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애인이 서럽고 안 보이는 나라는 좋은 사회일 수 없다

기자 2023. 4. 19.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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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등록 장애인구는 지난해 기준 전체인구 20명 중 1명꼴인 265만명이다. 그러나 대중교통과 직장, 여가활동을 비롯한 일상에서 만나는 장애인은 이에 크게 못 미친다. 우리 사회가 관성적으로 비장애인 중심으로 짜여 있기 때문이다. 소외받는 장애 시민은 보이지 않고 차별의 심각성은 가려진 것이다.

장애인이 보이지 않는 큰 이유는 이동권 제약이다. 2020년 정부 실태조사 결과 거의 매일 외출한 장애인은 45.4%에 그쳐 코로나19 이전인 2017년 70.1%보다 급감했다. 집 밖에 나서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장애로 인한 불편함’이 꼽혔다. 버스·택시 같은 대중교통이 부족하고 이용도 쉽지 않다. 일본·대만의 폭넓은 저상버스나 기차 장애인석과 비교된다. 인프라 부족은 장애인의 사회 참여를 가로막는다. 2021년 기준 취업 장애인은 10명 중 3명에 그친다. 장애인고용촉진법이 있지만 무용지물이다. 영리목적 기업은커녕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공공기관도 고용 대신 돈으로 때우기 일쑤다.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경기도교육청은 2021년까지 5년간 의무고용 미달로 226억원을 냈고 공공기관 764곳이 이렇게 낸 총부담금이 1400억원에 달한다. 장애인의 경제적 소외는 저소득 늪도 벗어나기 어렵게 한다. 자신이 ‘경제적 하층’이라고 인식하는 장애인 가구는 69.4%로, 국민 평균치(39.1%)의 두 배에 육박한다.

보이지 않으니 정책 결정에서도 차순위로 밀린다. 이화여대 산학협력단 조사에서 코로나19 시기 장애 학생 학부모들은 아이가 수업에 어려움을 겪고, 추가적 돌봄을 위한 경제 부담이 늘었다고 응답했다. 비장애인 학생과는 다른 돌봄이 필요한 장애 학생과 가정에 대한 지원을 고려하지 않아 교육권이 침해된 것이다. 예산이 부족하다며 국가가 떠넘긴 장애인 돌봄에 가족은 무너진다. 잇따른 부모의 발달장애 자녀 살해 및 극단적 선택은 이들의 마지막 비명이다.

20일 장애인의날을 맞아 ‘약자와의 동행’ 선언이 사회 각계에서 잇따르고 있다. 말잔치에 그치지 않으려면 장애인 정책 예산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확대하고,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더불어 일상을 누리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지체장애인 10명 중 9명이 사고·질병 등 후천적인 이유로 장애를 얻는다. 약자도 살기 편한 곳이 모두 살기 편한 곳이다. 장애인이 서럽고 이동하기 어려운 나라는 좋은 사회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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