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비 200만원···학부모 울리는 '잔인한 5월' [이슈, 풀어주리]
출근길에서도, 퇴근길에서도. 온·오프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다양한 이슈를 풀어드립니다. 사실 전달을 넘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인 의미도 함께 담아냅니다. 세상의 모든 이슈, 김주리 기자가 ‘풀어주리!' <편집자주>
5월 어린이날 등을 앞두고 수학여행 시즌이 다가와 신이 난 학생들과 달리 학부모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가지 못했던 수학여행이 재개됐지만 그 사이 여행 경비가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최근 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일선 중고등학교는 이달과 내달 사이 제주, 부산, 강원도 등으로 수학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서울 지역 초·중·고교 1320곳 중 45.5%(601곳)는 “올해 수학여행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일선 학교에서 학부모들에게 발송한 안내문에 나온 수학여행 경비를 보면 대개 제주는 50~70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2박 3일을 기준으로 한 경비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등 지역에 따라 일부 다르긴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지난 2018~2019년 당시 30~40만원대와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뛴 셈이다.
또 다른 수학 여행지로 각광받는 부산권은 50만원대, 강원도는 40만원대인데 이 역시 4~5년 전과 비교하면 10만원 이상씩 비싸졌다.
수학여행 비용이 오른 것은 교통비나 숙박비 등이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수학여행으로 가는 여행지는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곳인데다 봄 성수기와 고물가 기조가 맞물려 버스대절비, 항공료, 숙박비 등 부대비용이 모두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사고 이후 학생들의 소규모 여행이 권고되는 점도 비용 상승을 부추겼다.
과거에는 콘도형 숙소에서 한 방에 7~10인씩 숙박했던 것과 달리 요즘은 안전상의 이유로 관광호텔 등에서 2인 1실을 사용하고 있어 숙박비 부담이 커졌다. 시도 교육청 매뉴얼상 수학여행때 안전요원 고용도 필수가 돼 인건비가 추가됐다.
이에 더해 수학여행을 간다고 자녀에 새옷, 신발 등을 사주고 용돈까지 주면 예상 지출이 100만원을 훌쩍 넘겨 총 경비가 200만원에 달해 학부모들은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온라인 ‘맘 카페’에서는 “남도 여행을 간다는 데도 50만원이 든다고 한다. 추억이 될 여행이라 안 보낼 수도 없다” “수학여행 간다고 옷까지 사줬더니 100만원도 넘게 나갔다”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해외 수학여행을 계획하는 학교들도 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는 올해 3박 4일 일정의 일본 수학여행을 계획 중이다. 지난달 수학여행 설문 조사를 하면서 제주도(2박 3일?70만원)와 일본(3박 4일?150만원) 일정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는데 일본을 선택한 학생과 학부모의 비율이 조금 더 높았기 때문이다.
수학여행을 해외로 정한 일부 특수목적고(특목고)는 수학여행 경비가 수백만원에 달해 학부모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학교 구성원들 간 합의에 따른 것이라지만, 지역 내 여타 학교들과의 위화감만 조장하는 등 학교 현장에서까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초래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들 학교의 수학여행 1인당 경비는 적게는 85만원에서 많게는 580만원으로 책정됐다.
한 학부모는"우리 아이만 안 보낼 수 도 없는 상황이라 동의는 했지만 부담이 크다"며 "자식을 위해 뭐든 해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라지만, 그렇지 못한 가정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라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런 탓에 시도교육청들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수학여행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어려운 학생들에게 최대 50만원의 여행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경기도교육청 또한 여행 지원금을 작년 최대 30만원에서 47만원으로 올렸다. 부산교육청은 전체 학생에게 최대 40만원을 지원하고 취약 계층엔 전액을 대준다. 경남교육청은 초·중은 20만원, 고교는 30만원의 여행비를 준다. 지원금은 정부가 각 시도교육청에 나눠주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에서 충당된다.
일각에서는 학교 급식처럼 수학여행도 차별이 생기면 안 되는 분야인 만큼 교육교부금을 좀 더 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 시도교육청이 쌓아둔 돈은 6조6000억원대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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