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한 시즌…4강 PO에서 멈춰선 캐롯의 도전
기사내용 요약
4강 PO서 정규리그 우승팀 인삼공사에 밀려 탈락
재정적 어려움 속에서도 선수들 고군분투
[고양=뉴시스] 김희준 기자 = 프로농구 고양 캐롯이 4강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에서 탈락하며 파란만장하고, 치열했던 도전을 마무리했다.
캐롯은 19일 고양체육관에서 벌어진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4강 PO 4차전에서 안양 KGC인삼공사에 61-89로 패배했다.
1승 1패로 맞선 상황에서 3, 4차전을 내리 진 캐롯은 시리즈 전적 1승 3패로 밀려 4강 PO에서 탈락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분투를 펼쳤던 캐롯의 도전도 막을 내렸다.
2022~2023시즌부터 프로농구에 합류한 캐롯의 첫 시즌은 그야말로 파란만장 그 자체였다.
캐롯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고양 오리온을 인수해 창단한 구단이다. '농구 대통령' 허재 전 감독을 공동 대표이사로 전면에 내세웠다.
캐롯 구단은 대우조선해양건설을 모기업으로 하는 법인 데이원스포츠가 운영한다. 캐롯손해보험을 네이밍 스폰서로 유치하면서 '고양 캐롯'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캐롯은 KBL 신규 회원사 가입 당시부터 삐걱댔다. 지난해 6월 신규 회원사 가입 심사에서 제출한 자금, 후원사, 운영 계획 등의 자료가 부실해 승인이 한 차례 보류됐다.
자료를 보충해 KBL 신규 회원사로 승인을 받은 캐롯은 지난해 8월말 창단식을 가지고 새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정규리그 개막을 코앞에 두고 또 물의를 빚었다. 가입비 형식의 특별회비 총 15억원 중 5억원을 지난해 10월 7일까지 납부하고, 나머지 10억원을 올해 3월 31일까지 내기로 했다.
데이원스포츠는 1차 납입분을 기한 내에 내지 못했고, 정규시즌 개막 미디어데이가 진행되는 날 KBL 긴급이사회가 열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당시 KBL은 지난해 10월 13일까지 5억원을 납부하지 않으면 캐롯의 정규리그 출전을 불허하기로 했고, 데이원스포츠는 최후통첩을 받고서야 5억원을 납부했다.
우여곡절 끝에 정규리그에 나선 캐롯은 선수단이 고군분투하면서 선전했다. 시즌 전 예상에서는 6강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지만, 예상 외로 선전하면서 시즌 초반에는 상위권에서 순위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불꽃 슈터' 전성현은 평균 17.6점을 몰아치면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프로 2년차 가드 이정현은 김승기 캐롯 감독의 조련 속에 공수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캐롯은 시즌 막판 6강을 확보하면서 PO 진출을 눈앞에 뒀지만, 재정난에 또 발목이 잡힐 뻔했다.
데이원스포츠는 모기업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임직원 임금 체불, 하도급금 지연 등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구단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 1~3월에는 선수단 급여도 제때 지급하지 못했고, 여러 대금도 밀렸다. 네이밍 스폰서였던 캐롯손해보험은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결별을 통보했다.
KBL은 계속해서 자금난에 시달리는 데이원스포츠가 3월 31일까지 납부하기로 한 잔여 가입비 10억원을 모두 내지 않으면 정규리그 6위 내에 들어도 PO 진출 자격을 박탈하기로 했다.
캐롯은 납부기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힘겹게 10억원을 납부하면서 우여곡절을 뚫고 '봄 농구' 무대에 섰다.
PO에 나서지 못할 위기는 넘겼지만, 선수들의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선수단을 관리하는 코치진과 구단 프런트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어렵게 PO에 나서는데 부상 악재도 겹쳤다. 에이스 전성현이 달팽이관 이상에 따른 돌발성 난청으로 정규리그 막판부터 뛰지 못해 6강 PO 출전이 불투명했다.
가뜩이나 선수층이 얇은데다 에이스 전성현까지 잃은 캐롯이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6강 PO에서 열세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캐롯은 똘똘 뭉쳐 보기좋게 예상을 뒤엎었다. 정규리그 5위로 6강 PO에 나선 캐롯은 4위 현대모비스와 5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4강 PO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캐롯의 4강 PO 상대는 정규리그에서 한 번도 1위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은 KGC인삼공사였다. 6강 PO 때보다 전력 차가 더 컸다.
4강 PO 1차전에서 캐롯이 43-99, 프로농구 출범 이후 한 경기 최다 점수(56점) 차이로 대패하면서 예상은 그대로 맞아떨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캐롯은 단 하루를 쉬고 나선 4강 PO 2차전에서 32점을 쏟아부은 이정현의 활약을 앞세워 89-75로 이겼다.
캐롯 선수들의 고군분투는 이어졌지만, 이미 지칠대로 지친 선수들은 전력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압도적인 우위인 KGC인삼공사를 끝내 넘지 못했다.
3차전에서 대등한 경기 끝에 석패한 캐롯은 4차전에서는 전반부터 크게 뒤처진 끝에 패배의 쓴 잔을 들이켰다.
이를 악물고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 캐롯 선수들의 모습은 팬들에게도 큰 감동을 안겼다. 팬들의 열렬한 응원은 선수들이 버티는 원동력이었다.
캐롯의 홈 경기에는 적잖은 관중들이 들어차 열렬한 응원을 보냈다. 또 십시일반해 장어덮밥, 커피를 선수단에 전달하며 힘을 불어넣었다.
김승기 감독은 4강 PO 4차전을 앞두고 "우리 팀이 안된다고 할 때마다 이겨내면서 극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그래서 경기 때마다 이기든 지든 울컥했다"며 "선수들이 너무 열심히 했고, 너무 잘했다. 이렇게까지 잘할 줄 몰랐다"고 박수를 보냈다.
또 "캐롯 팬들의 선수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정말 대단하다. 뭘로 보답해야할지 모르겠다. 그저 오늘 경기를 어떻게든 열심히 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캐롯이라는 이름은 이제 역사 뒤로 자취를 감출 가능성이 크다. 데이원스포츠는 한 기업과 농구단 인수 협상을 벌이는 중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jinxij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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