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대기”… 돌봄의 굴레 갇힌 가족들 [4월20일 장애인의 날]

박귀빈 기자 2023. 4. 19.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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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장애인, 인천 인구 5% 차지... 어린이집 93곳·특수학교 10곳뿐
성인교육센터 서구 1곳 ‘태부족’... “복지 인프라 개선 위해 힘쓸 것”
(해당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없는 이미지) 인천지역에 장애인을 돌봐줄 각종 시설들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미지투데이

 

“장애가 있는 아이를 마음 놓고 맡길 곳이 없어요. 제가 떠나면 어떻게 혼자 살까요.”

중증 발달장애인 아들(24)을 둔 조영옥씨(54·서구 당하동)는 매일매일 긴장감 속에 살고 있다. 아들에게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몰라서다. 이 같은 일상이 벌써 20년째다. 처음 아들이 발달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안 뒤부터 직장도 관두고 아들의 돌봄에 매달리고 있다. 장애아동 어린이집을 찾아 동구까지 왕복 2시간 거리를 수년간 매일 오가기도 했다.

아들이 성인이지만 불안한 삶은 그대로다. 주간보호센터나 장애인 복지관의 이용 경쟁률도 심하고, 중증 발달장애인은 잘 받아주지도 않기 때문이다. 조씨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매일 24시간 대기 상태라 너무 힘들다”며 “내가 없는 세상에서 아들이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이다”고 했다.

장애인을 이해하고 복지를 높이기 위해 탄생한 ‘장애인의 날’이 43주년을 맞았지만, 인천에는 여전히 장애인을 돌봐줄 교육·복지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장애인은 물론 그 가족들까지 돌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고통받고 있다.

20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인천지역 등록장애인은 15만1천450명으로 인천 인구의 5.09%를 차지하지만, 생애주기에 맞춘 시설은 턱 없이 부족하다.

인천의 미취학(1~7세) 장애아동이 이용할 수 있는 전문 어린이집은 6곳, 통합 어린이집은 87곳으로 이용 정원이 총 555명에 불과하다. 미취학 장애아동 1천284명 중 729명(56.7%)은 서비스를 받지 못해 집에서 돌봄을 받아야 한다.

인천의 특수학교도 고작 10곳밖에 없어 대부분의 장애학생은 전문 돌봄 등의 수준이 떨어지는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을 오간다. 전체 장애아동 7천598명 중 특수학교를 다니는 장애아동은 1천940명(25.5%) 뿐이다.

성인 장애인도 마찬가지로 갈 곳이 부족하다. 발달장애 평생교육센터는 서구에 단 1곳만 있을 뿐이다. 정원은 고작 70명이다. 인천의 발달장애인 1만3천578명 중 0.51%만 이용 가능한 것이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시 등 지자체가 실천 가능한 계획을 세워 장애인 복지 시설 확충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공간 및 예산 부족으로 장애인 복지 시설 설치가 늦어지고 있다”며 “인프라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박귀빈 기자 pgb028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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