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실뱀장어 씨마른다" 천태만상 불법 어획

류현준 2023. 4. 19.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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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대표적인 보양식으로 꼽히는 민물 장어.

장어는 인공 부화가 어려워서 새끼인 실뱀장어를 잡아서 양어장에서 키우는데요.

태평양 먼 바다에서 태어난 실뱀장어는 매년 이 맘 때가 되면 우리나라 강을 찾아옵니다.

제철이긴 하지만, 특정 구역에서 허가 받은 어민만, 또 제한된 도구로만 잡을 수 있는데요.

워낙 비싼 가격에 팔리는 탓에 곳곳에서 불법 어획이 판치고 있지만, 오랫동안 방치돼왔고, 멸종 위기 종인 뱀장어의 씨가 마르고 있습니다.

그 실태를 류현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밀물 때면 바닷물이 차오르는 목포의 한 둔치.

바닷가를 따라 초록등불 수십 개가 마치 경관 조명처럼 일정한 간격을 두고 줄지어 떠있습니다.

가까이 가봤습니다.

물가로 내려간 사람이 등을 물 위에 띄워놓고는 연신 작은 뜰채를 휘적입니다.

그러다 무언가를 발견한 듯 가볍게 건져 올립니다.

집어등을 이용해 뱀장어 새끼인 실뱀장어를 잡고 있는 겁니다.

불법 조업입니다.

하지만 10년 넘게 계속되고 있고, 아예 각자 자리까지 정해져 있습니다.

[실뱀장어 조업 어민] "기존에 하던 자리 배치가 정해져서 자기가 하던 자리에서 해요."

비쌀 땐 마리당 5천 원 넘게 받을 수 있어 어민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습니다.

[실뱀장어 조업 어민] "요즘은 한 마리에 3천5백 원." <많이 잡으면 몇백 마리도 잡나요?> "어느 해는 그랬어요."

본격적인 어획엔 고깃배가 동원됩니다.

물 위에 떠있는 어선들 사이로 작은 배 한 척이 나타납니다.

곧이어 어선들에 조명이 켜지고 그물 안에 갇혀 있는 실뱀장어를 잡아올립니다.

실뱀장어 조업 금지 구역에서 벌어진 불법 어획입니다.

2년이 지난 지난달 말, 금강 하구에 가봤습니다.

금지 구역 안에 어선 수십 척이 줄지어 떠있습니다.

실뱀장어를 잡으려고 그물을 쳐놓고 있는 건데, 등록 표지판도 없는 무허가 어선이 대부분입니다.

명백한 불법 어획인데 단속은 안 하는 걸까.

[군산시 관계자] <지금 저 위치에서는 어로 행위를 안 하고 있다고 보시는 건가요?> "지금 현재는 지금 안 하고 있잖아요. 하려고 나와 있는데 저희가 이제 단속을 심하게 하니까."

그물을 쳐놓은 배는 단속하지 않고, 그물을 걷어올려 실뱀장어를 잡는 현장이 적발된 어선만 소극적으로 단속하고 있어, 빈틈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실뱀장어 조업 어민] "(단속은) 그냥 가서 둘러보고 사람이 없으면 그냥 가버리니까요. 다시 단속선이 가면 (어민들이) 또다시 와서 조업을 하는 형국이죠."

군산시 단속 건수는 지난해 3건, 단속을 강화한 올해도 7건에 불과합니다.

[서동완/전북 군산시 시의원] "단속한다는 것을 미리 정보를 듣고 이분들(어민들)이 어로 행위를 하지 않겠죠. 저기에 저렇게 그물을 펴고 있는 것은 어로행위를 할 거라고 누구든지 생각을 할 수가 있는 거죠."

실뱀장어 유통 경로도 따라 가봤습니다.

유통상인들이 모여있는 목포시 북항의 한 거리.

양동이를 들고 온 어민을 따라 가게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흰 양동이 안에 실뱀장어 1백여마리가 담겨있습니다.

마리당 3천5백원씩, 수십만원 어치입니다.

[실뱀장어 조업 어민] "많이 잡는 사람은 하루 저녁에 454마리를 잡은 사람도 있어요. 대강 150만원 될 거에요."

집어등을 켜서 잡으면 불법이지만, 굳이 감추지 않습니다.

[실뱀장어 조업 어민] <집어등을 켜서 잡으신거에요?> "그렇죠. 그렇죠. 잡은 지가 일주일 됐을까."

단속도 처벌도 거의 없어 아무도 법을 지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뱀장어 유통 상인] "(집어등 어획이 불법이면) 대한민국이 다 불법이에요. 왜냐하면 그 자체를 불 안 키고는 못하거든요."

불법 어획한 실뱀장어는 거래도 불법, 대부분 은밀하게 여러 단계를 거쳐 거래됩니다.

[전직 실뱀장어 유통업자] "바닥에서 사는 사람이 중상인이고요. 그 사람이 산 것을 또 받는 사람이 대상입니다. 그 사람이 가져다가 양어장에 넣는 거죠."

뱀장어 산란지역은 2천년대 들어 밝혀졌는데, 우리나라 강에서 자란 뱀장어는 산란기가 되면 3천km 떨어진 태평양 마리아나 해구로 나가 알을 낳습니다.

부화한 어린 고기는 해마다 봄이 되면 해류를 따라 어미가 살던 강으로 돌아옵니다.

이 때를 노린 불법 어획이 수십년째 남획 수준으로 이어지면서, 개체수가 크게 줄고 있습니다.

[임현정/국립수산과학원 과장] "어획량으로 자원량을 추정해보면 2009년에 실뱀장어가 16톤 정도 어획된 이후에 최근에는 매년 1톤에서 3톤 정도 (잡히고 있습니다.)"

뱀장어는 지난 2014년 세계 멸종 위기 종으로 지정된 데 이어, 현재 국제 거래를 금지하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류현준입니다.

영상취재·편집: 위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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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편집: 위동원

류현준 기자(cookiedou@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475732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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