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이 시사한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 반대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는 뜻을 처음으로 밝혔다. 윤 대통령은 19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학살이라든지,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스스로 지난해 10월 러시아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대신 인도·평화적 지원을 한다고 밝힌 방침에서 달라진 것이다. 이것은 중대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 발언에 러시아가 즉각 반발하고 나서는 등 심상치 않은 외교적 파장이 일고 있다. 크렘린궁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무기 지원은 분쟁에 대한 분명한 개입을 뜻한다”고 했다. 불과 몇달 사이 윤 대통령은 무엇을 근거로 정책을 바꾼 것인가.
대통령실이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발언 경위를 정확히 알 수 없다. 그간 벌어진 일들로 미뤄 다음주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과 관계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유출된 미 정보기관의 도청 문건이 근거다. 한 문건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과 통화하며 무기 지원을 압박할 수 있다든지, 지금 와서 방침을 바꾸면 대통령 국빈방문과 맞바꿨다고 인식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국가안보실 내 대화가 담겼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한국에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압박할 때마다 그 며칠 전에 북한의 러시아 무기 지원 첩보를 공개하는 패턴을 보였다. 지난 1월엔 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과 미 국방장관이 방한해 방침 변경을 요구했다. 결국 윤 대통령은 국빈 방미를 앞두고 서방의 압박에 굴복한 것으로 비친다.
한국이 ‘살인을 수출하는 국가’ 대열에 합류하는 것을 반대한다. 더 많은 무기 투입은 더 많은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원칙 없는 정부 외교안보 정책이 드러났다는 점도 심각하다. 향후 외교무대에서 한국 정부 약속을 누가 쉽게 믿어줄 것인가. 윤 대통령이 말하는 ‘국익’ 관점에서도 도움이 될지 회의적이다. 윤 대통령은 방미를 앞두고 미국 도청 문제에 저자세를 취하지만 정작 필요한 건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최근 발표한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 여전히 한국산 제품은 제외돼 있다.
‘평화국가로서 살상무기 수출은 안 된다’는 원칙적 입장을 쉽게 포기하면 안 된다. 대통령의 방미가 한·미 동맹을 확인하는 중요한 외교 행사인 만큼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 방문은 국가 목표를 달성하는 한 수단이다. 우리가 한·미 정상회담 때까지만 사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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