 컵라면, 삼각김밥 등 사진을 올리고, 서로 비교하기도 했다.
이러한 문화는 청년들이 체감하는 경기 침체의 심각성과 무관하지 않다. 일각에서는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사소한 소비조차 줄여야만 하는 젊은 세대 입장이 자조적으로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불과 몇년 전 ‘카푸어’, ‘파이어족’, ‘YOLO’ 등 젊은 세대 명품과 사치품 소비가 주목받았던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지난달 통계청에 따르면 사실상 실업상태이나, 구직활동도 하지 않은 청년이 50만명에 육박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쉬었다’고 응답한 15∼29세 청년은 49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9.9% 늘어난 규모로, 2003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다. 취업이 어려워지자 구직 시장에서 이탈하거나 ‘포기’한 이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청년층 실업률은 7.0%로 평균 실업률(3.1%)의 두 배를 웃돌았다. 청년들이 느끼는 체감 실업률은 17.9%를 기록했다.
빚내는 청년도 늘고 있다.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 채무자면서, 신용등급이 낮거나 소득이 적은 30대 이하 청년층이 작년 한 해에만 4만명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17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선미 의원(더불어민주당 경제위기대응센터 자문위원장)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30대 이하 청년층 취약차주는 46만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취약차주(126만명)의 36.5%다. 한은은 3곳 이상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은 다중 채무자면서 저신용(7∼10등급) 또는 저소득(하위 30%)인 대출자를 취약차주로 분류한다.
전체 취약차주 수는 1년 동안 6만명 증가했는데, 30대 이하 청년층에서만 4만명 늘었다. 지난해 말 전체 가계 취약차주 대출 규모는 93조9000억원으로, 1년 전(92조8000억원)과 비교해 1조1000억원 증가했다.
돈을 빌리고 제때 갚지 못하는 가계가 늘어나면서 가계대출 연체율도 전 연령대에서 다시 오르는 추세다. 연체율은 30일 이상 연체 전액 합계를 30일 이상 대출 잔액 합계로 나눈 값을 의미한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대출 연체율은 30대 이하 0.5%, 40·50대 0.6%, 60대 이상 0.7%로 집계됐다. 모두 1년 전보다 0.1%포인트(p) 상승했다.
특히 3곳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 채무자의 연체가 급증했다. 지난해 말 기준 다중 채무자의 연체율은 1.1%로, 1년 전보다 0.2%포인트 올랐다. 다중 채무자의 연체액은 6조4000억원으로, 1년 전(5조1000억원) 대비 1조3000억원 증가했다.
진선미 의원은 “고금리 추세에서 취약차주의 대출과 연체가 늘면서 이자 부담이 크게 높아질 우려가 있다”며 “국민의 이자 부담을 낮추기 위한 더불어민주당의 민생금융 위기 대응책을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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