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검증] 동물·곤충까지 이용하는 도청, 막을수 없나?
[뉴스데스크]
◀ 기자 ▶
오늘부터 뉴스의 현장에서 사실을 확인하는 '현장검증' 코너를 시작합니다.
우리나라 외교·안보 책임자들에 대한 미국의 도청 논란이 계속되고 있죠.
미국은 최신 통신 기술은 물론, 고양이와 새, 잠자리 같은 동물과 곤충까지 도청에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내에서도 도청을 감시하고 탐지해 주는 사설 업체가 50곳에 달하고, 그리고 도·감청 탐색사는 4백 명을 넘어섰는데요.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도청, 막을 순 없는 건지 현장에서 검증해 봤습니다.
◀ 리포트 ▶
MBC 뉴스룸 회의실을 도청해 봤습니다.
[조의명/기자] "리스트 관련해서는 보안을 확실히 지켜주는 게‥"
"그럼 이 제보는 우리가 좀 추후에 따로‥"
건물 밖에서도 마치 회의실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들립니다.
악성코드에 감염된 휴대폰이 겉으로는 꺼져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도청기 역할을 한 겁니다.
건물 내 인터넷 통신망인 와이파이도 도청에 이용될 수 있습니다.
회의실에 미리 장치를 설치하자 회의 내용이 인터넷망을 타고 흘러나옵니다.
"<원어민 강사 이거는‥>보도국에서 진행된 회의 소리를 이렇게 간단한 장치만으로도 외부에서 몰래 엿들을 수 있습니다."
휴대폰의 악성코드는 탐지 프로그램으로, 와이파이 도청기는 별도의 탐지기를 이용해야 찾아낼 수 있습니다.
사내 스피커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스피커에서 소리를 내는 진동판의 구조가 마이크와 비슷해, 외부에서 간단한 조작만 해도 거꾸로 소리를 빨아들이게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제가 들고 있는 건 마이크 기능이 없는 평범한 스피커입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말하고 있는 소리가 이 스피커를 타고 옆 사무실로 넘어가서(제 말소리를 도청기처럼 들을 수 있습니다.)"
도청을 막을 수 있는 소음을 발생시키는 방법이 있지만, 특유의 미세한 소음이 귀에 거슬릴 수 있다는 게 한계입니다.
창문이나 벽에 레이저를 쏴서, 음성으로 생기는 진동을 이용해 도청하는 기술은 장애물에 취약한 것이 특징입니다.
실제로 교육용 레이저 도청기의 빛을 종이로 가리자, 도청도 멈춰버렸습니다.
이 때문에 주요 보안 시설 창문에는 레이저나 전자파를 차단하는 특수 필름이 붙어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형종/보안 전문가] "(특수 필름은) 레이저가 이걸 투사해서 뚫고서 나오는 것에 효과가 있는 거죠. 커튼 치는 것 하고 같다고 보시면.."
도청 기술이 발달하면서 국내에서 도청을 이용한 범죄도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도청 등으로 경찰에 검거되는 사람은 한 해에 3백여 명.
정치인과 기업인 사무실에서 도청장치가 발견되는가 하면, 노조 회의를 도청하던 기업 간부가 적발돼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최일영/노조 관계자] "교육장에 설치된 화이트보드에 지우개 안에 USB 형태의 도청장치가 있었습니다. 노동조합의 주요 활동을 녹취를 하고‥"
[유경식/도·감청 탐지전문가] "국회의원 사무실 개소식이 있었습니다. 화분에서 도청기를 찾은‥"
세계에서 도·감청 기술이 가장 앞서있는 미국은 국가가 도·감청을 집중 관리하고 있습니다.
전문 국가 기관 운영과 전문 인력 양성 등에 드는 관련 예산만 한 해에 수십조 원 가량.
잠자리 눈에 전달되는 음파 진동을 레이저로 잡아내고, 새나 고양이에 미세한 장치를 심어 도청해온 사실도 비밀해제된 미국 CIA 문서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미국과 도·감청 협의체를 구성한 영국과 캐나다 등은 전세계 모든 통신을 감청할 수 있다는 내용의 유럽의회 보고서가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반면에 주한미군 정보에 주로 의지하는 우리는 도·감청을 하는 것도, 막는 것도 상대적으로 취약한 실정입니다.
[김승주 교수/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과거사례도 있지만 도·감청 대응기술을 개발하겠다고 했을 때 국회에서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아요. 칼이 나쁜 데 쓰일 수 있으니까 '민간인 사찰할거 아니야?'"
갈수록 치열해지는 도감청 정보전과 관련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시스템 구축과 전문인력 양성이 시급해 보입니다.
현장검증, 손령입니다.
영상취재 : 정인학, 이종혁, 이주혁 / 편집 :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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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정인학, 이종혁, 이주혁 / 편집 : 김정은
손령 기자(right@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475725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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