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이 시사한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 반대한다

기자 2023. 4. 19.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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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19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한화디펜스에서 ‘K9 자주포 폴란드 수출 출고식’이 열리고 있다. 한국은 폴란드 등에 무기를 수출하고 있지만, 전쟁 중인 지역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는 않는다는 방침을 유지해오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는 뜻을 처음으로 밝혔다. 윤 대통령은 19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학살이라든지,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스스로 지난해 10월 러시아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대신 인도·평화적 지원을 한다고 밝힌 방침에서 달라진 것이다. 이것은 중대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 발언에 러시아가 즉각 반발하고 나서는 등 심상치 않은 외교적 파장이 일고 있다. 크렘린궁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무기 지원은 분쟁에 대한 분명한 개입을 뜻한다”고 했다. 불과 몇달 사이 윤 대통령은 무엇을 근거로 정책을 바꾼 것인가.

대통령실이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발언 경위를 정확히 알 수 없다. 그간 벌어진 일들로 미뤄 다음주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과 관계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유출된 미 정보기관의 도청 문건이 근거다. 한 문건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과 통화하며 무기 지원을 압박할 수 있다든지, 지금 와서 방침을 바꾸면 대통령 국빈방문과 맞바꿨다고 인식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국가안보실 내 대화가 담겼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한국에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압박할 때마다 그 며칠 전에 북한의 러시아 무기 지원 첩보를 공개하는 패턴을 보였다. 지난 1월엔 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과 미 국방장관이 방한해 방침 변경을 요구했다. 결국 윤 대통령은 국빈 방미를 앞두고 서방의 압박에 굴복한 것으로 비친다.

한국이 ‘살인을 수출하는 국가’ 대열에 합류하는 것을 반대한다. 더 많은 무기 투입은 더 많은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원칙 없는 정부 외교안보 정책이 드러났다는 점도 심각하다. 향후 외교무대에서 한국 정부 약속을 누가 쉽게 믿어줄 것인가. 윤 대통령이 말하는 ‘국익’ 관점에서도 도움이 될지 회의적이다. 윤 대통령은 방미를 앞두고 미국 도청 문제에 저자세를 취하지만 정작 필요한 건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최근 발표한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 여전히 한국산 제품은 제외돼 있다.

‘평화국가로서 살상무기 수출은 안 된다’는 원칙적 입장을 쉽게 포기하면 안 된다. 대통령의 방미가 한·미 동맹을 확인하는 중요한 외교 행사인 만큼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 방문은 국가 목표를 달성하는 한 수단이다. 우리가 한·미 정상회담 때까지만 사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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