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2%로 돌아가도 이전보다 높은 금리 유지될 수도"

권성희 기자 2023. 4. 19.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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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지폐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지만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될지, 그에 따라 금리는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다.

파이낸셜 타임스(FT)의 경제 담당 칼럼니스트인 마틴 울프는 18일(현지시간) '금리의 미래는 수수께끼'라는 글을 통해 금리가 코로나 팬데믹 이전의 낮은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란 전망이 있는가 하면 그보다는 좀 높아져 실질 금리가 플러스를 유지하는 수준에 머물 것이란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향후 금리에 대한 전망 차이가 크지 않아도 이는 막대한 수준의 부채를 안고 있는 각국 정부에는 엄청난 차이일 수 있다는 점이다. 약간의 금리 차이에도 각국 정부의 이자 부담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울프는 인플레이션이 코로나 팬데믹 이전의 극히 낮은 수준으로 돌아갈지, 1970년대와 1980년대 초와 같이 지속적인 문제가 될지 여전히 확실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자신을 비롯해 주요 경제기관과 이코노미스트들 다수는 인플레이션이 주요국의 목표치인 2%나 2%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예를 들어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목표치인 2%와 거의 일치하는 2.1%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리스크 프리미엄도 0.5%포인트로 역사적 평균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리스크 프리미엄이란 금융자산 보유시 인플레이션에 따른 실질 가치 하락에 대한 보상을 의미한다.

다만 이러한 인플레이션 낙관론에 반기를 드는 2가지 논거가 있다. 하나는 탈세계화를 비롯한 여러 쇼크들로 인해 공급 여건이 과거보다 인플레이션 압력에 취약해졌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는 정치경제학적 여건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요도 인플레이션에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공급만으로 인플레이션을 예단할 수는 없다. 울프는 총수요가 잠재 생산량을 따라 증가하고 생산 구조가 합리적으로 유연하다면 수요를 제약하는 특정 조건들로 인해 인플레이션은 2%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고 봤다.

또 통화정책 당국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통화 안정성을 훼손시킨 책임자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원치 않기 때문에 어떻게 하든 인플레이션을 낮출 것이란 지적이다.

이 가정들이 맞다면 명목 금리에서 인플레이션이 계속해서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실질 금리는 어떨까? 실질 금리는 한 세대 동안 하락하다가 팬데믹 기간 동안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졌고 그 이후엔 급격히 회복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세계 경제 전망에서 "경제를 자극하지도 위축시키지도 않는 실질 금리"로 정의되는 "자연 금리"를 조사했다. 자연 금리는 충격이 없을 때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금리이기도 하다. IMF는 조사 결과 "현재의 인플레이션 국면이 지나면 선진국에서는 금리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올리비에 블랑샤르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와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3월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에서 미래의 금리에 대해 토론한 적이 있는데 블랑샤르는 IMF의 입장에 가까웠던 반면 서머스는 금리가 가까운 과거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블랑샤르는 실질 금리가 실질 경제성장률보다 낮게 유지될 것이며 이는 국가 부채의 지속 가능성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서머스는 실질 금리가 연준(연방준비제도)의 자연 금리 추정치인 0.5%보다 다소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두 사람은 탈탄소 등 에너지 전환에 대한 투자 증가와 각국의 방위비 지출 증가로 인해 실질 금리가 이전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동의했다. 인플레이션으로 실질적인 공공부채는 줄고 있지만 명목 공공부채가 계속 늘어나는 것도 실질금리를 올릴 수 있는 요소로 꼽혔다.

하지만 두 사람은 최근의 수요 강세가 코로나와 관련된 일시적인 요인인지, 좀더 추세적인 요인인지에 대해서는 의견 차이를 보였다. 또 위험 회피 성향이 안전자산(국채)의 수익률을 얼마나 낮게 유지시킬지, 고령화로 인해 저축이 늘어날 것인지, 공공부채가 금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였다.

이러한 모든 점을 종합할 때 블랑샤르는 낮은 자연 금리를 정당화하는 입장이고 서머스는 높은 자연 금리가 정당하다는 입장이었다.

울프는 인플레이션이 2~3%까지 하락하고 균형 실질 금리가 0~2%라고 가정한다면 명목 단기 금리는 2~5%, 장기 금리는 기간 연장에 따른 위험 프리미엄을 고려할 때 3~6%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가 이 범위의 하단이라면 각국 정부의 부채는 별 어려움 없이 지속 가능하다. 반면 상단에 가깝다면 각국 정부는 부채를 안고 가기에 도전적인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하지만 울프는 현실이 다를 수 있다며 금리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는 자신에게 여전히 수수께끼라고 밝혔다.

다만 투자자들로선 주류 의견을 따른다면 인플레이션 하락세에 대해 좀더 확신을 가져도 좋다는 점, 하지만 금리에 대해선 코로나 팬데믹 이전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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