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멈춘 ‘감동 캐롯’의 드라마···KGC, 3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

안양 KGC인삼공사 박지훈(왼쪽)과 고양 캐롯 이정현(오른쪽)이 9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4차전이 끝난 뒤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고양 | 연합뉴스

경기 종료 순간이 다가오자 안양 KGC인삼공사 선수들과 고양 캐롯 선수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서로를 포옹하기 시작했다. 이긴게 아니라 졌는데도 캐롯을 응원하는 팬들은 일어나 기립박수까지 쳤다. 이윽고 경기 종료를 알리는 버저가 울렸고, 코트를 둘러싼 팬들에게 인사하는 캐롯 선수들의 눈에는 끝내 눈물이 고였다.

월급 한 푼 받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투혼을 발휘하며 매 경기 드라마를 써왔던 ‘감동 캐롯’의 2022~2023시즌이 마침내 끝이 났다. 캐롯은 19일 열린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 4차전에서 61-89로 패하며 시리즈 전적 1승3패로 길었던 시즌을 마무리했다. 반면 문성곤이 3점슛 4개 포함 22점으로 활약한 KGC는 2020~2021시즌부터 3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성공, 서울 SK와 오는 25일부터 우승을 놓고 승부를 펼치게 됐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을 모기업으로 둔 데이원스포츠가 지난 시즌 후 운영 중단을 선언한 고양 오리온을 인수해 창단한 캐롯은 시즌 시작부터 불안정한 재정 상태로 인해 도마 위에 올랐다. KBL에 내야하는 납입금 기한을 제때 맞추지 못한 것은 물론, 선수와 구단 직원들에게 줘야 할 월급도 줘야 할 시일에 맞추지 못했다. 시즌 중반 이후에는 아예 월급 지급도 안됐다.

하지만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똘똘 뭉쳐 마음을 다잡았고, 정규시즌 5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는 정규시즌에서 4위에 올랐던 울산 현대모비스를 3승2패로 꺾고 4강에 오르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선수들이 보이는 투혼에 감동한 팬들은 자발적으로 선수단을 도왔다. 최근에는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선수단 전체에 장어덮밥을 선물하기도 했다. 김승기 캐롯 감독은 “나도 같이 먹었다. 먹으려고 하는데 눈물이 다 났다”며 “정말 1시즌 만에 팬들의 열정이 이렇게까지 뜨거워지는 걸 봤다.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챔피언결정전은 아마 KGC가 올라갈 것이다. 그런데 갈 때 가더라도, 그냥은 못 보낸다”며 남은 힘을 다 쥐어짜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 감독의 말처럼 캐롯 선수들은 열심히 뛰었다. 그저 체력의 한계가 발목을 잡았을 뿐이었다. 정규시즌 우승으로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던 KGC 선수들은 체력이 넘친 반면, 캐롯은 발도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 KGC 선수들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했다.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캐롯 선수들은 4쿼터 스코어에서 13-11로 오히려 앞서며 끝까지 투혼을 불살랐다. 김 감독은 경기 후 “내가 뭐라고 하지 못할 정도로 선수들이 지쳐 발이 안 떨어졌다”며 “선수들이 너무 고생했다. 그리고 올 한 해 너무 행복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양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