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태영호의 ‘김구 저격’
백범 김구 선생은 1948년 2월10일 발표한 ‘삼천만 동포에게 읍고(泣告)함’에서 “나는 통일된 조국을 건설하려다가 38선을 베고 쓰러질지언정, 일신에 구차한 안일을 위하여 단독정부를 세우는 데는 협력하지 아니하겠다”고 말했다. 단독정부 수립은 분단을 고착화하고 내전을 초래할 것이라며 통일정부를 끝까지 포기할 수 없다는 절규였다. 국가보훈처 공식 사료도 “최고 가치는 민족에 두고, 통합·통일운동에 목숨을 걸었다. 임시정부 시절 좌우합작을 일구어냈고, 환국한 뒤에는 통일국가 수립운동에 몸을 던졌다”고 그를 소개한다. 정부는 1962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 18일 공개된 언론 인터뷰에서 “김구 선생이 마지막까지 통일정부 수립을 위해 노력하다가 암살됐다는 식으로 역사를 다룬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김구 선생은 김일성의 통일전선 전략에 당한 것”이라고 했다. 대한민국 공식 기록까지 부정하는 역사 왜곡이다. 그는 지난 2월엔 ‘제주 4·3사건은 김일성 일가가 자행한 만행’이라며 역사를 비틀었다. 그렇다면 태 최고위원에게 1960년 4·19혁명 의미는 무엇인지 묻고 싶다. 북한은 “김일성 동지께서 밝혀주신 조국의 자주적 평화통일 방침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남조선 인민들이 이룩한 첫 승리”(<조국통일투쟁사1>, 1992)라고 설명하는데, 동의하는가.
북한은 근현대사를 김일성·김정일의 혁명 역사 관점에서 바라본다. 정권의 정통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다. 북한 체제에 염증을 느끼고 탈북했다는 태 최고위원은 올해로 남한 생활 8년째다. 하지만 그의 역사 인식은 북한에서 배운 대로 믿고, 근거 제시도 없이 사실인 양 얘기한다. 그는 탈북자 출신 1호 국회의원이자, 집권당 최고위원이다. 그가 알고 있는 북한식 역사가 대한민국 역사와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면 시각 교정이 필요하다.
국민의힘 최고위원들의 망언이 수시로 들려온다. 김재원 최고위원의 ‘전광훈 목사 우파 천하통일’, 조수진 최고위원의 ‘밥 한 공기’ 발언이 나올 때마다 김기현 대표는 “자중하라”며 입단속에만 급급하다. 사고뭉치 지도부의 언행은 지켜볼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단호한 조치 없이 당 기강이 세워질 리 없다.
안홍욱 논설위원 a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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